“염불보다 잿밥” 눈총받는 소림사
  •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기고가 ()
  • 승인 2011.10.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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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스융신 방장의 비자금 은닉설 꼬리 물며 중국 ‘들썩’…성추문도 잇달아 터져 ‘망신살’

‘스융신(釋永信)은 해외에 30억 달러를 은닉해 놓았고 미국과 독일에 호화 별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과거 여러 유명 여배우와 성관계를 맺었고 심지어 베이징 대학의 한 여학생과는 아들 하나를 낳았다. 이들 모자는 현재 독일에 있다.’ 지난 수일간 중국은 소림사 제자를 자처하는 한 네티즌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남긴 글 하나로 떠들썩했다. ‘해외 언론에서 확인된 뉴스’라는 이 글은 순식간에 중국 내 인터넷을 강타하며 지난 10월18일 현재 2만3천2백건의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한순간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 중국 선종과 무술의 발원지인 소림사의 방장이기 때문이다.

스융신은 1987년 소림사 역사상 가장 어린 스물두 살의 나이로 30대 방장에 오른 MBA 출신 승려이다. 스스로 ‘소림사의 CEO’로 자처하는 그는 지난 20여 년간 소림사의 상업화와 국제화를 주도해왔다. 스 방장은 평소 1억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첨단 IT 제품을 가지고 다닌다. 1년 중 적지 않은 시간을 중국 각지나 해외에서 보내고 오직 특급 호텔에서만 잔다. 한쪽에서는 ‘가사 입은 장사꾼’이라고 폄하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 문화 산업의 새 장을 열어젖힌 선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스 방장에 의해 변화된 소림사는 무엇보다 지방 정부와 지역민들에게 크게 기여했다.

▲ 선종소림 음악대전 광경. ⓒ모종혁 제공

중국 중원 허난(河南) 성의 수도 정저우(鄭州)에서 남쪽으로 1시간 반을 달리면 덩펑(登封) 시가 나타난다. 덩펑에 들어서면 “‘중국무술성지’ ‘세계문화유산’ 소림사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큼지막한 환영 문구가 찾는 이를 맞는다. 한 해 평균 소림사를 찾는 관광객 수는 3백만명이다. 2009년 현재 덩펑 시 곳곳에  있는 무술학교는 83개에 달하고 수련 학생도 8만명을 넘는다. 소림사를 보러 온 관광객이 뿌리는 돈과 소림사 관련 산업에서 창출되는 재원은 덩펑 시 전체 재정 수입의 30%를 차지할 정도이다. 이처럼 소림사는 덩펑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역사 유적이자 산업 자원이다.

소림사의 상품화는 지역 정부와의 합작품

493년 남북조 시대에 건립된 이후 호국 사찰로 명성을 드높인 소림사이지만, 오늘날 남아 있는 옛 역사 유적은 그리 많지 않다. 긴 세월의 억겁 속에 네 차례의 큰 화재를 겪으면서 사찰이 모두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문화대혁명 말기 중국 정부는 달마동, 탑림(塔林)을 보수하고 대웅전을 새로 지어 1979년 대외에 개방했다. 사회주의 정권 수립 후 개방된 첫 종교 시설이었다. 그해 소림사를 찾은 방문객은 9만2천명에 불과했지만, 영화 <소림사>가 개봉되면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배우 이연걸이 주연한 <소림사>는 이른바 소림 무술 신드롬을 일으키면 1982년에는 70만명이 숭산을 찾게 했다.

