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다른 재야 6인, 한데 모인 까닭은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5.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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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불출마자와 기득권 버린 낙선자들, 최근 모임 결성 밝혀져…모두 온건 성향 ‘대화파’여서 주목

ⓒ 시사저널 유장훈ㆍ이종현

지난해 12월11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쇄신파 초선 의원인 홍정욱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홍의원은 2010년 말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당시 “물리력을 동원한 의결 강행 처리가 또 이어지면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2011년에도 한·EU 및 한·미 FTA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몸싸움이 이어지자 “약속대로 불출마하겠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 바로 다음 날. 이번에는 민주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3선의 정장선 의원이 느닷없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3선씩이나 했음에도 국회 폭력 사태 등을 막지 못하는 등 기여와 역할에 책임을 느낀다”라는 자책감을 나타냈다. 차기 총선의 공천은 물론, 당선까지도 떼놓은 당상이라고 여겨질 만큼 지역구(경기 평택 을) 기반이 탄탄했던 정의원이었던 터라 파장 또한 제법 컸다. 

홍정욱 의원과 정장선 의원은 여야로 서로 갈려 있고, 선수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지만, 서로 대화가 되는 선후배지간이다. 홍의원은 “불출마와 관련해서 정의원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라고 밝혔다. 두 의원은 여야에서 각각 대표적인 ‘협상파’ 또는 ‘대화파’로 통한다.

그런데 정의원과 홍의원이 4·11 총선 직후인 최근에 다시 만나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홍의원은 “뭔가 새로운 정치 문화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고, 여야를 떠나 대화가 통하는 인사들과 함께해보자는 데에 공감했다”라고 귀띔했다. 그 대상은 19대 총선에 불출마했거나 낙선한 원외 인사들로 했다. 정의원은 민주당에서 김부겸 의원과 김영춘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 두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당선 가능성이 큰 기존의 수도권 지역구를 버리고 야당에게는 ‘적진’이나 다름없는 대구 수성 갑과 부산 부산진 갑 등에 뛰어들었다. 비록 영남의 견고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정치권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12월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 할지 관심

홍의원은 같은 한나라당 수도권 쇄신파 초선이었던 김성식·정태근 의원을 끌어들였다.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을 때 두 의원은 ‘재창당’을 요구했고, 변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끝내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은 총선에서 여당의 프리미엄을 던지고 무소속으로 도전했으나 역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이른바 ‘6인 모임’의 면면은 모두가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을 버리고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자 했던, 그러면서도 합리적인 대화를 중시하는 여야의 온건 성향 정치인들이라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면면을 볼 때 원외 인사들이라고 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눈길도 많다. 오는 12월 대선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중도 합리적 성향의 지도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볼 때도 이 모임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낳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 모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김성식 의원은 “아직 뭐 하나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 가끔 같이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하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의원은 “서로 공부하는 모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원외이기 때문에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회원을 더 늘린다든가 하는 확장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김부겸 의원은 “다들 어려운 처지이니까 모여서 진로 문제도 논의해보자고 해서 만난 것이다. 그동안 너무 정치권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까, 서로들 새로운 모색을 얘기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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