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직접 나서서 실체를 밝혀라”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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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포폰’ 최초로 밝혔던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 인터뷰 / “이대통령이 사찰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개연성 충분히 있어”

ⓒ 시사저널 임준선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61)은 ‘청와대 대포폰’을 최초로 폭로한 주역이다. 그는 지난 2010년 11월1일 국회 대정부 질의 때 “청와대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을 만들어주었고, 검찰이 이 사건을 은폐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최근에는 자체 입수한 ‘검찰 분석보고서’를 토대로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3월21일 오전 경기도 안양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이석현 의원을 만났다.

이영호 전 고용노동비서관의 기자회견을 어떻게 보았나?

좀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러 건의 대형 게이트가 터졌지만 자기가 ‘몸통’이라고 스스로 밝힌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자기가 몸통이라고 하면서 사찰은 안 시켰고, 은폐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즉 ‘청와대가 사찰과 은폐를 지시한 것이 아니고, 삭제는 시켰다. 이것은 공익을 위해 한 것’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 기자회견은 자기 윗선을 보호하려고 한 것이다. 이것을 누군가가 시켰을 것이다. 또 이 사건을 이런 정도로 마무리해달라는, 검찰에 대한 암시이다. 이 정권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이영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가 시켰다는 것인가?

이영호 전 비서관은 수석보다 실세였다. 일개 비서관이지만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대통령과 고향이 같기도 하지만 (대통령 선거) 선대본부 때 공로가 있어서 대통령이 신임한 파워맨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그는 ‘2B’로 불렸는데,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하늘같이 모셨다. 지원관실이 회식을 하면 금일봉을 보냈는데, 직접 참석하지 못할 때는 이인규 지원관이 직원들을 앉혀놓고 멘트를 읽을 정도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영호 전 비서관이 개인적인 충성심에서 했을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낮다. 우리 사회의 통념으로 볼 때 대통령 측근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청와대와) 상의를 안 했을 수가 없다. 이것은 상식이다. 충분한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통령이 사찰 보고를 받았다고 보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입수한 대검 분석보고서에도 청와대가 나와 있다. 검찰에서 지원관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정영운 주무관의 삭제된 하드디스크를 압수했고, 이를 분석해보니 ‘민정수석 보고용’ ‘총리 보고’ ‘BH 보고’ 등의 폴더가 있었다. 여기서 청와대를 뜻하는 ‘BH’는 이영호 비서관으로 추정된다. 이것만 보아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관실에서 보고를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에서 가장 큰 축이다. ‘영포 라인’의 큰 줄기이다. 이영호 전 비서관도 영포 라인에 들어 있다. 구체적으로 (사찰) 보고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이 사건을 지휘한 사람이 영포 라인인 것으로 봐서는 두 사람도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청와대는 아직도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적당히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직까지 사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보고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진실을 밝힐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지금 상태에서 재수사를 하면, 도둑에게 도둑을 잡으라는 격이다. 정말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은폐 의혹을 사고 있는 검찰 고위층들을 해임해야 한다. 2010년 수사 당시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고 있었다. 증거 인멸 라인에 권장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노환균 법무연수원장은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해임시키고, 당시 중앙지검에서 수사 라인에 있던 사람들도 최소한 지방으로 전보 발령해야 한다.

서로 짜고 은폐했다는 것이 핵심인데 자기가 자기를 수사해서는 안 된다. 이대통령이 국민 앞에 양심선언을 하고, 검찰 간부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한 후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당히 봉합하고 면죄부를 줄 것이 뻔하다.

검찰로 보아서는 ‘조직의 위기’ 아닌가?

양면성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위기이면서 호기이다. 제대로 수사하면 ‘정치 검찰’이라는 묵은 때를 씻어낼 절호의 기회이다. 반면 재수사에서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정치 검찰’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하자는 의견도 있다.

지금은 총선 국면이라 특검과 국정조사를 하기는 어렵다. 검찰에 재수사를 맡긴 것은 결자해지하라는 뜻으로 기회를 준 것이다. 이번에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총선이 끝난 후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청와대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았다. 지금이 임기 중의 과오를 절반이라도 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이 사건은 청와대가 주범이고 지원관실이 종범이다. 그런데 종범은 기소하고 주범은 기소하지 않았다. 주범인 청와대도 검찰이 기소해야 한다. 이대통령이 (사찰) 보고를 받았거나, 관련한 사실이 드러나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이 오고 갔다. 출처가 어디라고 보는가?

그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국세청에서 만든 것이라면 매우 위험하다. 세금으로 주었거나, (기업 등에게) 시쳇말로 ‘삥’ 쳐서 줄 수도 있다. 만약 국세청에서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자금 출처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자기 개인 돈을 주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의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사찰 피해자에게는 한마디 사과도 없으면서 가해자에게 돈을 주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종익씨는 사찰로 인해 회사도 빼앗기고 친구와 단절되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런 피해자를 생각하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사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민간인 사찰 피해자는 김종익씨뿐이지만 더 많았을 것이다. 위로금을 주었다면 김종익씨에게 주었어야 한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새 국면을 맞았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동요할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진경락 전 지원총괄과장이 상당한 사찰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많은 자료를 차에 싣고 다녔다고 한다. 지금도 사찰 보고서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진과장에게 양심선언을 권하고 싶다. 그 자료들을 세상에 내놓아야 고통을 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가슴속에 숨기면서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한다. 본인이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 진실의 힘은 무섭고 생명력이 있다. 다시 한번 털어놓고 홀가분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청와대 대포폰’과 ‘검찰 보고서’ 등을 폭로했다. 그런 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정치를 오래하다 보니 여러 방면에 신뢰할 만한 정보 루트가 있다. 누가 무언가를 터뜨리면 그 사람은 신뢰를 받는다. 저 사람에게 정보를 주면 ‘엿 바꿔먹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런 믿음이 있기에 좋은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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