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팔아 용돈 버는 ‘대학생 대리부’들이 설친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1.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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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횡행하는 실상 추적 / 대리부 스펙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종 아르바이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불임 부부에게 자신의 정자를 팔고 돈을 받는 일명 ‘대리부’가 그것이다. 여기에 남자 대학생들이 용돈 벌이를 위해 몰려들고 있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불임 카페’는 대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네이버 불임 카페에는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이 하루 평균 30~50여 개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 70~80%는 대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은 대리부를 일컬어 ‘누이 보고 뽕도 딴다’라고 말한다. 돈도 벌고, 성관계까지 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일부 대학생은 ‘무료 대리부’를 내세우며, 노골적으로 성적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대리부’가 어떤 것이기에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나서는 것일까. <시사저널>이 은밀하게 횡행하는 ‘대학생 대리부’의 충격적인 실상을 추적했다.

대리부와 의뢰인의 연결 창구는 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불임 카페이다. 대리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정자를 기증해드린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다 ‘대리부 지원’으로 바뀌었다. 법적 제재가 없자 공개적으로 대리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리부 지원자들은 불임 부부가 많이 찾는 ‘불임 카페’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리부 지원(전국 가능)’ ‘확실한 성공 보장’ ‘우월한 대리부가 지원해드린다’ ‘젊은 대리부 지원’ 등의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렇게 해서 불임 정보를 제공하던 불임 카페는 어느 순간부터 불임 부부와 대리부를 연결하는 ‘뚜쟁이 카페’로 전락했다.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을 보면 혀가 내둘러진다. 자신의 신상 정보인 외모, 학교, 성적, 질병 유무 등을 거리낌 없이 올리고 있다. 일부 대학생은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체 비밀이나 성 경험까지 서슴없이 공개한다. 의뢰인이 원하면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대리부들 사이에서도 ‘선택’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빗대어 “취업 경쟁보다 심한 것이 대리부 경쟁이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대리부 지원자들은 왜 비밀스런 개인 신상까지 공개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대리부는 여대생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대리모’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리모는 단순히 자궁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산모의 건강 상태 외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대리부는 남자의 정자를 여성의 몸에 착상해서 임신하는 방식이다. 즉, 대리부가 누구냐에 따라 아이에게 유전적인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불임 부부들이 우월한 유전자를 얻기 위해 대리부를 선택하는 기준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외모는 물론 성격, 가족력, 지능(IQ) 등까지 세세하게 따진다.

‘외고 졸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중 한 곳 경영학과 학생, 회계사 시험에 1차 합격, 아버지와 누나 모두 명문대 출신’. 대리부에 지원한 최 아무개씨(25)가 내건 자신의 스펙이다. 최씨가 ‘대리부’를 알게 된 것은 “피임 때문에 고민하다가 우연하게 (대리부를) 검색했다”라고 한다. 여기서 피임을 강조한 것은 ‘임신이 잘 된다’라는 것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또 “남들이랑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식성도 좋아서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라며 성격과 식습관 등도 소개했다. 키(1백74cm)에 자신이 없었던지 “(내) 누나는 여자치고는 큰 편이다”라고 적었다. 외모에 대해서는 “인상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대학 생활 내내 여자 친구는 계속 있었다. 성관계는 여자친구들 외에는 가져본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증빙 서류로 대학교 재학증명서를 보여줄 수 있다고까지 했다.

‘SKY 출신’ A등급, 1천만원 이상 받기도

또 다른 대학생은 “명문 K대라고 하시면 어딘지 아시겠죠? 23세, 키 1백75cm, 몸무게 65kg로 적당한 몸입니다. 담배는 안 하고 술은 약간만 합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수원, 인천 등까지 가능합니다”라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대학생은 “등록금 때문에 (대리부에) 지원하게 되었다. 자연 수정(성관계)을 통해 두 번의 경력이 있고, 모두 성공했다”라고 강조했다.

전국구 대학생 대리부도 있다. 대학 2학년(호텔조리과) 휴학 중이라는 26세의 대학생은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예쁘고 잘생긴 2세를 원하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각서와 증병서류 등을 보내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가능하다”라며 전국구임을 강조했다.

