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탁구공 크기, 반찬은 골고루”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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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권하는 ‘중년들의 건강 식습관’ / 열량 따지기보다 다양한 영양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

ⓒ honeypapa@naver.com

식습관을 바꾸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무조건 육식을 채식으로 바꾸면 된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40대 중반인 주부 김미정씨가 잘못된 식습관 바꾸기 때문에 고생한 경우이다. 그는 고기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을 갖기 시작한 이후부터 잔병에 시달렸다. 김씨는 “최근 환절기마다 감기를 달고 산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도 몽롱한 상태로 아침 시간을 보낸다. 매일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하는데도 늘 기력이 없고 처지기만 한다”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그는 육류 섭취를 늘리라는 처방을 받았다. 평소 고기를 거의 먹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40대 이상은 몸의 움직임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시기이다. 그런데도 건강을 챙긴다며 소식하고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나이에 먹는 양까지 줄이면 체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예전에 없던 변비가 생기고 짜증도 곧잘 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 고기를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먹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평소에 고기를 꾸준히 먹어야 한다. 몇 g 먹으라고 하면 단박에 어느 정도 양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고기를 탁구공만 한 분량으로 이틀에 한 번 정도 먹으라고 처방한다. 이 정도로는 콜레스테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근육 손실을 막아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체중 강박증에 시달려 고기를 먹지 않고, 소식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젊을 때 먹던 음식량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골고루 먹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하루 세 끼 중 두 끼니를 한식으로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다. 그렇다면 손쉽게 음식을 골고루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 가지가 있다. 몸에 좋다는 특정 음식을 고집하는 방식을 버리는 일이 우선이다. TV 등에서 몸에 좋다는 음식을 전파하면, 다음 날 그 음식이 슈퍼마켓에서 동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식이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방법은 열량보다 영양소를 따지는 일이다. 체중 조절을 위해 음식의 열량만 계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매번 열량을 측정하면서 식단을 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영양소를 따지는 편이 골고루 먹기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고기 반찬에 밥을 먹고 우유를 마시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섭취한 셈이다. 여기에 섬유질을 보충해주는 의미에서 과일을 챙겨 먹으면 된다. 특히 직장인은 집과 가정에서 식사를 하는데 자칫 아침에 빵을, 점심으로 국수를 먹을 때가 있다. 하루 세 끼 중에 두 끼니에서 탄수화물을 섭취했으므로 저녁 식사는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성분의 음식(육류, 콩, 두부, 채소 등)을 먹으면 영양소를 골고루 챙길 수 있다. 또 이틀에 한 번 고기나 생선을 먹더라도 그 종류를 달리하면 좋다. 같은 고기나 생선이라도 종류에 따라 영양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한식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밥은 간이 없어서 반찬을 함께 먹는데, 반찬을 달리하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하루 세 끼 중 두 끼니는 밥이 있는 한식으로 챙겨 먹으면 좋다. 밥을 적게 먹기 위해 반 공기만 먹는 사람이 많은데, 적어도 3분의 2 공기는 먹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체력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하게 간식을 찾지 않게 되어 살이 찌는 것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인의 하루를 따라가보자. 중견 기업에 다니는 고낙경씨(46)는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한다. 직장에 도착하면 커피를 마시며 일과를 시작한다. 점심 식사는 직장 동료와 전골을 즐겨 먹는다. 저녁은 시간에 여유가 있으므로 많이 먹는다. 회식 등으로 술을 마시면 그 양은 더욱 늘어난다.

이처럼 직장인들은 매 끼니마다 식사량이 제각각이다. 하루 권장 열량은 2천~2천5백kcal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먹는 한 끼를 6백~7백kcal로 맞추면 된다. 이를 쉽게 계산하자면, 밥 한 공기, 생선 반 마리, 나물 2~3가지, 김치, 국 정도의 식단에 해당한다. 여기에 간식으로 커피나 우유를 마시면 하루 열량은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문제는 직장인의 과한 저녁 식사이다. 특히 고기를 곁들여 술도 마신다. 이틀에 한 번꼴로 반찬으로 먹는 고기와 달리 술과 함께 먹는 기름진 음식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김미영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과 함께 기름진 음식을 먹는 습관이 문제이다. 평상시에는 간에서 만들어진 지방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해 저장되지만, 음주 후에는 그대로 간에 지방이 축적되어 지방간의 원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아침을 거르는 습관은 더 큰 문제이다. 에너지가 있어야 뇌가 작동하고 육체에 힘이 생긴다. 그런데 아침을 거르거나 먹는 둥 마는 둥 하면 오전 시간에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기가 힘겨워진다. 저녁을 조금 적게 먹고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으라고 하는 이유이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우리 몸은 간에 저장해놓은 것을 빼서 에너지로 만들어 쓴다. 이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아침에 음식을 먹으면 바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어 뇌 회전이 빨라지고 육체적 노동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점심을 과하게 먹지 않게 된다. 결국, 편한 몸 상태를 유지하려면 저녁을 적게 먹고 아침과 점심을 꼭 먹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식사 전후 물 삼가고, 간식은 약간의 과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식습관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식사 때 물을 마시는 행동이다. 김교수는 “소화의 첫 단계는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게 하고 음식을 잘게 부수는 치아의 저작 작용(씹는 작용)이다. 그런데 식사 도중에 물을 마시거나 밥을 국에 말아 먹으면 음식물이 빠르게 식도로 넘어가서 씹는 일을 생략하게 된다. 이것은 소화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식후에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위의 소화액이 희석되어 소화 능력에 방해를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위가 전체적으로 무기력해지면서 아래로 늘어지는 위하수증에 걸릴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루 세 번의 식사 사이에 배가 고플 때가 있다. 특히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했거나 육체 노동을 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이때 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 좋다. 출근할 때 토마토, 바나나, 사과를 간식으로 준비해오면 된다. 과일에 있는 당분은 머리 회전과 육체적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또 집에서 저녁 식사 후에 배가 고플 때에도 과일을 먹으면 좋다. 다만, 대다수 과일은 100kcal 이상으로 열량이 높은 만큼 식사를 마친 직후보다는 식사를 마치고 2시간 후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일은 깊은 잠을 자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자는 동안에도 뇌는 낮 시간의 기억을 저장하거나 꿈을 꾸는 등의 일을 한다. 이때 필요한 성분이 당분이기 때문이다. 당분이 부족하면 잠을 자더라도 깊은 잠에 빠질 수 없다고 한다.

한편, 과일에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일을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이 늘었다. 항산화 물질이 특히 많이 있다는 과일만 찾는 사람도 있다. 항산화 물질이 많은 과일 한 가지와 그 물질이 다소 적은 과일 네 가지를 먹을 때를 비교 연구한 결과로는, 후자에서 항산화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왼쪽 부터) ⓒ 시사저널 전영기,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전영기

아침
밥 식사가 어렵다면 닭가슴살과 채소를 섞은 샐러드가 대안이다. 뇌와 육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다.  

점심
된장찌개 백반과 같이 가벼운 한식이 좋다. 아침에 고기를 먹었다면 점심에는 생선을 챙기면 좋다. 육류와 생선은 이틀에 한 번꼴로 섭취하면 된다. 양은 탁구공 크기 정도면 적당하다. 

저녁
두부·콩 등 식물성 식단으로 하루의 영양 균형을 맞춘다. 다만 코스 요리가 줄줄이 나오는 정식은 열량이 2천kcal 이상이므로 피한다. 회식 때에 먹는 양을 지금보다 4분의 1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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