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는 넘치고, 읍참마속은 없고…
  •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2.04.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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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은 선거 초반 야권 연대의 압승이 되리라는 예측과는 달리 출구조사 결과 초박빙의 접전이 예상되었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예측을 보니 마치 야구 해설가가 ‘올해 이승엽 선수의 홈런은 5개에서 50개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곳곳에서 여권의 숨은 표가 나오면서 마침내 여당의 과반수 확보라는 반전으로 결말이 났다.

주지하다시피 야권 패배(?)의 결정타 중 하나가 선거 막판 터진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었다. 아무리 인터넷 성인용 방송이고 문맥상 좋게 해석한다 하더라도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저질의 극치였고,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최선의 수순이었다. 그러나 <나꼼수> 팬의 눈치를 보느라 민주통합당은 ‘사퇴를 권고했으나 김후보가 유권자에게 심판받겠다는 입장’이라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그것도 일요일 밤 당 대표 본인이 아닌 대변인을 통해 이를 전달했다. <나꼼수>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다 화를 부른 격이다.

새누리당 역시 이에 못지않다. 선거 전 문대성 후보의 학위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지더니 막판에는 김형태 후보의 성추행 논란이 제기되었다. 아직 이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전에 선거가 끝나 이들이 당선되었지만, 선거 후 구체적 물증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두 석을 잃을 경우 과반 의석이 무너지는 우려 때문인지 아니면 이들을 공천한 책임 문제가 복잡해서인지 사실 관계 확인 후 결정하겠다고 미루는 사이 김형태 후보가 선수를 쳐 탈당했다.

우리나라 역대 선거를 보면 승자가 오만하게 보일 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 악수도 이런 악수가 없다. 시간을 끄는 꼼수를 부렸으니 어떤 화가 닥칠지 모르겠다.

물론 이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강변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도 뇌물 수수에 간통 사건에까지 휘말린 황희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려 19년간 영의정에 앉혔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주역 중 하나인 조말생 역시 뇌물 사건에 연루되었으나 귀양 후 다시 중용해 무려 24년간이나 사직을 청했어도 놓아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영중추원사라는 높은 벼슬을 주었다. 이처럼 부도덕한 인물을 그토록 중용한 이유는 조선 초기 친(親)고려 인재가 등을 돌린 인재 부족 상황에서 이들의 탁월한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는 과연 여권이나 야권에서 끝까지 집착을 했던 앞서의 후보들이 그들의 비도덕성을 덮을 만큼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문제가 있는 인물을 잘못 써 화를 부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삼국지>에서 하북의 패권자 원소는 조조를 치기 위해 상장 안량을 전략 요충지인 백마로 파견한다. 모사 저수가 안량은 성품이 편협하므로 단독으로 임무를 맡기면 안 된다고 간언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가 병력 수 10 대 1의 압도적 우위에도 패배한 후 자멸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도덕적 상대주의에서 벗어나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자신의 장수를 버릴 줄 알아야 한다. 한두 명의 장수를 베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이런 셈도 하지 못하니 정치권에는 청맹과니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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