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기는 무슨 비밀 싣고 날았나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1.12.1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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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사일 기지 폭발 사고와 관련설 대두…단순 사고인지, 미국의 작전에 의한 폭파인지 논란

이란 테헤란 인근 핵 시설로 추정되는 공장에서 한 직원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 AP연합

3주 전 이란의 미사일 실험장에서 거대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 관리들은 이 사고로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이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 사고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들은 인터뷰에서 이 사고로 이란이 미사일 발사에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사일 발사에 액체 연료 대신 고체 연료를 사용한다는 말은 장거리 핵탄두를 발사하는 미사일 기술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이 고체 연료 기술을 획득했다면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한 단계 진전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폭발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은 아마도 이란의 기술 미숙으로 인한 ‘사고’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란도 ‘사고’라고 발표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이란의 핵탄두 운반 기술을 선제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계획을 앞당길 태세이다. 아울러 이란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가속화하는 의도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미국은 즉각 이란의 미사일 실험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첩보 및 사보타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비난해왔다. 때문에 미사일 발사장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란, 무인 스텔스 정찰기 격추했다고 발표

마침내 11월4일 의문의 폭발 사고 원인을 짐작케 하는 실마리가 나타났다. 이란이 미국의 최첨단 무인 스텔스 정찰기 RQ-170을 이란 동부 지역에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RQ-170은 미국의 최신예 무인 첩보기로 이 비행기가 이란에서 격추되었다면 이란이 이 첩보기에 대한 극비 정보에 접근하게 되었다는 말이 된다. RQ-170은 지난 5월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데 사용된 기종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은신처를 탐지하는 무인기로 사용되고 있다. 박쥐 모양의 이 무인기는 사진 촬영, 통신 감청, 전파 교란 등의 기능을 갖추고 적국 영공을 자유자재로 비행해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특수 재료로 도장되어 있다. 또한 고도의 컴퓨터 시스템으로 무장해 적을 기만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의 무인기가 이란의 비밀 핵시설 또는 미사일 발사장을 정찰하기 위해 이란 영공을 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으나 단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성명을 통해 이란이 말하는 무인기가 최근 서부 아프가니스탄에서 임무 수행 중 통신이 두절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종과 실종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성명으로 미루어 문제의 무인기는 실수로 이란 영공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미국 관리들은 말하지만 이란은 이를 반박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란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탐지하기 위한 대통령 명령을 수행하는 첩보기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CIA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도 애매한 논평만 하고 진실을 공개하지는 않아 무인기를 둘러싼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이란의 폭발 사고를 둘러싼 수많은 추측 가운데 이란 미사일 기지가 정체불명의 ‘무기’에 피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주목을 받는다. 따라서 어떤 무기(폭탄 혹은 미사일)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면 이 무기가 RQ-170에서 발사되었다는 가정도 성립된다. 이 가설을 좀 더 확대하면 미국이 RQ-170을 이란 상공에 침투시켜 미사일 기지를 발견하고 이를 폭파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 정보 당국은 현재까지 RQ-170이 무장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폭발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이 사건은 이란 상공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란이 유엔의 제재를 받으면서 고체 연료를 확보했다면 그 원료는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국이 어디인지는 미궁에 싸여 있다.

미국, 첩보기 관련 극비 기술 유출 우려

지난 11월17일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AP연합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이 미사일 발사 수단을 고체 연료 엔진으로 전환했다면 전략적 함축성에서 일대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로 미루어 이란은 핵탄두를 먼 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이런 분석은 핵탄두 개발에 근접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근 보고서와 맞물려 이란이 핵 위협국으로 등장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란은 지난 11월12일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이란 미사일 개발 책임자 하산 테흐라니 모가담 장군을 포함한 숫자 미상의 ‘순교자’들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모가담의 사망은 이란의 최고 미사일 기술진의 상실을 의미하며 이는 이란 미사일 개발의 지연을 뜻한다. 모가담의 장례식에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이니도 참석했다. 그만큼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의미이다.

이란 국영 방송은 컴퓨터를 이용한 요격 프로그램으로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부인하고 단순한 기체 고장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 사가 제작한 RQ-170은 크기, 항속 거리, 비행 고도, 무장 여부 등 일체의 재원이 극비에 부쳐져 있고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폭스뉴스는 이 비행기의 대당 가격이 6백만 달러라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설사 이란이 이 비행기를 수중에 넣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 첩보기의 기술을 활용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비행기에 관한 정보가 미국의 잠재적 적대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에 들어갈 경우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고 관리들은 우려했다.

일련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란에 RQ-170을 투입했다는 의혹을 자아낸다. 일부 분석가들은 심지어 이란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도 RQ-170에 의한 작전 결과일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미국은 RQ-170이 무장하지 않은 무인기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작전 중인 무인기 ‘드론(drone)’이 무장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RQ-170이 공격 무기를 탑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 내 폭발 사건과 RQ-170 실종 사건은 결과적으로 미국과 그 적대국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불꽃 튀는 공중 첩보전의 단면을 보여준다. IAEA가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발표했을 때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의문투성이의 두 사건으로 인해 미국이 이미 군사력을 동원해 이란 핵을 제거하는 데에 나섰다는 추측이 나온다. 어떤 경우에도 이란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결의로 미루어볼 때 RQ-170 사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제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이 핵을 둘러싸고 사생결단의 공중 첩보전에 돌입한 인상을 준다. 바로 그 운명의 대결이 엉뚱하게도 이란 미사일 기지 폭발과 RQ-170 실종 사건으로 일부 정체를 드러냈을 뿐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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