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학적 접근은 그만 끝내자
  • 성병욱 │ 인터넷신문 심의위원장 ()
  • 승인 2011.12.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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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오동잎을 보고 가을이 깊었음을 깨닫듯이 정당의 이합집산을 보니 벌써 선거철임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이합집산은 유난스럽다. 광복 후 수백 개의 정당이 명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가 본격화된 1980년대 중반 이후에만도 당명이 헷갈릴 지경이다.

선거 때만 되면 으레 통합 신당들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노선, 정강 정책, 얼굴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몇몇 새로운 얼굴들이 구색 맞추듯 추가될 뿐이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신군부가 만든 민주정의당(민정당)에 뿌리가 닿는다. 그 민정당이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 1월 김영삼의 민주당, 김종필의 공화당과 합당해 민주자유당(민자당)으로 확대되었다. 민자당을 발판으로 집권의 꿈을 이룬 김영삼은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종필의 공화계가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결성하자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꿨다. 신한국당은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이회창 후보가 조순 전 서울시장 등을 끌어들여 한나라당으로 바뀌게 된다.

야당인 민주당의 뿌리는 1985년 구 신민당 세력이 결집한 신한민주당(신민당)이다. 김영삼, 김대중이 대주주였던 신민당은 1987년 5월 두 김씨가 탈당해 통일민주당(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사라졌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계는 민주당을 버리고 평화민주당(평민당)을 만들어 대선에 뛰어든다.

민주당이 3당 합당으로 여당에 합류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김대중은 1991년 4월 당명을 신민주연합당으로 바꾼 뒤 9월 이기택·노무현 등 민주당 잔류파와 합당해 민주당 간판을 내걸고 대선에 나선다. 대선 후 정계를 은퇴했던 그는 정계 복귀와 재출마를 결심하면서 1995년 민주당을 떠나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든다. 대통령이 된 뒤 새 밀레니엄을 맞아 당명을 새천년민주당으로 바꾼다.

새천년민주당 후보였지만 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내외 지지 세력만으로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한다. 그러나 2007년 대선 및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열린우리당 및 민주당의 탈당파가 대통합민주신당을 꾸리고 다시 열린우리당 및 민주당 잔류파까지 합쳐 민주당 간판을 다시 달았다.

지금도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친노 세력이 주축인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을 합쳐 통합 야당을 만드느라 부산하다. 양대 선거에서 야당 지지표의 분산을 막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시민운동가 몇몇을 빼면 결국 도로 새천년민주당이다. 기득권을 버리고 보수 세력을 결집해 재창당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고창되기는 여당인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여야 의원들의 위기의식은 이해할 만하고 우리 정치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정치인의 물갈이, 문제의식, 소명감과 정치의 문제 해결 능력 및 행태 같은 소프트웨어의 변화여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선거를 앞두고 당명이나 바꾸고, 그때 그 사람들을 다시 끌어들여 신장개업하는 식의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속만 보일 뿐이다. 결국 국민을 속이자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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