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의 사랑 되찾아 오겠다”
  • 김세희 기자·홍재혜 인턴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2.02.0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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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대 싸이더스FNH 대표이사 /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따뜻한 영화 만들고 싶어”

이한대 싸이더스FNH 대표이사 1977년 서울생1996년 서울 영동고등학교 졸업 2004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2010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Marshall MBA과정 수료 2004년 ~ 2008년 CJ nKino, CJ 엔터테인먼트 2008년 ~ 2009년 nPlatform 2010년 ~ 현재 KT 그룹미디어전략1팀 과장ⓒ 시사저널 전영기

34세에 KT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 게다가 과장에서 대표이사로, 그야말로 파격 인사이다. 당연히 세간의 눈과 귀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화려한 조명을 받은 만큼 특별한 무언가를 예상하며 인터뷰 장소로 들어섰다. 그런데 입구부터 자못 단출하다. 직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대표이사의 방으로 보이는 작은 사무실마저 텅 비어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상도 바깥으로 옮겼다.” 이한대 싸이더스FNH 대표이사 내정자(이하 대표이사)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싸이더스FNH는 영화와 콘텐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KT 계열사이다.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서는 영화, 열정, 승부욕이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았다. “내가 꿈꾸는 모습에 가까워지도록 점차 변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힌 이한대 대표이사를 지난 1월16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만났다.

초고속 승진이 화제가 되었다.

일단 이런 중책을 맡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아직 한창 배우고 있는 단계였다. 영업부터 시작해서 마케팅, 컨설팅도 하고 전략실에서도 일하며 계속 배우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젊은 감성을 지닌 과장을 파견시켜 영화 분야를 맡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축구를 보면 그렇다. 축구를 하다 보면 톱플레이어의 퍼포먼스가 안 좋을 때 과감히 2군 신인 선수를 넣어서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싸이더스FNH의 직원 수는 열 명 정도이다. 나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팀장에 가깝다. 더군다나 지금 싸이더스FNH는 과거보다 매출도 적어졌고 회사 사정도 어렵다. 사실 윗분들의 생각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후보 선수인 젊은 사람에게, 아직 배우고 있고 영화 쪽에서 전략을 맡았던 담당 과장에게 한번 가서 회사를 살려보라는 미션을 준 것 같다.

젊은 나이가 부각되고 있는데, 부담은 없는지….

업(業)의 특성이라는 것이 있다. 영화도 그렇고 IT나 벤처기업을 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젊다. 미국에서도 이쪽 업계에서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부사장에 해당하는 직급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분야에서 10년 넘게 열심히 배우다 보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KT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로서 젊은 나이가 드문 사례일 수 있다. 나는 기다림도 있었고 운도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열정은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 궁금하다.

예전부터 나의 모든 꿈은 영화였다. 10년 전쯤 대학교를 졸업할 때부터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잘은 모르지만 글이나 소설은 혼자서도 열정이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는 혼자 하기 어렵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하고 좋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 것들을 엮어 영화를 만드는 데서 내가 기여를 하고 싶은데, 그것을 위해서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괜히 만드는 욕심에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하지 말아야지. 나보다 만드는 능력이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도와주고 발굴하고 그런 역할이 내 일이지’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재능이나 끼가 있었나?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고 수집하기를 좋아했다. 영화에 애정이 많았고 시간만 나면 영화에 빠져 살았다. 좋은 영화를 사람들과 같이 보고 또 보여주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서 영화동아리 활동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만 이것을 직업으로 삼고자 했을 때는 바닥부터 시작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영업, 마케팅, 배급, 시나리오 발굴, 투자 등 여러 일을 고루 거치며 기반을 다졌다. 나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투자, 재무, 전략 등은 따로 보완했다. 아직 더 배울 부분이 많지만 내가 배워온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나 콘텐츠 전략 보고서를 쓰고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거나 기쁨이나 웃음, 눈물을 주는 역할을 하는 등 영화를 통해 이루려는 목적은 저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우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영화를 보면서 운 만큼 남을 울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영화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뮤지컬, 연극 등 대다수 콘텐츠가 그렇겠지만 영화를 보고 싸웠던 사람이 화해를 하고 그런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다. 그래서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매체는 영화이다.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 꿈이다. 일단 나는 그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아직 선언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워>와 <굿바이 레닌>이 기억에 남는다. <굿바이 레닌>은 동독과 서독의 분단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어머니는 열혈 동독 당원이고, 놀라면 심장이 안 좋은 상황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그런 상황을 아니까 어머니가 놀라지 않게 해야 하는데 동독과 서독이 통일이 되었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아들은 어머니를 위한 아름다운 거짓말을 시작한다. 이런 가족의 사랑과 같은 따뜻한 이야기가 좋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영화들을 발굴하고 싶다.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타짜> 후속 작품이라고 들었다.

많은 사람이 ‘싸이더스’ 하면 생각나는 영화, 후속작을 가장 기다리는 영화가 <타짜>이다. 원작도 2, 3부가 남아 있는데 그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상황이 아쉬웠다. 당장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싶다. 지금 나는 전투 중이라고 생각한다. 싸이더스FNH는 최근 큰 패배로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나는 승리욕이 강하다.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어떤 역할을 맡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지원도 해야 한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전략이나 계획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이다. 과거에는 많은 작품을 선보인 회사이지만 당장은 소수 작품을 제대로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가능성 있는 영화가 흥행하면 그를 기초로 더 좋은 후속작을 준비할 계획이다. 또 외국 영화와 경쟁하기보다 어떻게 좋은 작품으로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한국 드라마나 콘텐츠가 아시아를 포함해 외국에서 소비되고, 인기도 많다. 한류 열풍은 열려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마이웨이> 같은 경우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크게 성공한 영화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영화를 통해 세계로 나가고 싶다.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싸이더스FNH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인지도도 높았고 사랑받는 브랜드였다. <말죽거리 잔혹사>나 <살인의 추억> 등 좋은 영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싸이더스를 다시 젊은 층 사이에서 따뜻하고 믿음 가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지금 진행 중인 <타짜> 후속작 프로젝트의 성공도 기원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이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더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올 수 있다. 더불어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찾아내는 것이 내 역할이기 때문에 독립영화나 상업영화 구분하지 않고 좋은 영화를 많이 발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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