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파고드는 중국의 속셈
  •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기고가 ()
  • 승인 2012.04.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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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 군도 영유권 확보하려는 행보 그치지 않아…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과 갈등

지난 4월6일 저녁, 한 척의 호화 여객선이 중국 남단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 항을 출항했다. 길이 1백40m, 너비 20.4m에 승객 8백명을 탑승시킬 수 있는 예샹궁주(椰香公主) 호였다. 이번 항해에 승선한 승객은 수십 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중국 정부 관계자가 대다수였다. 예샹궁주는 싼야에서 3백36㎞ 떨어진 시사 군도(西沙群島·파라셀 군도) 북쪽의 모래톱 여울까지 내려갔다. 3일 간 남중국해를 누빈 예샹궁주는 10일 싼야항으로 무사히 되돌아왔다.

이번 예샹궁주의 시험 항해는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예샹궁주가 둘러본 시사군도가 중국·베트남·필리핀 등 여러 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을 추진해 시사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더욱 확고히 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4월1일에는 하이난다오에서 시사 군도에 이르는 해역에서 요트경기도 개최했었다. 중국의 도발에 자극받은 필리핀은 자국이 점유 중인 시사 군도의 한 섬에 부두를 건설하며 관광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더욱 첨예하게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은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 군도)이다. 시사군도는 베트남에서 4백45㎞ 동쪽에 있어, 중국과 가장 가깝다. 중국이 1974년부터 시사군도의 서부 섬들을 강제 점령하면서 실질적으로 지배해오고 있다. 이에 반해 난사 군도는 싼야에서 무려 1천㎞나 떨어져 있다. 베트남과는 4백50㎞,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100㎞,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서 100㎞에 위치해 있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난사 군도(스프래틀리 군도). © EPA합

전략 요충지인 데다 부존 자원도 풍부해

난사 군도는 약 80만㎢로, 2백30만㎢인 남중국해에서 점유 해역이 가장 넓다. 100여개의 무인도와 환초(環礁), 모래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도서의 총면적이 2.1㎢이고, 가장 큰 섬인 타이핑다오(太平島)의 면적은 0.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중요 전략 요충지이다.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등 부존 자원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타이완 등 주변국들 간에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대륙 국가로 군림해왔던 중국은 남중국해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0세기 초기까지 중국은 연안 방어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연안을 벗어난 해양 영유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청나라 말인 1909년 광둥(廣東) 수사였던 리준(李准) 제독이 시사 군도와 난사 군도를 순찰해 청나라 국기를 꽂은 것도 당시에는 군사적 이벤트의 하나로 치부될 정도였다. 1949년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된 이후 난사 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 군도가 중국 영토라는 것을 규정했지만 ‘주권적 선언’에 불과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68년 1월과 2월 미군 해양지리원의 지원을 받은 유엔 아시아 극동 경제위원회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자원 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석유와 천연가스의 부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가장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1974년 1월 시사 군도에 진공해 일부섬에 주둔했던 베트남군을 무력으로 쫓아냈다. 시사 군도에 항만, 비행장 등을 건설한 뒤 난사 군도로 눈을 돌렸다.

1988년 초 중국은 처음으로 존슨 환초 등 난사 군도의 다섯개 암초에 군대를 진주시켰다. 이에 자극받은 베트남이 군대를 파견하면서 같은 해 3월 군사 충돌이 발생했다. 비록 베트남 군함 여러 척이 침몰하고 병사 70여 명이 숨지는 등 중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에 이어 주변국들은 자국이 점령한 도서에 군사 시설과 관측소 등을 설치했다. 현재 중국이 지배하는 시사 군도와 달리 난사 군도는 베트남 29개, 중국 9개, 필리핀 9개, 말레이시아 5개 등 6개국이 각기 다른 섬을 점유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자 주변국들은 평화적 해결을 모색했다. 2000년 11월 중국과 아세안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남중국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 선언문’에 합의했다. 2001년 4월에는 어업 협력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 3월 중국·베트남·필리핀 3국 사이에 ‘남중국해 해상 지진 공작 협의’가 체결되어 주요 당사국 간의 분쟁 해결을 위한 진전을 보았다.

그러나 2007년 4월 베트남이 난사 군도에 선거구를 신설하고 영국 BP와 유전 및 천연가스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쟁이 재발했다. 같은 해 11월 중국도 시사 군도, 중사군도, 난사 군도를 포함해 싼사(三沙) 시를 신설해 하이난 성에 편입했다. 특히 당사국이 아닌 미국, 인도, 일본 등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로의 귀환으로 외교 정책을 수정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적극 개입해 대중 봉쇄정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6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 포럼에서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자유 항해와 개방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일은 미국의 국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이 중국 영해인 남중국해를 ‘국제화’하려 한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과 정치·경제·군사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 문제를 아세안 등 다자 협상의 틀에서 논의 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인도는 베트남과 남중국해 유전을 합작 개발하기로 체결한 데 이어 베트남 항구에 인도 해군을 주둔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도 필리핀과 영토 분쟁에 관해 공조하기로 밀약했다. 이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의 센카쿠(尖閣)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남중국해 문제와 연관시키기 위해서다. 남중국해 영토분쟁은 해가 갈수록 더 큰 국제 분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황다후이(黃大慧) 중국인민대학 외교학과 주임은 “시사 군도와 난사 군도 영유권 문제는 중국의 신성 불가침한 주권 행사 및 해양 안보 확보와 밀접하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개발은 부가적인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전체 3백50만㎢ 관할 해역 중 1백50만㎢ 해역에서 여덟 개 국가와 해양 경계선 획정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황주임은 “남중국해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해상 무역로이자 군사 전략지이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협상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하지만…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은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대외에 천명하고 있다. 왕한링(王翰靈) 중국사회과학원 해양법·해양사무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영토 분쟁의 기본 원칙은 1984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대로 평화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고, 분쟁 이전 당사국간 논쟁을 잠시 보류하고 공동 개발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왕 주임은 “중국은 1992년 가입한 유엔 해양법 협약을 준수하되 해상 영토에 대한 자국 법령을 정비해 향후 국제법적 논쟁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대외적인 입장 표명과 달리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행보는 치밀하다. 지난 4월2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센 총리와 경제와 군사 및 국제 문제에 대한 양국 협력에 합의했다. 이는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를 영향력 아래에 두어 남중국해 문제를 유리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다. 실제 양국 공동 성명에 앞서 후 주석이 “난사 군도 문제를 국제화하는 데 반대한다”라고 입장을 밝히자, 훈센 총리도 “국제화보다는 당사국 간대화로 푸는 것에 동의한다”라고 화답했다.

긴장의 파고가 높아가는 남중국해, 언제터질지 모를 군사 분쟁의 위험을 풀어나갈 해결의 열쇠는 누구보다 지역 패권을 장악한 중국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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