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참신한 사람 어디 없소?”
  • 감명국 기자ㆍ김성곤│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2.03.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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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인재 영입에 운명 건 한판 승부…올림픽 영웅·‘얼짱’ 주부·귀화 외국인까지 모시기 나서

장승수 ⓒ 뉴스뱅크이미지
올림픽 영웅, 여고 학생회장 출신, ‘얼짱’ 주부 그리고 귀화 외국인까지. 4·11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참신한 새 인물을 찾으려는 여야의 인재 영입 경쟁이 뜨겁다. 여야는 3월9일 현재 전국 2백46개 지역구 중 각각 100여 곳 이상의 공천자를 확정했다. 비례대표 공천 마감을 앞두고 청년층 후보들을 포함한 ‘새 인물’ 영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전후로 몰아쳤던 안철수 신드롬으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고조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새 피 수혈에 사활을 걸었다. 전문성과 도덕성으로 무장한 새 인물을 대거 내세워야 총선을 앞두고 기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 부산 격전지에 손수조·문대성 등 새 피 수혈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 총선을 앞두고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새누리당은 전국 주요 격전지에 새 얼굴을 전진 배치했다. 과거 방송인 강호동 영입 논란으로 불거졌던 ‘보여주기식 정치쇼’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새누리당 공천자 중 최대 신데렐라는 역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이다. 야권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항마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손후보는 사상구에 있는 주례여고 학생회장 출신의 27세 여성 정치 신인이다. 공천을 둘러싼 지역 내 반발이 적지 않지만 손후보는 “민심을 만나면 만날수록 문재인 이사장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부산 사하 갑에 공천된 ‘태권도 영웅’ 문대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에서 화끈한 돌려차기 한 방으로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이다. 이후 모교인 동아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학교가 위치한 사하 갑을 지역구로 택했다. 문후보의 맞대결 상대는 부산 486그룹의 대표적 친노 주자인 최인호 민주통합당 후보이다.

민주, 청년비례 최종후보 16명 ⓒ 연합뉴스

경기 안산 상록 갑에서 현역인 이화수 의원을 꺾고 공천장을 거머쥔 박선희 후보는 ‘얼짱 주부’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올해 32세로 결혼 6년차 주부인 박후보는 5대 안산시의원을 지냈고 새누리당 경기도당 2030위원장을 맡고 있다. 새누리당의 강남 벨트 전략 공천자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장승수 변호사도 눈에 띈다. 장변호사는 막노동을 하다 5수 끝에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한 감동의 주인공으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유명하다. 당내에서는 경기 분당 을 출마설도 나온다.

또 한 명의 <인간극장>식 감동 인물로 꼽히는 필리핀의 귀화 여성 이자스민 씨가 유력한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 인재영입분과가 추천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문화여성네트워크인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필리핀에서 국립대 의대를 다닌 재원인 그는 1995년 한국인 항해사와 결혼했으나, 남편이 2001년 불의의 사고로 숨진 뒤 홀로 1남1녀를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완득이>에 완득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나영이 사건’ 피해 어린이의 주치의였던 신의진 연세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덴 만의 영웅으로 알려진 석해균 선장, 청각장애인인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장 등도 비례대표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민주통합당 송호창·백혜련·안귀옥 등 법조인에 치우쳐

민주당이 최근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받는 데에는 참신한 새 인물의 영입이 없다는 안팎의 비난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새누리당이 장승수 변호사 영입에 나선 것에 대해 민주통합당의 전략 부재를 질타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정치 신인들은 대부분 법조계 인사들에 치우쳐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경기 과천·의왕에 전략 공천된 송호창 변호사이다. 민변 사무처장 출신의 송변호사는 지난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날카로운 논리로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촛불 변호사라는 애칭을 얻었고,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다. 역시 법조계(검사) 출신의 4선 정치 거물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과의 맞대결이 관심이다. 

천정배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기 안산 단원 갑에 전략 공천된 백혜련 전 검사도 눈에 띈다. 특히 그는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 파문을 양심 고백한 것으로 알려진 박은정 검사의 ‘절친’으로 유명하다. 대구지검 검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며 사표를 제출했던 백변호사는 국회에 입성하면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에 주력할 예정이다.

인천 남구 을에 공천된 안귀옥 변호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정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어려운 환경 끝에 결혼과 출산 이후 사법시험에 도전했다가 30대 중반에 합격했다. 인천 최초의 여성 변호사를 거쳐 여성·가사·인권 등의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안변호사의 맞상대는 새누리당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이다. 경기 광명 을에는 새누리당의 거물 여성 정치인인 전재희 의원의 대항마로 이언주 변호사를 공천했다. 에쓰오일(S-OIL) 법무총괄 상무를 지낸 이변호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이변호사의 영입에는 한명숙 대표가 직접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변호사는 대기업 근무 경력을 살펴 경제 민주화 실현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청년 비례대표 본선 경쟁에 나설 16명의 후보자들도 신선하다. 박지웅 변호사는 군 법무관이던 2008년 국방부가 불온 서적을 지정한 데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낸 전력이 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책 <잘한다 청춘>과 <80만원으로 세계 여행>을 각각 쓴 저자인 박연주씨와 정상근씨도 눈에 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김영웅 민주당 장애인위원회 대변인도 32세의 젊음을 내세우고 있다.

■ 자유선진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 등 존재감 부각 안간힘…상대적 주목도 떨어져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유선진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 등 군소 정당들은 더욱 힘겨운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되었다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판사를 영입했다.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 14번으로 추천된 서 전 판사는 통합진보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진보신당은 지난 2001년 러시아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교수를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했다. 박교수는 저작과 강연 활동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순혈주의와 권위주의를 비판해왔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지난해 11월 심대평 대표에 의해 대변인으로 전격 영입된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의 문정림 가톨릭의대 교수가 눈에 띄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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