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 멈출 때까지 단식 계속”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3.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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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인터뷰 / “소극적인 정부 태도도 문제…사람 살리는 일에 이념은 필요 없어”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 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에는 소형 텐트가 하나 있다. 안에는 마른 체격의 한 여성이 떡 버티고 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에 항의하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56)이다. 박의원은 지난 2월21일부터 이곳에 텐트를 치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3월1일로 10일째이다.

그는 단식에 들어가면서 “중국은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 북송 행위를 잠시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탈북자들을 색출해 체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외의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국민의 대표인 내가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박선영 의원의 단식 농성장에는 국내 탈북자들, 재외 국민, 동료 국회의원 등이 매일 찾아와 격려하고 있다.

박의원은 “보여주기 위한 단식, 정치적인 단식이 아니다. 중국 대사관을 바라보며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아 내겠다”라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필즉사 필즉생(必卽死 必卽生)’의 각오이다. 기자는 2월28일 오후 박선영 의원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가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무척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강한 힘이 느껴졌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서울 옥인동 주한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에서 탈북자 북송에 반대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가?

많이 힘들다.

지금 심정이 궁금하다.

불안하지만 행복하다. (중국 내) 탈북자들이 오늘내일이라도 북송될 수 있기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행복하다.

단식 농성이 최선이었나?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강제 북송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분들은 죽은 목숨이다. 내가 단식하는 것은 생명을 구하겠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선택한 것이다.

언제까지 단식 투쟁을 할 것인가?

탈북자에 대해 중국의 태도가 변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국제 협약을 준수하고,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하겠다.

많은 사람이 농성장을 찾고 있다. 큰 힘이 될 것 같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있다. 일일이 손을 잡으며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있다. 너무 고맙고 힘이 난다. 탈북자 분들은 자기들을 위해 나서주어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어떤 분은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박선영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밤 늦게 찾아오셨다가 텐트가 닫혀 있어서 못 만나고 간 분들도 있다.

“비자 발급 거부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

3월2일 박선영 의원이 탈북자 강제송환중지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기자회견 도중 실신해 부축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정부에 의해 비자 발급이 거부되었다.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재외 공관의 업무 보고를 받기 위해 신청한 비자가 거부되었다. 중국이 대한민국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비자를 거부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서면 약속이라도 받아야 한다. 중국은 1982년에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1986년에는 ‘고문 방지 협약’에 가입했다. 중국은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이들 국제 협약은 명백히 강제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탈북자들을 단순한 ‘불법 월경자’라며 20년 이상 이들을 강제 북송시키고 있다. 중국에 억류되어 있는 탈북자들은 강제 송환되었을 때 고문을 받을 우려가 있는 난민이다. 절대로 강제 북송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중국 정부의 반인륜적·비인도적 인권 정책이 종식되어야 한다. 유엔과 반기문 총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인가?

그렇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되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조용한 외교’를 통해 인도주의적 대응에 호소해왔을 뿐이다. 최근에서야 탈북자 강제 송환에 불끈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았다. 사실 외교적 마찰이 생길 것도 없다. 언론에서는 자꾸 ‘외교적 긴장’ 또는 ‘외교적 갈등’이라고 언급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뭐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국제 협약을 지키라는 것뿐이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가 탈북자 강제 북송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면 보내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태도가 문제이다. 외교부에서는‘한국인’이라는 증명을 못 해주겠다고 한다. 중국 당국에 의해 억류되어 있는 탈북자들이 누구인가.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고, 상당수가 대한민국에 부모나 형제, 동생 등 혈족이 살고 있는 사람이다. 왜 증명을 못 해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인권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이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말고 ‘한국인’임을 증명해서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북한이 ‘김정일 사망 이후 100일간의 애도 기간 중에 탈북한 자는 민족 반역자로 보아 3족을 멸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자들의 보호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강제 북송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에게도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캐나다 의원들에게 탈북자 구출 요청 서한을 보냈다. 이들에게서 ‘적극 돕겠다’라는 답신도 받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별대사에게도 긴급 서한을 보냈다. 특히 이번에 체포된 탈북자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로서 이 가운데는 10대 청소년과 70대 노인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이번 북송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국제 사회가 적극 나서서 중국 정부의 강제 북송을 막아야 한다.

북한 정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의 원년으로 삼았다. 북한이 진정한 강성대국으로 가려면 사람이 중요하고 귀한 것을 알아야 한다. 고문하고,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고, 그래서는 강성대국이 될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사람이 중요한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류의 보편적 인권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다른 어떤 일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람 살리는 일에 이념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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