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중원’ 달구는 인재들의 혈전
  • 이춘삼│편집위원 ()
  • 승인 2012.04.1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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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 전경 ⓒ 연합뉴스

본 기획 시리즈가 시작된 초기, ‘광주일고와 광주고’ 인맥을 2009년 12월15일자(통권 제1051호) 기사로 소개했다. 두 학교 출신 인물들을 살펴본 것이 사실상 광주광역시, 나아가 전남 지역 전체를 통틀어 인재들의 큰 흐름을 짚어본 것과 다름없다 하겠다.

이번 호 시리즈는 19대 총선일인 4월11일 이전에 게재되는 마지막 총선 관련 인맥 기사가 된다. 지금까지 각 지역구별로 선량(選良)의 꿈을 지닌 인사들을 거의 모두 훑어보았으므로, 여기에서는 광주광역시 8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들을 종합 정리하고자 한다.

전원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짜였던 광주 지역구의 국회의원 진용이 민주통합당 발족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의 민주당 본류가 퇴조하면서 박주선(동구)·조영택(서구 갑)·김영진(서구 을)·김재균(북구 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함에 따라 재편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천 탈락 의원 4명 중 3명이 ‘무소속’ 출전

박주선, 조영택, 김재균 세 의원이 공천 탈락에 불복해 탈당하고 자기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김영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사자들로서는 수긍할 수 없는 이유가 되겠으나 탈락의 배경에 혹자는 다선 의원이라는 점, 혹자는 정체성과 경쟁력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법적인 선거인단 모집과 전직 동장의 투신 자살 사건이 발생한 동구에서는 유례없는 다자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이 사건으로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하자 경선에 나섰던 예비후보자들이 직접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무소속으로 나서 8명의 후보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선거인단 부정 모집 의혹을 받고 있는 현역의 박주선 후보는 “모든 책임을 지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숙고했지만, 부당한 표적 수사와 음해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라는 입장이다. 16대 총선에서 보성·화순 후보로 출마해 초선 의원의 길로 들어섰던 그는 새천년민주당 법률구조단장, 제1정책조정위원장, 기획조정위원장,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런 와중에 그는 세 차례 옥사(獄事)를 겪었다. 1999년 옷로비 의혹 사건, 2000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에 휘말려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사법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제4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박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로 지역구를 옮겨 88.7%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기에 성공하고 2008년 7월 민주당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새 역사 쓸지 주목

17대 때 이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된 적이 있는 양형일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광주서중-광주상고-조선대 법학과 졸업의 학연과 조선대 총장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양형일 후보가 박주선 후보를 조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구 갑에서는 민주통합당 공천의 박혜자 후보와 무소속의 조영택 후보가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현역인 조후보는 서석초등-서중-일고의 광주 지역 수재 코스를 거쳐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전남도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내무 관료 출신이다. 내무부와 경기도, 행정자치부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 장성군수, 의정부시장, 군포시장, 행정자치부 차관을 지냈으며 장관급인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을 마친 후 18대 국회에 진출했다.

이 선거 과정에서 조후보는 유종필 당 대변인을 제치고 공천을 따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정책연구원(GSI) 정책전문위원으로서 한나라당 전략 공천을 받았던 정용화 후보를 79.2%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눌렀다. 복잡하고 논란이 있는 사안에서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새로이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은 박혜자 호남대 교수는 보성 출신으로,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에서 도시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인문사회대 학장을 지냈으며 전라남도 복지여성국장과 광주CBS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서구 을에 뜻을 두었던 김영진 의원은 “무원칙한 공천 심사 결과를 용납할 수 없어 무소속 출마를 거듭 고심했으나 당을 버릴 수 없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야권의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12월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도 했다. 김의원은 13~16, 18대 의원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 농림부장관을 역임한 중진이다.

그가 떠난 자리에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후보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협의 결과 야권 연대 후보로 선정되었다.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삼민투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학교에서 제적된 후 졸업장을 받지 못한 전력이 있는 오후보는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광주광역시청 ⓒ 연합뉴스
광주시장 후보로 나섰고 광주 서구 을과 광주 남구에서 총선과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2010년에도 7·28 남구 재·보선에서 비(非)민주 4개 정당과 시민사회 단체 단일 후보로 나섰었으나 민주당 장병완 후보에게 패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민정당에서 출발해 28년간 ‘영남 텃밭’ 정당인 한나라당을 지킨 호남 출신 당료이다. 그동안 지역구에 공을 들여온 데 이어 일찌감치 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역 사업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애써왔던 그동안의 노력이나, 지역민들을 대하는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가 식자층을 비롯한 상당수 유권자들에게 인정받고 있어 당적을 떠나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일 이 지역에서 이후보가 승리를 거둔다면 이는 ‘이변’ 정도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터이다.

