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방법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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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영역을 포기하는 많은 학생을 위한 교양서 두 권…재미있는 이야기와 일상의 예를 들어 설명해

이번 대학 수학 능력 시험에서 수학 과목을 ‘포기’한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수학을 포기한 대신 다른 과목에서 더 많은 점수를 얻어 원하는 대학을 가려 했던 학생들. ‘변별력이 떨어졌다’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쉬웠다는 사실에 많은 학생이 낙담하는 눈치이다. 전체적으로 변별력이 떨어졌으니 어떤 과목이든 포기한 학생은 불리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 수학이 필요 없는 학과가 많기는 하다. 그래서 일부 대학의 일부 학과에서는 수리 영역의 점수를 아예 전형에서 빼기도 한다. 이런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반기는 학부모도 많을 것이다.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전후해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낸 두 책이 눈길을 끈다. 하나는 오래 전부터 수학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근래에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는 연구로도 유명한 김용운 교수의 책이다. 김교수는 수학이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이러한 지적 문화 수준이 국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그의 수학 교육 철학에 담아 펴냈다. 김교수는 유럽의 시험 제도와 달리 한국의 시험 제도는 학문을 이해하고 문화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그런 영향으로 한국에는 전문 수학자는 있어도 수학에 기반을 둔 문화는 없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입시 수학만이 판을 치고 초등학교에서 6년, 중·고등학교에서 6년 그리고 대학 교양 과정에서 1년, 매일 수학을 공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식인은 자신의 전공과 직접 관련이 없을 때는 하루빨리 수학의 악몽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양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수학을 교양이나 문화와는 관계없는 한낱 ‘술(術)’로만 여기는 풍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학문의 기반은 수학에 있다’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책은 두 번째 버전으로 나온 <수학의 유혹>이다. 전작이 교육계 등 단체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는 등의 인기에 힘입어 수학이 좀 더 재미있도록 엮은 것이다. 저자 강석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스포츠와 힙합을 사랑하며, 세상 모든 현상 속에 담긴 수학의 의미를 발견하고, 더불어 많은 학생에게 수학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강교수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미적분, 방정식, 함수 등을 이용해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수학의 즐거움과 연결시켰다. 이를테면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보며 흥분과 감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선수들이 달린 거리와 속도의 변화를 계산해보기도 하고, 영화 <아이큐>를 보며 순환소수를 설명하기도 한다. 2009년 가을 방영되었던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본 이병헌과 김태희의 ‘사탕 키스’ 장면에서는 김태희의 입 속에 들어간 사탕의 크기가 얼마인지 계산해볼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결국 강교수는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통해 가장 적당한 사탕 크기를 찾아낸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미분법을 적용해 사탕을 녹였는지 모르겠지만, 강교수는 이병헌이 걷고 뛰는 모퉁이를 돌아서 멈추는 시간을 재고 공식을 대입해 적당한 크기로 녹여내 김태희의 입에 쏙 들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강교수는 어렵고 머리 아프다는 수학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어 생활 속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스포츠, 드라마, 영화 등)에 수학의 수식을 대입해보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작지만 놀라운 해답을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로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강교수는 이 책을 ‘수학의 아름다움에 바치는 연애 편지’라고 말했다. “수학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학에 대한 애정이 필수이다. 우선 먼저 수학의 도도함을 사랑하고 수학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면 수학은 이미 우리 곁으로 조금씩 다가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누구든 학창 시절 수학 문제를 풀며 끙끙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습장 한 바닥이 새까맣게 될 정도로 문제를 풀어도 도통 답을 낼 수 없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우리에게 암기식 문제 풀이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 생생한 삶을 통해 수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이 책들에게서 느껴진다.

ⓒ김영사 제공

그렇지 않아도 시청률에 울고 웃는 방송계인데, 종합편성 채널이 등장하면서 제작 현장은 잔뜩 긴장한 듯하다. 더욱더 자극적인 내용을 주문해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듀서들은 ‘오락’을 요구하는 요구에 ‘오기’로 버틴다는 말까지 할 정도이다.

오기에 있어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사람이 박수용 프로듀서이다. 1991년 EBS에 입사해 20년 동안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그는,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오지에서 뭇 생명들과 생존의 몸부림을 함께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는 일명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기 위해 찾고 뒤쫓고 발견해 영상에 담아낸 <시베리아호랑이-3대의 죽음>으로 프랑스 ‘쥘베른 영화제’ 관객상, ‘블라디보스토크 국제 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근 그는 20년간 야생 시베리아 호랑이를 탐사했던 여장을 풀고 그 속에 담긴 치열했던 시간들을 정리해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김영사 펴냄)으로 엮었다.

그는 “자연은 연출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다”라고 고집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남다른 인내와 끈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동물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관찰했을 뿐이므로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할까.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조금 얹었다. 조금 더 얹은 이유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영혼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는 왜 호랑이를 좇아 시베리아로 갔을까. 그는 “호랑이를 기다리는 일은 자신을 기다리는 일이다. 영하 30℃ 오지의 땅을 파고 들어가 오지 않는 호랑이를 매일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났을까. 문득 눈 덮인 수풀 사이로 호랑이가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스윽 나타나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뜻한 느낌이 뭉클 솟아올랐다. 그리고 온몸의 모세혈관이 터질 듯 야생 호랑이를 영상 기록하는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라며 지난 시간을 반추했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생존과 안녕을 빌며 오지를 헤매던 그는 인간의 잔혹한 밀렵 현장 등을 목격하며 호랑이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품게 되었다. 그가 걷고 걸었던 길은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는 길이었다. 박수용 프로듀서는 현재 ‘네이처21’ 대표로서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계속 ‘자연’만 관찰하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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