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불복 ‘무소속 연대’매운맛 보여줄까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3.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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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와 달리 총선에서 바람 일으킬 가능성은 미약 /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 “미래 권력도 없고 명분도 약해”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덕룡 전 의원(왼쪽)과 안상수 의원. ⓒ 연합뉴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3김 시대’는 권위주의적 정치 리더십의 최절정기였다.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그들은 절대적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당직 인선은 물론 선거 공천에서도 거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고, 이에 대해 감히 ‘반발’은 있을 수 없었다. 3김씨는 ‘총재’로 불리며 당내에서만큼은 거의 제왕적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3김 시대’가 막을 내린 2000년대 이후부터 급격한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그 첫 신호탄이 2000년 16대 총선이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물러난 뒤 보수 진영의 새로운 리더가 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3김 시대’ 청산을 기치로 내걸며 김윤환·신상우·이수성 등 YS 측근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 이들은 당을 박차고 나가 민국당을 결성해 총선에 나섰다. 지난 18대(2008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심각한 공천 파동에 휩싸였다. 주류가 된 친이계 세력이 비주류인 친박계를 향해 대대적인 ‘공천 탈락’을 감행했다. 이에 반발한 친박계는 당 밖으로 뛰쳐나가 ‘친박연대’ 또는 ‘친박무소속연대’로 뭉쳤다.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였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물러난 직후인 2003년에 열린우리당과 구(舊)민주당으로 분열된 것은 사실상 이듬해 있을 17대 총선에 앞서 미리 교통정리를 한 셈이었다. 만약 이때 당이 갈라지지 않았더라면 2004년 3월 민주당 내에서도 심각한 공천 파동은 충분히 예상되었던 터이다. 

당시의 이회창 총재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등이 내세운 명분은 ‘구시대 청산’과 ‘개혁 정치’였다. 그들에 의해 일부 ‘상도동계’(YS 측근)와 ‘동교동계’(DJ 측근), 그리고 친박계는 구시대 정치의 산물이요,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밀려난 이들은 권력의 희생양임을 강조하며 동정 여론에 호소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판이했다. 16대 때 민국당과 17대 때 구민주당은 총선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반면 18대 때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로 무장한 이들은 약 25석을 훌쩍 넘길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불러오게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감과 명분의 차이이다”라고 말한다. 19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여야 정치권에서 똑같이 공천의 칼을 휘두르는 자와 칼에 쓰러진 자의 정면 충돌이 반복되는 상황 역시 ‘미래 권력’과 ‘명분’의 싸움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지금 여야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한목소리로 ‘무소속 연대’를 말하고 있지만, 총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그들이 ‘미래 권력’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18대 때 친박 세력은 ‘박근혜’라는 차기 대권 주자에 기댄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 친이계는 그런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당시는 MB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공천을 통해 ‘박근혜 죽이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동정 여론이 강했지만, 지금 친이계는 그런 명분에서도 밀린다. 지금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한 여론조사가 비교적 호의적인 것만 보아도 그렇다. 민주당 역시 대부분 호남에 안주했거나 오래된 정치인들이 탈락된 것이기 때문에 동정 여론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지금의 소선거구제에서 사실 무소속이나 군소 정당이 위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18대 때에는 좀체 보기 드문 특이한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지금 새누리당의 공천 탈락자 사이에서 논의되는 ‘친이 연대’는 현 정권 심판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재오 의원이나 김문수 지사 등이 섣불리 구심점으로 나서기도 마땅찮은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 쪽에서는 일부 호남 농촌 지역에서 ‘호남소외론’이 먹혀들 가능성도 있다. 또 야권 연대가 원만치 않게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도 무소속 당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소수에 그칠 전망이며, 새정치를 기대하는 지금 국민들의 눈에 낙천자들이 성에 차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무당파층은 무소속 지지층이 아니다”

지난 3월5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강봉균·최인기·조영택 의원 (왼쪽부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도 “무소속 출마자 중 개별적으로 인물 경쟁력 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는 있겠지만, 조직화된 무소속 연대가 파장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 이른바 ‘무당파층’이 여전히 높은 비율로 존재하지만, 결코 이들이 무소속 지지층으로 옮겨가지는 않는다. 무당파층의 절반은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부류이며, 나머지 절반은 일종의 ‘정치 혐오증’을 갖는 층으로서 이들은 투표를 아예 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의 공천 탈락자를 바라보는 여론도 제도권 정치에서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길 뿐, 그들을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단순히 4년 전과 비교해보아도 지금은 여야 각 정당이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컷오프를 통해서 공천 배제를 시키기 때문에 ‘공천 학살’이라는 명분은 좀 약하다. 다만, 이들이 공천에 불복해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경우 기존에 소속된 정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특히 현재 총선 구도가 여야의 팽팽한 1 대 1 구도의 박빙 지역이 많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는 본인이 당선되지는 않더라도 여야 당락에 영향을 미칠 소지는 충분하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다소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16대 때 민국당이 실패하고, 18대 때 친박연대가 성공한 것은 당시 한나라당 공천의 원칙성이 얼마나 잘 지켜졌느냐 여부에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여야 공천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시비가 뒤따를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친이계의 뿌리가 과거 상도동계라는 점, 그리고 민주당에서 낙천한 인사들이 동교동계와 과거 DJ 정권 관료 출신들이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때 총선 승리의 대세를 타는 것으로 보였던 민주당이 최근 한·미 FTA 반대에 이어 지도부가 갑자기 제주 강정마을을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거듭된 ‘악수’를 두면서 중도층 끌어안기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상도동계는 새누리당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이 강하고, 동교동계는 민주당 진영에서 온건파에 속한다. 중도층을 흡수하는 게 관건인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너무 지나친 보수와 진보의 선명성 경쟁만 펼친다면, 의외로 중도를 지향하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힘을 합칠 수도 있다. 역풍이 불 소지도 다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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