야권 공천 과정에서 친노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그중 한 명인 서대석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도 민주통합당 옷을 벗고 무소속으로 서구 을에 명함을 내밀었다.

애초부터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 정남준 후보는 광주시 행정부시장, 행정안전부 제2차관 등 행정 관료로서의 경험과 인물론을 내세우며 독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 대 무소속, 민주 대 통합진보 격돌

현역인 김재균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공천 탈락에 불복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북구 을에서는 임내현 전 광주고검장이 공천을 받았다.

사레지오고-전남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전남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후보는 흥사단 광주전남평의회 의장, 광주시의원, 민주당 광주지부 대변인 등의 사회단체와 정당 활동을 거쳐 북구청장을 연임했다. 그는 호남 자치단체장 출신으로는 드물게 ‘민주화운동 1세대’를 대표하는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계보로 꼽혔다. 그가 정치에 들어간 데는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계기가 되었다. 육군 3사관학교 교수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을 때 5·18로 많은 사람이 투옥되는 것을 보며 흥사단에 뛰어들었다. 정치에 입문할 때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동교동계 청년 조직인 연청 광주회장을 맡아 동교동계와도 친분을 맺었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의 조직에도 관여했다.

광주에서 태어난 임내현 후보는 광주서중-경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검사, 부장검사를 거쳐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검 공판송무부장, 전주지검장, 대구-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을 지내고 나와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로 있던 중 18대 총선에 예비후보로 올랐고 이번에 공천을 받았다.

현재 판세로는 임후보가 김후보를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병완(남구)·강기정(북구 갑)·김동철(광산구 갑)·이용섭(광산구 을) 의원, 이 네 명의 후보는 현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아 도전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비교적 여유롭게 선거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장병완 후보는 광주일고-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 관료 출신이다. 기획예산처 기금정책국장, 새천년민주당 제4정조위 수석전문위원,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차관·장관을 지낸 예산통으로 순탄한 경로를 밟아왔다. 18대 총선에서는 북구 갑에 도전했다가 공천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호남대 총장으로 있던 2010년 7·28 재·보선을 통해 금배지를 달았다. 수십억 원대의 재산가로 알려져 있다.

장후보에게 도전장을 낸 통합진보당 이민원 후보는 전남대 경제학과 출신의 고려대 경제학 박사로 광주대 금융학과에서 강의했다. 광주경실련 공동대표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광주경제살리기운동본부 대표를 지냈다.

또 한 사람의 도전자인 강도석 후보는 정치에 대한 집념이 무척 강한 편이다. 13대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짬짬이 구청장, 시의원 선거에도 입후보했다. <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북구 갑의 강기정 의원은 학생 운동이 최고조에 달하던 1980년대 중반 전남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3년7개월간의 옥고를 치렀고, 10여 년의 재야 민주화운동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광주 지역의 대표적 386세대이다. 16대 총선과 2002년 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잇달아 고배를 마신 끝에 세 번째(17대) 도전에서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 더구나 자타가 공인하는 ‘거물’인 현역 김상현 의원을 물리쳐서 화제가 되었다. 18대 국회에서는 정세균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공직 선거 3회 실패자의 3선 도전도 눈길

강후보를 뒤쫓는 무소속 김경진 후보는 광주 금호고-1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율사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10여 년간의 검사 생활 끝에 광주지검 부장검사를 마치고 2008년부터 광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18대 총선 때에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었다.

광산구 갑 선거구의 김동철 의원은 이번이 3선 도전이다. 그에게는 공직 선거에서 세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시의원 선거, 구청장 후보 경선, 국회의원 출마가 각기 한 번씩이다. 광주 출신으로 송정초, 북성중, 광주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합격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국산업은행에 다니다 권노갑 의원 정책보좌관으로 34세에 정계에 입문했다. 당 법제사법전문위원,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장, 정무기획비서관 등을 지내며 정무 감각을 익혔다. 17대 국회에 들어간 후 손학규 대통령 후보 경선대책본부 비서실장을 지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시절 다시 한번 비서실장으로서 보필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탈락의 위험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공천장 획득에 성공했다.

함평 출신인 이용섭 의원은 학다리고-전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세무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여세를 몰아 재무부 세제국, 재정경제원 세제실에서 세무 행정을 담당했다.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노력파이다. 이후에도 재경부 세제실에 몸담아 국세심판원장과 세제실장을 차례로 지냈고, 마침내 관세청장, 국세청장으로 올라섰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작부터 종료 때까지 국세청장, 청와대 혁신관리수석비서관, 행정자치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직을 연속해서 지낸 ‘왕의 남자’ 중 한 사람이다. 노무현재단 기념관건립추진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18대에 국회에 들어간 초선인데도 민주당 제4정조위원장, 정책위 수석부의장, 대변인을 지냈으며 현재는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 정책통으로 외모에서 풍기는 것처럼 논리가 정연하고 날카롭다는 평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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