대리부와 의뢰인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몇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계약이 성사된다. 서로 비밀을 요하고 의뢰인의 요구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보통 인터넷상에서는 두 가지 만남의 형태를 띤다. 대리부 지원자가 카페에 글을 올리면 의뢰인은 메일이나 쪽지 등을 통해 1차 상담을 한다. 그리고 답장을 통해 연락처를 보내오면 전화로 2차 상담을 한다. 사진 등을 재차 요구해서 먼저 외모 검증을 거치는 의뢰인도 있다.

서로 조건이 맞으면 외부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난다. 의뢰인은 외모·성격을 꼼꼼하게 따지고, 대학 재학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을 통해 스펙을 점검한다. 그런 다음 가격 등을 협상한다. 여기까지 진행이 되면 의뢰인이 지정해주거나 신뢰할 수 있는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준다. 이때 ‘비밀 보장’ ‘임신 후 절대 연락하지 말 것’ 등에 대한 ‘비밀 각서’를 서로 작성한다. 그런 후 병원 등에서 정자를 채취한 후 여성의 몸에 착상한다. 물론 착상이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정자를 제공해야 한다. 정자 제공 방식이 아닌 자연 수정, 즉 성관계를 통해 임신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이때는 여성의 배란기 등을 따져 성관계를 갖는다. 임신에 성공할 경우 비로소 계약이 끝난다. 의뢰인은 대리부에게 약속한 계약금을 준다. 더러는 별도의 특별 사례금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 대리부들은 사례금으로 얼마나 챙기고 있을까. 대리모와 마찬가지로 대리부도 지원자들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대리모가 나이와 외모 등을 따진다면 대리부는 나이와 외모뿐만 아니라 학력·성적 같은 스펙도 좋아야 한다. 즉 외모와 스펙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기자가 대리부 지원자들을 분석해본 결과 크게 A, B, C, D 등급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A급은 최상위급이다. 나이가 20~30대 초반이어야 하고, 외모는 준수한 편이어야 하며, 키는 1백80cm 이상은 되어야 한다. 학력은 일명 SKY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이어야 한다. 물론 술·담배는 하지 않아야 한다. 유전적인 질병도 없어야 한다. 사례비는 1천만원 이상이라고 알려졌으나, 협상하기에 따라 더 높게 정해질 수 있다.

SKY 출신으로 금융계에 재직 중이라는 20대 후반의 한 대리부 지원자는 “중3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고1 때까지 유명 잡지사 모델 경력이 있고, 수학경시대회와 주식투자대회 입상 경력도 있다. 현재 VVIP 골프 모임 최연소 회원이다. 가격은 큰 것 한 장(1천만원) 생각 중이며, 인터뷰할 때 조율하겠다”라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B급은 키가 1백75cm 이상이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이상은 되어야 한다. 유전적인 질병이 없어야 한다. A등급과는 나이, 키, 대학, 술·담배 여부 등에서 차이가 난다. C급과 D급도 나이, 외모, 학력, 술·담배 여부 등에 따라 사례비가 달라진다. B급은 사례비가 5백만원 정도이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한 대리부 지원자는 “키는 1백75cm, 몸무게 69kg, 혈액형 O형이다. 사례금은 5백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임 부부와 대리부 지원자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났다. ‘전문 대리부’와 이를 중개하는 ‘브로커’의 등장이다. 대리부의 수명은 보통 20~30대 중반까지다. 대학생 대리부 중에는 2~3차례의 경험을 한 경우도 있다.

부산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인 한 대리부(27세)도 여기에 속한다. 그는 자신을 “중소기업에서 인턴 근무 중이며 4년제 대학 졸업반이다. 대리부 경험은 두 번째이고 자연 수정을 통해 정자를 제공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첫 번째 대리부 경험을 자랑 삼아 말했다. “지난번 시도에서도 칭찬 일색이었다. 워낙 신경 많이 써드리고 편안하게 해드려서… 이 일 말고도 연애 시절 전 여자친구들에게 몹쓸 시술을 받게 할 정도로 임신 무지하게 잘 된다. 이 일을 봉사적인 마인드로 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불임 카페에는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직업 대리부에 전문 브로커도 등장

대리모와 마찬가지로 대리부 브로커도 등장했다. 아직까지 브로커의 실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대리부 지원자들 사이에서 브로커의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20대인 한 대리부 지원자는 “브로커에게 제의를 받았지만 안 한다고 했다. 브로커들은 단순히 돈만을 위해 일을 한다”라고 말했다.

