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의 중심에 ‘신화’ 새기고 영면하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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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 평가받아

<시사저널>은 경제 분야 올해의 인물로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를 뽑았다. 잡스는 지난 10월5일 한밤중에 영면했다. 세계는 우상(아이콘)을 잃었고 미국은 영웅을 보내야 했다. 전세계는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정보기술(IT) 분야 사업가의 최후가 아니라 선지자나 멘토의 상실로 잡스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계는 선지자를 잃었다.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그가 만들어낸 디지털 기기를 통해 알았다는 사실보다 그의 성공에 대한 더 나은 찬사는 없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잡스는 컴퓨터 과학, 공학,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IT 산업을 재창조했다. 맥북에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 제품을 잇달아 세상에 내놓으며 전세계 IT 산업의 질서를 재편했다. 또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결합해 음원과 소프트웨어의 유통 체계를 바로 세웠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곳에 자리하며 그가 창안한 제품과 사업 형태는 전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잡스는 탁월한 사업가이지만 사업의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는 자기 직감과 통찰력을 철저하게 신뢰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장조사 기관이나 컨설팅업체에 의존하지 않았다. 존 라세터 월트디즈니와 픽사 CCO(최고 창의성 책임자)는 “스티브는 ‘노래 1천곡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어떻겠나, 사진 1천장을 가지고 다니면 어떻겠나, 동영상을 쉽게 편집할 수 있으면 어떻겠나’라고 끊임없이 되묻곤 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TV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찰리 로스가 지난 1996년 위기에 처한 애플로 돌아갈 것인지 묻자 잡스는 “애플을 구할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내 말을 듣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장 변화에 타협하지 않았던 ‘선지자’

2011년 10월6일 영국 런던의 한 애플 상점 앞에 설치된 스티브 잡스 추모 포스터. ⓒ EPA연합
잡스는 세상이나 시장 변화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갔다. 그는 소비자나 임직원을 존중하기보다 설득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곤 했다. 그가 성공 못지않게 실패를 거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맥OS라는 최고의 운영체제(OS)를 가지고서도 빌 게이츠 MS 창업주와 벌인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참패했다. 지난 1985년에는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9년 만에 쫓겨나기도 했다. 애플에서 쫓겨나 절치부심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어 개발한 넥스트라는 컴퓨터는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의 전기에서 ‘잡스는 시장 변화에 맞추기 꺼리고, 쇄신에 나서기를 주저했다. 임직원에게 느닷없이 소리 지르는가 하면 장광설로 임직원을 괴롭혔다. 당시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가 1996년 애플에 돌아왔을 때는 새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악마적 천재성을 적절하게 통제해 애플을 구하는 데 사용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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