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선정 2011 ‘올해의 인물’ 안철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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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올해의 인물’
정치
박원순 서울시장│경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사회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문화 나는 가수다(MBC 프로그램)│국제 시위대│과학 박완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스포츠 평창동계올림픽 시민 유치단│연예 K-POP 열풍│최악의 인물 이명박 대통령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비정치인인 그이지만, 국내의 어떤 유력 정치인도 그의 정치적 인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를 잡았다. 불과 몇 달 사이 그는 한국을 이끌어갈 차기 지도자감으로 우뚝 섰다. 그는 올해 하반기 정국을 뜨겁게 달군 열풍의 주인공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의사에서 벤처사업가 그리고 교수로서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온 그를 <시사저널>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해마다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의 의견도 모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올해의 인물’은 기자들과 독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선정했다.

안철수 원장과 함께 ‘올해의 인물’을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한 인물은 ‘애플 신화’를 일군 고 스티브 잡스였다. 하지만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과 독자 의견 모두 안원장을 1위로 꼽았다. 국내와 해외 인물이라는 차이도 있지만,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잡스의 경우 선정 과정에서 그의 죽음이 가져온 극적 요소가 일부 작용한 측면이 있다. 반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급부상한 안원장의 행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는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안철수 현상’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청년 실업과 소통 부재, 과다 경쟁과 사회 양극화, 이념 대립과 정치 불신 등 ‘미래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하지만 이를 앞장서 해결해나갈 마땅한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안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많은 사람이 그가 ‘해결사’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9월7일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공과대학교에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왼쪽)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자료사진

안철수는 청년 멘토 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계기로 요구가 폭발했지만, 예전부터 안원장은 정치권의 영입 1순위였다. 여든, 야든 그를 붙들기 위해 갖은 공을 들여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젊은 층의 지지가 우선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안원장의 경우 단순히 높은 인기에서 비롯된 지지가 아니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지라는 점에서 유명인 한두 명을 영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젊은 층 표심 잡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여야 정당의 입장에서는 ‘안철수 카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안원장은 일찌감치 ‘청년 멘토’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20~30대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로 첫손에 꼽혀왔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고려하던 시기에 안원장은 전국을 돌며 진행한 ‘청춘 콘서트’를 통해 청년들을 직접 만나 소통을 이어왔다. 그는 어깨가 처진 이 시대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이러한 교감을 경험한 것은 안원장이 지닌 중요한 정치적 자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민심 표출 이다

안철수 원장이 여전히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데는 ‘안풍(安風)’ 속에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民心)’이 담겨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열풍’은 안원장 개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는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공정 사회를 외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실용주의를 앞세우지만 그 효과는 찾기가 어렵다. 국민 다수가 자신의 삶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여기지 않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원장의 경우 현재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더 많이 부각이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신교수는 이를 ‘독한 사장과 착한 사장의 차이’로 설명했다. 이대통령과 안원장은 모두 기업 CEO 출신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비치는 이미지는 상당히 다르다. ‘독한 사장’인 이대통령이 성장주의를 상징한다면, ‘착한 사장’인 안원장은 복지주의를 상징한다. 성장을 우선하는 ‘독한 사장’은 이제 과거로 사라지고 있다. 대신에 복지를 지향하는 ‘착한 사장’이 미래를 책임질 가능성이 커졌다.

안철수는 탈정치인 이다

안철수 원장이 급부상한 것은 비단 현 정권에 대한 반발 때문만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물론이거니와 야당 또한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이 안원장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팽배해져 있는 셈이다. 정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은 정치권 바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결국 ‘안철수 현상’은 우리 정치가 직면한 한계이자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여야 대결 중심의 정치가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런데 국민의 눈에는 여야 모두 정치적 기득권층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구도를 깰 수 있는 인물로 안원장이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박원순 시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에서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율 50%’가 ‘지지율 5%’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기존의 정치 셈법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중도 성향 이다

안철수 원장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확장성이 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다수 정치 전문가는 안원장의 경우 이념적 색채가 옅다고 보고 있다. 굳이 전통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온정적 보수주의 내지는 중도 정도로 규정한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이러한 성향을 잘 보여준다. 당시 1천5백억원 가치였는데 현재는 2천5백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이라고 하지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만큼 큰 금액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안원장의 가치 지향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들 교수의 시민적 공동체주의와 가까워 보인다. 사회에는 더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이 있지만,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원장이 그동안 강조하고 또 실천해온 부분이다. 이념 지형에서 본다면 ‘따뜻한 보수’ 정도로 여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철수는 대권 주자 이다

선거의 해인 2012년, 안원장은 과연 어떤 역할을 맡을까. 이미 유력한 대권 주자 대열에 올라 있는 그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지만,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그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그가 결국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성공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쇄신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여야 정당이 총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느냐이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정치판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그런 만큼 정치권에 뛰어들기까지는 조심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특히 대권 도전의 경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인기가 높다고 될 일이 아니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안원장의 경우 주변의 출마 요구가 엄청날 것이다. ‘박근혜 대항마는 안철수밖에 없다’라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과거 양김 단일화 때보다 더한 요구가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그런 만큼 ‘안풍’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정치 상황에 따라 ‘정치인 안철수’가 2년 연속 ‘올해의 인물’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안철수’가 말하는 안철수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안철수’씨가 산다. 동명이인(同名異人), 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같은 이름을 지닌 사람들이다. 전국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과연 안원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전화번호부 인명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 10명의 안철수씨에게 “안철수 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안철수
(39, 울산 동구, 회사원)
평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맘에 들더라. 정치를 하러 나와도 괜찮다는 생각은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 아닌가. 그 부분이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안철수
(39, 경남 거제, 연구원)
솔직히 큰 관심이 없다.
이름이 같다 보니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 뿐, 그 이상으로 생각해본 것은 없다.

안철수
(44, 부산 금정구, 대학교수)
하는 일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특히 백신 보급 같은 사회적 공헌을 생각하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를 하는 것은 그분이 판단해야 할 몫이며, 주위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안철수
(51, 경북 구미, 자영업)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참신한 인물이 관심을 끄는 것이다. (안원장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한 것 때문에 참신한 인물인 것은 맞다. 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지금 정치인보다는 낫다는 정도이지, 정말 (정치적) 능력이 있어서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안철수
(52, 충남 예산, 자영업)
컴퓨터 쪽으로 일했던 사람 아닌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새롭게 정치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호감이 간다.

안철수
(55, 전남 순천, 회사원)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이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정도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멘토, 나아가 존경할 만한 어른으로 남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안철수
(57, 경기 시흥, 회사원)
TV에 나오는 것을 자주 보기는 했다. 기본적으로 호감은 있는데, 딱히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안철수
(60, 강원 정선, 농업)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 보았다. 대단한 사람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요즘 정치를 한다, 안 한다 주변에서 말이 많은데, 사람에게는 각자 자기의 길이 (정해져) 있는 것 아니겠나. (안원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

안철수
(63, 충북 청주, 은퇴)
호감이 가는 사람이기는 한데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아서 그 이상은 얘기하기 힘들다.


안철수
(81, 경남 창원, 은퇴)
기업과 학교에서 자기 할 일을 잘했으니 그만한 사랑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단순히 남이 자기를 좋아해준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만약 (안원장이) 정치가로 나선다면 착실하게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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