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과 불신’에 쫓기는 임기 말 위기의 대통령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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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 국정 운영 실패에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져 ‘불명예’

2011년 ‘최악의 인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정되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전국적인 분노에 휩싸였던 광주인화학교 재단 등이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기자 추천 및 독자 투표를 모두 합산한 결과 이대통령이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권력형 비리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 사회에 충격을 안긴 강력 범죄자 등이 주로 ‘최악의 인물’로 선정되어왔던 역대 전례에 비추어볼 때 현직 대통령이 이에 포함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상당한 수준임을 짐작하게 한다.

집권 마지막 5년차를 눈앞에 둔 지금, 이명박 정부가 받아든 국정 운영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특히 서민 경제 개선 효과가 상당히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의 혜택이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고물가 행진, 전세가 폭등, 청년 실업 문제 등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표현의 자유나 인권 등 민주주의적 가치가 퇴보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은 정권 말기까지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그 효용을 의심받고 있다. 최근 ‘김정일 사망’ 정국에서는 정보 당국의 무능함까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신을 부채질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반부터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임기 4년차인 올해까지도 4대강 사업,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등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면서 ‘불통’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최근 전국의 대학 교수 3백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되기도 했다. 정부의 소통 부족 및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라는 뜻의 사자성어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올해에는 이대통령 개인을 둘러싼 악재도 많았다. ‘내곡동 사저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서울 내곡동에 아들 이시형씨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시사저널>의 특종 보도로 밝혀졌다. 퇴임 후 사저를 왜 아들 이씨가 구입했는지, 토지 매입에 든 17억원의 출처는 어디인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특히 사저 부지는 헐값에 구매하고 경호 부지는 비싸게 구매했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까지 일었다. 지난 10월17일 사저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나, 의혹은 풀리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집권 4년차에 친인척 비리 잇따라 터져

ⓒ 연합뉴스
최근 이대통령 주변이 친인척들의 비리로 들썩였던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로비 청탁과 함께 4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2월14일 구속되었다. 대통령의 형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또한 측근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종화씨는 불법 M&A(인수·합병) 과정에 개입된 혐의로 금융위원회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정권 말기에 접어드는 지금, 이른바 ‘권력 실세’들의 비리 의혹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대통령의 집권 4년차였던 2011년은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이대통령 개인과 그 주변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정부와 정치권 전체를 불신하는 상황까지 몰고 왔다. 이대통령이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갈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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