▲ (위)소림사 정문, (아래)소림사 무승원. ⓒ모종혁 제공

소림사의 상품 가치에 주목한 지방 정부는 돈벌이에 적극 나섰다. 덩펑 시는 홍콩의 중뤼그룹과 공동 출자하여 강중뤼(港中旅)숭산소림문화관광회사를 설립했다. <선종소림 음악대전>은 강중뤼가 투자한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다. 장이모(張藝謀)와 탄둔(潭盾)이 연출한 <선종소림 음악대전>은 숭산의 자연 계곡을 배경으로 선종과 소림무술을 다채롭게 형상화한 대형 버라이어티 쇼이다. 5백여 명의 출연자가 벌이는 각기 다른 노래와 춤은 최첨단 조명 기술이 더해져 관람객을 매혹시킨다. 2008년 초연한 이래 지금도 매일 밤 수천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1978년 무술 대가인 류바오산과 공동 설립한 소림탑구무술학교는 덩펑 시 정부의 대표적인 문화사업체 중 하나이다. 소림탑구는 중국 정부가 최초로 인가한 무술학교이다. 학비는 한 해 1만 위안(약 1백80만원)으로 일반 학교보다 비싸지만, 지원생이 중국 각지에서 몰린다. 류하이커(劉海科) 소림탑구교육그룹 회장은 “1970년대 말 10여 명의 학생이 모여 무술 수련을 하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유아반부터 대학 과정까지 2만8천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거대 교육 그룹으로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덩펑 시의 여러 무술학교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수련생도 수백 명에 달한다.

돈벌이의 선두 주자는 뭐니뭐니해도 소림사 자체이다. 초창기 소림사는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하지만 1997년 영리법인을 설립하면서 공격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했다. 소림사는 법인 설립과 함께 ‘소림’ ‘소림사’라는 상표를 2백여 개의 항목으로 등록했다. 이를 통해 만화영화 및 온라인 게임 <소림전기>를 제작한 타이완의 중영그룹으로부터 해마다 상표권 사용료 수십만 위안을 거둬들이고 있다. <선종소림 음악대전> 제작사에게서도 저작권료를 받으면서 정무단 소속 무승을 출연시키고 있다. 소림사 정무단은 무술 공연을 위한 전문 무술팀으로, 중국 전역과 해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공연에 나가 돈을 벌어들인다.

종교 시설을 관리해주는 대가로 지난 10년간 11개 사찰을 소림사 분원으로 가입시켰다. 북미와 유럽 등 해외에도 40개의 지사를 두어 수백 개의 무술 도장과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수년 전부터 한 제약회사와 함께 각종 의약품까지 제조해 판매해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기능성 차와 목욕용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소림약국’이라는 상표까지 등록했다. 상표평가심사위원회가 ‘의약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라며 제동을 걸었지만, 스융신 방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 1월 베이징의 ‘문화산업 신년 포럼’에서 스 방장은 “우리는 상업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다”라며 소림사의 사업 확장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공안 당국, 추문 발설자 수사에 소극적

이번 스 방장의 추문에 대해서 소림사는 지난 10월13일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이다”라며 공안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고 첫 유포자에 대한 상금으로 5만 위안을 내걸었다. 중국 언론도 “소림사의 한 해 입장료 수입은 1억~2억 위안(약 1백80억~3백60억원)에 달하지만 그중 70%는 지방정부가 가져간다. 30억 달러에 달하는 비자금은 조성하기 힘든 금액이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다수 네티즌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스 방장과 관련된 추문이 나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도 스 방장이 돈을 주고 매춘부와 성관계를 맺다가 공안에 단속되었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당시에도 소림사는 공안 당국에 발설자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수사는 진척 없이 흐지부지되었다.

무엇보다 소림사가 거대한 문화사업체로 발돋움한 데 반해 운영과 자금 관리는 극히 폐쇄적이어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모든 권한이 스 방장을 위시한 몇몇 인사에게만 집중된 데다 수익 관리도 철저히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상식선을 넘어선 사업 확장은 불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선승(禪僧)의 독경 소리는 사라지고 무승(武僧)의 기합 소리와 장사치의 상술만이 난무하는 소림사. 커져가는 대중의 의혹과 시기를 가라앉히고 중국을 대표하는 불교 사찰로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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