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없고 짜증 늘 때 ‘갱년기’인지 의심하라
  • 석유선 헬스팀장 ()
  • 승인 2012.02.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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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없는 40~50대 남성에게도 서서히 찾아와 술·담배 끊고 식습관 개선·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예방

ⓒ 시사저널 박은숙
한 건설사 영업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이환씨(45세)는 한때 ‘워커홀릭(일 중독자)’으로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부쩍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사라져 회사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더구나 3년을 쫓?아다닌 끝에 결혼한 금쪽같은 아내에게도 요즘에는 좀처럼 감흥이 느껴지지 않아 잠자리를 피하기 일쑤이다. 또 매사에 짜증이 나고 순간 화가 치밀어오르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일을 반복하고, 때로는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밀어닥치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김부장처럼 이런 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중년 남성들이라면 자신이 ‘갱년기’임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흔히 50세 전후의 여성들만 폐경을 겪은 후 갱년기가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남성들 역시 40~50세 이후부터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갱년기’를 맞게 된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얼굴이 자주 쉽게 붉어지는 안면홍조증을 비롯해 갑작스러운 신경질, 우울감, 기질적 뇌기능 장애를 수반한다.

가장 뚜렷한 신호는 성생활에서 나타나

무엇보다 남성 갱년기를 알리는 가장 큰 신호는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40대 이후의 남성 70% 이상이 성욕 감퇴를 경험하고, 성행위 도중의 발기 문제, 성 기능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을 호소한다.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성행위에 대한 불안감 및 두려움이 커지고 가정에서도 소외감을 느끼거나 직장에서는 집중력 저하, 건망증 증상을 흔히 겪게 된다. 여기에 더해 신체 활동 저하와 체중 증가(특히 복부 비만), 식욕 저하,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체모의 소실이나 감소, 골다공증, 근력 저하 등을 자주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남성 갱년기를 앞당기는 주원인으로는 과도한 음주에 따른 알코올 남용과 흡연, 스트레스, 영양 상태, 비만, 계절적 요인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질환과 당뇨, 고지혈증, 간질환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이 흡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 호르몬이 15% 이상 감소해 노화를 더욱 촉진하게 되어 갱년기가 빨리 찾아오게 된다.

강남 블루비뇨기과 김욱현 원장은 “다만 남성은 폐경 이후 급격한 호르몬 감소를 겪는 여성과 달리, 호르몬 수치가 해마다 1%씩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그 시기와 증상도 사람마다 제각각이어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때문에 갱년기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우선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육체적 활동력을 비롯해 인지 기능, 성적 활동력 등을 문진받고 전립선과 정낭을 촉진하는 직장 수지 검사, 고환의 용적률 검사, 근육량, 비만 정도 기본 검사를 한다.

더불어 혈중 남성 호르몬 수치와 혈중 지질 및 칼슘 수치, 빈혈 등을 체크하는 혈액 검사와 전립선비대증 검사, 골밀도 검사 등을 통해 남성의 노화 정도와 호르몬 수치를 파악해야 한다.

ⓒ 시사저널 박은숙

호르몬 주사에 항산화 요법 병행해 치료

남성 갱년기는 남성 호르몬 결핍에 따른 것인 만큼 기본적으로 남성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주사 요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호르몬 주사는 성욕과 발기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기분 전환, 골대사, 근육질과 신체 지방 분포에 변화를 일으키며 복부 지방질을 감소시키고 근육질은 증가시켜 근력을 키우는 한편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남성들은 호르몬 주사를 마치 ‘정력제’인 양 별 증상이 없이도 맞으려고 하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남성 호르몬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특효약이지만, 정상인 남성이 맞으면 되레 고환이 위축되어 심혈관질환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남성 호르몬 주사 요법은 2~3주마다 3개월간 근육 주사로 보충했으나 최근에는 먹는 약과 반창고처럼 피부에 부치는 ‘패치형’도 개발되어 이용하기가 더 간편해졌다.

최근에는 호르몬 주사와 병행하는 ‘항산화 요법’인 리포아란(Lypoaran) 주사 치료가 남성 갱년기 치료 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포아란 주사 치료는 쉽게 말해 ‘α-리포산’을 주사하는 것으로, 이 성분은 비타민C와 E의 4백 배에 해당하는 항산화력을 지니고 있어 신체의 취약해진 부분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효과가 탁월하다.

연세플러스비뇨기과 정연환 원장은 “α-리포산은 체내에 미량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열에너지 생성에 관여해 체지방 증가와 노화를 억제하고 남성 갱년기와 같은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남성 갱년기 치료의 보조적 요법으로 활용하면 ‘갱년기 치료와 젊음’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의 치료에 앞서 남성 갱년기를 예방하려면 술과 담배를 과감하게 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식생활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다양한 과일, 콩으로 만든 두부, 된장 식품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히 하루 3회 규칙적인 식습관은 현대인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갱년기 남성이라면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지켜내야 한다.

운동은 필수이다. 특히 남산처럼 나온 배를 ‘인격’인 양 내버려둔 이들이라면 복부 비만을 줄이기 위해 체중 조절 운동에 나서야 한다. 갱년기 예방과 하체 근력 향상, 혈액 순환 개선과 폐활량 증진에 탁월한 ‘등산’을 가장 좋은 운동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무릎 관절 수술 등으로 관절에 문제가 있다면 무리할 필요가 없다.

등산이 힘들다면 수영과 자전거 타기, 달리기,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가볍게 하면서 혈압과 혈당 조절을 통해 심혈관계질환 및 성인병을 예방하면 동시에 갱년기 증상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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