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족’ 몰렸던 친노 부활의 날개 펼까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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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삼각 편대 앞세워 PK에 ‘배수진’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깃발 들고 일제 돌격

중국 후한(後漢) 시절, 조조는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에게 ‘적벽대전’에서 대패했다. 제갈공명은 ‘동남풍’이 불 것을 미리 예측하고, 거기에 맞는 화공(火攻) 전술을 짜냈다. 그것이 적중하면서 조조의 군선(軍船)들은 화염에 휩싸였고, 크게 패한 조조군은 화북으로 쫓겨가야만 했다.

한때 ‘폐족’(廢族)으로 몰렸던 ‘친노’ 그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근거지인 부산·경남(PK)을 중심으로 승전의 바람인 ‘동남풍’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깃발을 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 이른바 ‘문·성·길’ 3각 편대가 부산에서 4·11 총선에 출격한다. 지난해 12월26일, 문이사장은 공단 밀집 지역인 사상구에, PK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문대표는 2000년 노 전 대통령이 출마했다가 낙선한 북·강서 을에, 김 전 장관은 기존의 지역구인 영도를 떠나서 부산진 을에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한때 부산 출마가 점쳐졌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이사장의 선거를 돕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근생(同根生)’인 친노 그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후보로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우선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친노 그룹부터 살펴보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을 역임한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김형준 예비후보와 사하 갑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남구 을, 전재수 전 대통령 제2부속실장은 북·강서 갑에 각각 진을 쳤다.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김인회 인하대 교수는 연제구에, 이해성 전 조폐공사 사장도 중·동구에 뛰어들었다.   

부산 지역 출마를 선언한 문성근 대표·김정길 전 장관·문재인 이사장(왼쪽부터). ⓒ 연합뉴스

이해찬 전 총리, 세종시가 독립 선거구 될 경우 ‘출마 가능성’ 점쳐져

경남 지역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을 지역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지난해 4·27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과의 ‘일합’을 벼르고 있다. 경남 양산에서는 송인배 전 행정관이 지난 재·보선에 이어 또 도전장을 냈다.

언론인 출신인 김종민 충남도 전 정무부지사는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에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대변인을 지냈다. 김성진 전 청와대 행정관은 마산 갑, 하귀남 변호사는 마산 을,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조원 진주과학기술대 총장은 진주 갑에서 한나라당 후보와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김해 갑에서는 참여정부에서 군 인사 비리 수사를 맡았던 민홍철 변호사와 정영두 전 청와대 행정관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PK 지역 언론에서는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를 감안할 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PK 지역에서 최소 10석 이상은 획득할 수도 있다’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 공략에 나선 친노 인사도 적지 않다. 서울 관악 을에는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이 지역은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선점한 가운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표밭을 다지고 있어 야권 단일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현역인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과 서울 중랑 을에서 ‘말싸움’ 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5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남동 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기 안산 상록 갑에, 황희 전 청와대 행정관은 안산 단원 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경기 용인 기흥구에서 국회 입성을 노린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사직한 후 2004년부터 일찌감치 정계에 뛰어든 박범계 민주통합당 대전시당 공동위원장도 대전 서구 을 지역에서 발품 팔기에 여념이 없다. 최초의 여성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최장수를 기록한 김현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은 비례대표로 나서며 1월11일 국회에서 <세상이 달라졌어요>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또 한 명 이목을 끄는 인물은 이해찬 전 총리이다. 충남 지역에서 세종시가 만약 독립 선거구로 신설될 경우 거기서 출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지역에서 계속 나돌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세종시 인접 지역인 충남 청양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세종시 건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친노 그룹의 한 축이었던 국민참여당과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파 등이 합당한 통합진보당 깃발 아래 출사표를 던진 친노 인사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영대 전 의원 등의 출마 의지가 강하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서울 은평 을에서 ‘MB의 남자’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에게 정면 도전한다. 이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30일 별세한 ‘민주화 운동의 대부’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 갑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 전 의원은 지역구 분구가 거의 확정적인 경기 파주에서 출마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 18대 총선 불출마했던 후보들, 19대에는?  

2008년 18대 총선 때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결국 ‘자의 반 타의 반’ 출마를 포기해야 했던 정치인들이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여부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월4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7대와 18대 총선 때도 경남 거제에서 출마 준비를 했으나, 중도에 포기했기 때문에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그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승리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18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한길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관심이다. 김 전 의원은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부인 최명길씨와 함께 등장해 “정치를 재개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정가의 관측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때 서울시장 후보군에도 올랐던 그가 서울 용산이나 ‘여권 실세’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 을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측근은 “김 전 의원이 아직까지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부산 사상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권철현 전 주일 대사의 컴백 여부도 주목된다. 권 전 대사는 18대 총선 당시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배려로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 이상 주일 대사로 근무했다. 이번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사상에서 4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가에 나돌고 있다. 만약 이 지역에 출마할 경우, 이미 출사표를 던진 ‘야권의 대선 주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빅매치가 예상된다. 

탤런트에서 정치인으로, 다시 탤런트로 변신했던 정한용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서울 구로 갑에서 국민회의 당적으로 15대 국회의원을 한 정 전 의원은 이후 자민련으로 옮겼다가 2003년 정계를 떠났다. 충주가 고향인 그는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충주시장 도전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한 바 있다. 충주에서는 정 전 의원의 출마설이 꾸준히 나돈다. 이 밖에도 지난 18대부터 꾸준히 출마설이 나돌았던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전남 광양, 여수 을 출마 여부도 지역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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