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사건 막후에는 돈이 움직였다. 청와대·총리실 인사들이 현금 봉투를 배달하기에 바빴다. 모양 하나하나를 보면 권력이 깊숙하게 개입한 냄새가 짙다. 청와대만이 아니라 다른 정부 기관이 관련되었을 가능성도 점점 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안은 경우에 따라 정권의 운명을 뒤흔들 폭발력을 안고 있다.
돈이 움직인 갈래는 몇 가지이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대로라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매달 2백80만원을 청와대에 상납했다. 2백만원, 50만원, 30만원으로 나누어 봉투에 담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보냈다. 최종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 행정관은 2010년 8월에 4천만원을, 이 전 비서관은 2011년 8월에 2천만원을,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은 2011년 4월에 5천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넸다. 다분히 입막음용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가운데 4천5백만원을 돌려주었다.
1억원이 넘는 이 돈의 출처는 어디일까. 장 전 주무관 외에 민간인 사찰 사건과 관련 있는 다른 인사들에게 건네진 현금은 없을까. 그렇다면 이 사건과 관련해 움직인 전체 돈의 규모는 도대체 얼마일까.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들이다.
“국세청 간부가 돈 만들어 주었다”는 보도도
돈의 출처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추론이 나온다. 청와대 자금설, 정권 실세 자금설, 정부 기관 자금설 등이다. 청와대 자금 흐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없다. 민정수석실에서 몇백만 원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5천만원은 큰돈이다. 이런 돈을 청와대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와대 돈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권 실세 비자금일까. 이 또한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다. 쓰인 돈의 용도와 주체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다른 정부 기관 연루설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다른 국가기관의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이 관련되어 있다면 그와 업무상 연관이 있으면서 자금을 만들 수 있는 기관에서 돈이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은 국세청 간부가 돈을 만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주었다는 사정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2011년 4월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장관이었고, 국세청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현동 청장이다. 경북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사이가 좋기로 관가에 소문 나 있다. 또 민정수석실 업무는 국세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검찰은 돈의 출처를 밝히는 일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미 어느 정도 단서를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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