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유지 받들어 경영 일선 나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2.2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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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기업의 창업주 3~4세들의 프로필 조사 / 대다수 ‘대학원 경영학 전공’으로 후계 수업 거쳐

한국의 대기업은 3세 경영 시대를 넘어 4세 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자산 규모 상위 30대 기업집단 중 18곳은 3세 경영인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세 곳은 4세 경영 체제로 이전되고 있다. 창업을 일군 1세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2세대와 달리 3~4세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라는 비판이 낯설지 않다. 대기업들의 후계자로 성장하는 이들 3~4세는 어떤 사람들인가.

<시사저널>은 30대 기업집단 3세·4세의 나이, 출신 학교, 경력 등을 조사했다. 현재 국내 30대 기업에 근무하는 3세는 53명, 4세는 14명으로 모두 67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총 53명의 3세 기업인 중 상위 10대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28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GS그룹에는 각각 6명과 8명의 3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4세 경영인을 키우고 있는 그룹사는 두산(8명), GS(5명), LG(1명) 등 세 곳이다.

ⓒ 연합뉴스
기업인 3세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등학교는 경복고등학교로 10명을 배출했다. 또 3세 10명 중 7명은 국내 대학을 나왔고, 3명은 외국 대학을 나왔다. 3세 기업인의 절반인 25명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가운데 19명은 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학부 전공은 제각각이지만 대학원에서는 대부분이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룹사 후계 수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후계 수업의 중요성은 대를 이어가며 강조 되는 분위기이다. 4세들은 국내에서 학부 과정을 마치는 것에서는 3세와 비슷한 기조를 보이지만, 전공만큼은 경영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또 100% 외국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자식이 많아 후계자를 골라야 했다면, 지금은 자녀 수가 많지 않은 탓에 후계자는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따라서 처음부터 경영 이론을 탄탄히 갖추고 기업에 입사해서는 바로 실무를 익히도록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국제강그룹의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이를 종합하면, 한국 기업인 3세의 표준은 45세 남성으로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내 대학을 나온 후 회사에 입사해서 10~20년 정도 경영에 참여해온 사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 표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이사장은 1968년생으로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후 일본 게이오 대학교 대학원 석사, 미국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2001년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으며, 2010년 12월 사장직에 올랐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3세 경영인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73)이다. 1940년생인 그는 1974년부터 두산그룹에 몸담고 있으며 대한체육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가장 젊은 3세 기업인은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30)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10년부터 2년 동안 회장실 차장 자리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고 올해 초부터 핵심기업인 한화솔라원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가장 먼저 4세 경영 돌입한 기업은 두산 대기업 4세 기업인의 표준은 42세의 남성으로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원에서 경영을 공부한 후 1990년대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젊은 4세 기업인들이 등장하면서 평균 연령은 낮아질 전망이다.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42)가 표준에 가장 가깝다. 보성고등학교를 나와 한양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두산에 입사해서 두산중공업을 거쳐 현재 두산엔진 상무이다.

한화그룹 창업주의 장남 김승연 회장(왼쪽)과 손자 김동관 한화솔라원 차장. ⓒ 연합뉴스
가장 나이가 많은 4세 기업인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51)이다. 두산 3세 기업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그는 1999년 두산상사 부사장직에 오르면서 두산의 4세 경영인이 되었다. 두산 베어스 구단주이기도 하다. 가장 젊은 기업인 4세는 허치홍 GS글로벌 대리(30)이다. 허대리는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의 아들이다.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도 있다. 동국제강 일가의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51)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1985년 영문학을 전공하고 1995년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 1998년에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도 마치고 동국제강 이사로 근무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70)은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외과 의학박사인 그는 2004년 서울대병원장도 지냈다. 2007년 두산건설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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