대리부 브로커들은 돈을 목적으로 한다. 대리부 브로커가 등장했다는 것은 상업적인 생명 거래가 활개를 친다는 뜻이다. 대리모 브로커들이 의뢰인과 대리모 양쪽에서 사례금을 챙겨왔듯이 대리부 브로커들도 비슷한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자 매매 사례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리부 브로커들은 돈벌이를 위해 우수한 대리부들을 확보하려 들 것이다. 직업 대리부들의 양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리부는 중독성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한 번 하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한다. 상업적인 대리부가 많아지면 그에 따른 피해자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임 부부들의 대리부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1백39곳에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출산을 원하는 불임 부부들을 위해 정자를 제공받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자은행들이 확보한 정자보다 시술하는 정자가 훨씬 많았다.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의 경우 지난해 정자를 직접 공여한 건이 71건이었으나, 불임 부부가 가져온 것은 두 배가 넘는 1백91건이었다. 차병원의 경우 정자 공여 건수는 하나도 없었으나 정자 피공여 건수는 65건이나 되었다.

불임 부부들이 정자은행을 기피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자은행을 이용할 경우 절차가 까다롭고 기증자에 대한 신상 파악이 안 되어 불안하기 때문이다. 비밀이 보장되고 우수한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대리부’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겨나는 이유이다.

불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김정숙씨(가명·여)는 “남편이 미성숙 정자뿐이라 ‘무정자’라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시험관 아기도 여섯 번째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정자 기증이 마지막 선택이다. 혈액형만으로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는 것은 망설여진다. 믿을 수 있는 경험자에게 인공 수정으로 정자 기증을 받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상 정자 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자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명백하게 법 적용을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점이 있다. 대리부가 불임 부부에게 정자를 주고 금품을 받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다. 실제로 금품 거래를 했더라도 대리부와 불임 부부가 부인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대리부 지원자들 중에는 ‘선의 제공’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리부가 횡행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얼굴도 모르는 형제·자매가 본의 아니게 결합해서 희귀한 유전성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정자 매매는 법에 따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임 부부들은 우월한 유전자를 원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로 인해 음성적인 정자 거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희귀 유전성 질환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자 거래를 양성화하고 보상 비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정자 기증 횟수도 제한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음흉한 대리부들의 ‘성 먹잇감’ 사냥

인터넷 카페에서 대리부를 찾는 불임 부부 중에는 여성이 많다. 부부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부인이 남편 몰래 대리부와 접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남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부부의 혈액형을 감안해서 대리부를 선택한다. 하지만 큰 위험이 뒤따른다. 자칫 가정이 파괴될 수도 있다.

대리부들 중에는 ‘성적 욕망’이 목적인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무료 제공’ ‘좋은 일을 하고 싶다’라며 선의를 강조한다. 이들의 말에는 진정성이 떨어진다. 정자은행에 제공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음흉한 욕망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대리부들은 또 정자 제공 방법에 대해 “의뢰인의 뜻에 따르겠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인공 수정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라며 의뢰인들에게 성관계를 유도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설계 일을 한다는 장 아무개씨(30)는 “대리부 경험 세 번 모두 성관계로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프로골퍼를 겸하며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 아무개씨(31)는 “대리부 경험이 두 번 있다. 모두 임신에 성공했다. 정자 제공과 성관계 두 번 다 해야 성공률을 높인다. 정상적인 성관계로 자연스럽게 생기는 아이가 건강하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 아무개씨는 아예 “성관계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경북에 산다는 양 아무개씨(54)는 “내년 4월 서울 지역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귀여운 아기를 가질 때까지 자원 봉사해드리겠다”라며 연락처를 남겨놓았다. 양씨 또한 성을 목적으로 한 대리부 지원자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경북대 식품공학과를 나와 식품회사 실험실에서 근무한다는 오 아무개씨(29)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아직 미혼이지만 임신 경력이 많아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금 여자친구가 임신한 상태라 결혼 날짜가 잡혀 있다”라고 자랑 삼아 말했다. 그러면서 “비밀은 제가 더 부탁드리고 싶다”라고도 했다. 오씨도 앞의 양씨와 같은 부류이다.

 

남편 몰래 대리부를 접촉하다가 범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대리부가 폭로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계속적인 성관계를 강요할 수도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빠와 다른 용모로 인해 친자 확인에 들어가면 더 큰 화를 감수해야 한다. 의뢰인과 대리부가 불륜 관계로 변해 남편과 이혼할 우려도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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