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내전 현장에 뛰어든 사진작가들의 초상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2.02.0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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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뱅뱅클럽>

ⓒ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뱅뱅클럽>은 1990년대 초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수단에서 내전과 기아의 참상을 찍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실존 인물들을 그린 극영화이다. 영화는 1990년 만델라가 석방되고, 인종 분리 정책이 폐기되었던 때부터 1994년 총선으로 만델라가 집권하기 전까지의 시기를 그린다. 이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흔히 화해 무드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혈 참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9백만명의 인구를 지닌 줄루족을 기반으로 한 인카타 자유당은 만델라가 이끌던 ANC(아프리카민족회의)와 대립한다. ANC가 인종 화합 정책을 지향하고 좌파 성향이었던 반면, 인카타 자유당은 줄루족의 독립을 지향하고 친자본주의적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ANC와 인카타의 흑-흑 갈등이 심화되면서, 양측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백인 정부와 ANC와 인카타 사이에 폭력이 순환했고, 그 생생한 분쟁 현장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모여들었다.

영화는 신참인 그렉이 인카타 숙소까지 찾아가 ANC 지지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불태워 죽이는 장면을 찍어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되는 과정을 생기 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성공담이나 무용담이 아니다. 영화는 분쟁 사진작가가 본질적으로 맞닥뜨리는 질문을 피해가지 않는다. 남의 불행을 찍어 출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것이 윤리적 최선일까. 그렉의 동료 케빈은 수단에서 기아로 죽어가는 소녀를 노리는 독수리를 찍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이후 쏟아진 “소녀는 어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다.

케빈은 “좋은 사진은 질문을 던지는 사진이다”라고 말한다. <뱅뱅클럽> 역시 사진가, 다큐멘터리스트, 인터뷰어 등 기록하는 자들이 직면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질문으로 던진다. 답은 없다. 다만 그 질문을 끝까지 안고 가면서,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윤리적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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