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도 못 고친 비염, ‘체온 조절’로 다스린다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3.0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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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진대사 원활하게 해…한방으로 면역력 키우면 완치할 수도

숨길을 열다 한의원 홍대점 오재성 원장이 비염 환자를 치료하고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외국계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윤진우씨(가명·36세)는 “코로 숨 쉬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라고 자주 말할 정도로 만성 비염 환자이다. 축농증이 심해 휴지를 달고 사는 데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가 되면 비염 증상은 더 심해져 입으로 숨 쉬는 생활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지긋지긋한 비염을 해결하기 위해 축농증 수술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몇 달 지나지 않아 비염 증상이 도졌다. 아내가 권해준 각종 몸에 좋다는 민간 요법도 안 해본 것이 없는데, 좀처럼 낫지 않아 ‘자포자기’ 상태이다.

기초 체온 이상하면 코가 먼저 말썽

윤씨처럼 만성 비염을 앓고 있거나, 알레르기 비염을 지닌 환자들은 파릇파릇 새싹이 솟아오르고 생명력이 태동하는 봄이 좀처럼 달갑지 않다. 비염 환자들은 호흡기 점막이 일반인보다 특히 약하기 때문에 각종 먼지, 세균에 대한 필터링이 유난히 어렵다. 그렇다 보니 꽃가루가 날리고 황사가 찾아오는 봄은 그들에게 괴로운 계절이다.

그렇다고 계절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윤씨 같은 만성 비염의 원인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부의 기초 체온 조절력이 떨어져 신체의 대사 기능이 원활치 못해 면역력이 약해진 탓이라고 본다.

만약 기초 체온인 37℃보다 올라갈 경우, 우리 몸의 열은 특성상 머리 쪽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폐와 코의 점막에서 지속적인 수분 증발을 통해 열을 밖으로 배출하게 되면 코나 폐의 점막이 건조해져 더는 정상적인 호흡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기초 체온이 내려가면 몸의 신진대사 기능을 저하시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꽃가루나 건조한 날씨, 차가운 바람 등의 외부 환경에 제대로 방어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코는 인체 내부의 신진대사가 잘 조절되는지를 보여주는 창구 기능을 하기 때문에 체온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코가 말썽을 일으킨다.

실제로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 기능은 30%가 저하되고 1℃가 오를 때마다 면역 기능은 다섯 배가 상승한다. 이것은 적절한 체온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고 있다. 겨울철에 찬바람을 많이 쐬거나, 환절기에 급격한 온도 변화가 일어날 때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가 쉽게 걸리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이처럼 기초 체온 조절력의 저하로 코 점막에 염증이 발생한 상태가 바로 ‘비염(鼻炎)’이다. 코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우선 코 점막이 붓고 코가 막혀 코를 통한 호흡이 힘들어지는 현상이 지속된다. 더구나 콧속에 염증이 발생하면 비점막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량의 점액질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콧물’이다.

콧물에는 항체가 포함된 림프액과 백혈구가 있어 바이러스와 세균을 퇴치하는 역할을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콧물을 달고 살면 이처럼 힘든 것이 없다. 실제로 비염으로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르게 되면 가장 먼저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 호흡이다. 코 막힘이 심하면 머리가 무겁거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증상뿐만 아니라 코를 통해 신진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더 이상 공급받을 수 없어, 결국 코가 아닌 입으로 하는 ‘구강 호흡’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가장 먼저 코 점막의 염증을 진정시키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즉, 면역력을 높이면 면역세포와 함께 면역 관련 인자들이 활성화되어 비염 증상을 좀 더 빨리 진정시키고 코의 호흡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에 앞서 자신의 몸속 체온이 낮은가 높은가, 혹은 체온이 분리되지 않고 상하로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면역세포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약을 통한 신경계와 내분비계 조절력을 높이는 방법이 권해진다.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교감신경의 흥분이 일어나고 내분비계를 조절하는 부신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이 과하게 분비되어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후 우리 몸의 독소를 제거하는 ‘디톡스 패치’를 붙이는 방법도 병행된다.

비염 치료 전문 ‘숨길을 열다 한의원’ 오재성 원장(서울 홍대역점)은 “비염이 있는 사람들은 수족 냉증이나 안구 건조, 피부염, 소화 장애, 배변 장애, 불면증, 만성 피로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모두 체열의 불균형으로 백혈구의 활동성과 그 숫자가 민감해지면서 만들어지는 증상이다. 비염의 원인이 되는 비강 및 부비동에 발생하는 염증을 치료해 코 점막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다. 이는 체온 조절을 통해 면역력을 꾸준히 강화하면 완치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코 안이 건조해지지 않게 ‘코 세정’ 해줘야

체온 조절 면역 치료를 통해 면역력을 높였다면, 코 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통해 습도를 조절해야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염증을 막을 수 있다. 여기서 코 세정이 필요한데 이를 통해 건조한 코 점막에 습기를 쐬어주고 코 점막과 비강의 섬모 운동을 활발하게 해 손상된 점막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스프레이나 식염수를 통해 코의 일부를 적시는 방법보다 흔히 ‘이슬람 코 세정법’으로 불리는 ‘우두(Wudu)’라는 방법으로 코 전체를 관통하는 세정을 하면 코 점막 전체에 세정액이 작용해 부비동염까지 치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식사를 가볍게 한다│육식이나 밀가루 음식, 튀김 등 기름기 있는 음식을 피한다. 냉이나 달래, 취나물같이 향이 좋은 봄나물은 호흡기 순환을 개선해 비염 환자에게 특히 좋다.  

■ 스트레스는 최대한 피한다│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우리 몸의 화(火)를 부른다. 이로 인해 호흡기 점막을 건조하게 하므로 자연을 벗하는 산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한다.

■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다│일교차가 심해 아침저녁 차가운 냉기가 호흡기를 상하게 할 수 있다. 마스크는 코와 입 등 호흡기를 물리적으로 보호할 뿐만 아니라 보온 효과까지 만들어준다.

■ 7시간 이상 숙면을 한다│밤 11시 이전에 잠들어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해야 한다. 겨우내 웅크린 우리 몸은 봄이 되었다고 갑자기 수면 시간을 줄이고 활개를 치면 면역력이 저하된다.

■ 아침밥은 꼭 먹는다│수면 후 우리 몸은 20분 정도를 넉넉히 생활할 분량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때문에 아침 식사를 거르면 몸에서 부족한 에너지로 인해 신진대사를 낮추게 된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손발이 차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살이 찌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따뜻한 차를 즐긴다│따뜻한 차는 마음의 여유를 주고 몸을 이완시키고 코막힘을 해소해준다. 한방에서는 박하차, 칡(갈근)차, 당귀차, 생강차, 대추차, 국화차 등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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