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
  • 김재태 편집부국장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2.05.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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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년 남자들 가운데는 아내에게 기가 눌려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경제권은 물론이고, 가정 내 대소사를 결정하는 주도권마저 아내에게 빼앗겼다며 투덜거리는 남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한때 ‘간 큰 남자’ 시리즈라는 유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30대에는 아침 차려주기를 바라는 남편, 40대에는 아내가 야단칠 때 말대꾸하는 남편, 50대에는 아내가 외출할 때 어디 가느냐고 따져 묻는 남편이 ‘간 큰 남자’라는 식의 유머입니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내에게 쩔쩔 매는 남편들을 발견하는 일은 이제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집 안’ 얘기일 뿐입니다. 집 밖으로 나오면 상황은 1백80° 달라집니다. 어린 유치원생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합니다. 곳곳에 범죄의 마수가 뻗쳐 있습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의 유형도 갈수록 흉포화하는 형국입니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에 일어난 수원 여성 살인 사건이 있습니다. 엽기적인 토막 살해의 잔인함까지 보였습니다. 또 같은 경찰서 관할 구역에서 또 다른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모두 경찰의 늑장 대응, 부실 수색이 키운 비극입니다. 이러니 여성들이 집 밖에 나서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 평균 성폭행이 57건이나 일어나고, 살인 사건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하루 평균 1.3명에 이르는 나라에서 딸을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은 또 오죽하겠습니까.

두말할 나위 없이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는 (국민의) 좋은 생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단지 생활만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던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을 것입니다. 국민의 신변을 안전하게 책임져주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로서의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국가에 대해 그같은 원초적 의문을 들게 하는 사건이 너무 많습니다. 원자력을 다루는 발전소에서 엉터리 부품을 사용하다 들통이 난 것도 그 한 예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어처구니없고 엄청난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사가 풀려도 이만저만 풀린 것이 아닙니다. 다시 불거진 광우병 문제에 딱 부러진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나, 속속 드러나는 권력자들의 잇속 챙기기 추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요인들입니다.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갖추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치안이 뚫리는 것은 곧 국가의 질서가 뚫리는 것입니다. 여성도 노약자도 낮이나 밤이나 안심하고 거리를 오갈 수 있어야 사람답게 사는 나라입니다. 위로는 권력 가진 자들이 챙긴 검은돈의 악취가 진동하고, 아래로는 국가 기간 시설에서 짝퉁 부품이 넘나드는 나라에서 국민들은 안녕하기가 어렵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걱정해주기는커녕 국민이 국가를 걱정해야 하는 이 불편한 진실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가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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