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꿈꾸는 넥센, 재기 열 올리는 LG·두산
  • 정철우│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2.06.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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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 꿈꾸는 서울팀들의 2012시즌 현장 / 시즌 초반 순조로운 출발에 기대 만발

한국 프로야구에는 모두 여덟 개팀(NC 다이노스는 2013년 1군 합류)이 있다. 이 가운데 서울팀이 세 개나 된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그리고 막내 격인 넥센 히어로즈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들 세 팀은 지난해 나란히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아픔을 경험했다. 그리고 1년 뒤, 두산과 LG 그리고 넥센은 ‘첫 서울 세 팀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고 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서울팀들의 2012시즌 삼국지. 그 치열한 전쟁의 현장을 들여다보자.

■ 넥센-‘패자의 역습’을 기대하라

LG 정성훈 ⓒ 연합뉴스
넥센은 서울 3형제 중 막내이다. 지난 2007시즌 뒤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기반으로 2008년 팀을 창단했다. 막내도 그냥 막내가 아니다.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독자 생존을 시도한 최초의 프로야구단이다. 명분은 훌륭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구상했던 메인 스폰서 영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창단하자마자 경영 위기를 겪었다.

이택근(LG), 장원삼(삼성), 이현승(두산) 등 팀의 주축 선수를 다른 구단에 파는 것으로 겨우 위기를 넘겨가곤 했다. 가입금과 서울 연고 분담금 등의 대부분을 선수를 판 돈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많은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구단 운영비를 메워냈다. 다른 구단에 비해 적지만 자생할 발판은 마련했다는 것이 자체 평가이다. 그 때문인지 넥센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FA(자유 계약 선수) 이택근을 4년에 50억원이라는 초고액으로 다시 잡았고,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 2개에 빛나는 김병현의 복귀도 이끌어냈다.

투자는 곧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창단 최고인 8연승을 내달리며 실질적으로는 창단 후 처음으로 중간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적이 올라가며 주위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골칫덩어리에서 비결이 궁금해지는 관심 팀으로 변신했다. 시련을 겪으며 조금씩 단단해져왔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크다. 마지막 결과가 어떻든 2012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넥센은 거센 반란의 중심으로 기억될 것이다.

■ LG-‘신바람 야구’의 추억 떠올리는 ‘돌아온 탕아’

LG 정성훈 ⓒ 연합뉴스
LG는 한때 서울의 중심이었다. 1990년 창단 이후 모기업의 집중 투자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서울을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그들은 ‘신바람 야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한국 야구의 트렌드를 이끌어갔다.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적극적인 투자와 그에 따른 결실, ‘LG=명문 구단’이라는 공식에 토를 다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02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일시적인 부진일 것이라고 여겼지만 골은 깊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감독을 수시로 바꾼 것은 물론이고 프런트 감사를 통해 인력을 대거 솎아내는 극단적인 방법도 써보았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더 암울했다. 이택근·송신영·조인성 등 FA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여기에 박현준과 김성현은 승부 조작에 연루되며 영구 제명되었다. 기둥 뿌리가 여기저기 뽑힌 채 시즌을 맞아야 했다. 모두들 “LG는 이제 끝났다”라고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LG는 돌풍의 중심에 섰다. 개막 2연전에서 삼성을 연파하더니 두 달 가까이 상위권 팀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5할 승률을 지켜냈다.

김기태 신임 감독은 LG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준 주역이다. 초보 감독임에도 ‘가장 열심히 한 선수에게 우선 기회를 준다’라는 원칙에 충실한 운영으로 땜질식 처방만 난무했던 LG의 중심을 잡았다. 고참의 경험을 인정한 운영은 선수들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힘이 되었다.

이숭용 XTM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감독을 중심으로 뭉칠 때 팀은 보이는 것 이상의 힘을 낸다. 올 시즌 LG가 그렇다”라고 평가했다. LG의 한 고참 선수는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팀이 하나가 되었다. 주위의 낮은 평가가 오히려 우리를 더 뭉치도록 했다. 이제 야수는 투수 탓 하지 않고 투수는 야수의 실수를 원망하지 않는다.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는 오히려 야구를 못했던 팀이 LG이다. 반대로 모두의 비아냥 속에서 그들은 다시 강해졌다. 과연 LG는 지금의 상승세를 결실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이 나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 두산-무늬만 강호? 양 갈래 기로에 서다

넥센 손승락 ⓒ 연합뉴스
두산은 200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선도한 팀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2000년대 초반에는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앞세워 강력한 공격력의 팀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경문 감독이 이어 받은 2005시즌 이후, 두산은 더욱 강해졌다. 전임 감독의  공격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여기에 발이 추가되며 한국 야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종욱, 고영민, 오재원 등이 이끈 두산의 발야구는 정신없이 상대를 흔들며 중심 타선에만 집중되던 견제를 느슨하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도루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베이스 더 가고 상대의 진루는 막는 효율적 야구는 두산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특히 주전 몇몇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하게 2군에서 선수들의 성장을 만들어내며 ‘화수분 야구’라는 부러움 섞인 별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두산 야구는 시간이 갈수록 위력이 조금씩 떨어졌다.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도 SK라는 큰 산에 막혀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했던 그들은 보이지 않게 약해지고 있었다. 결국 지난해 김경문 감독이 중도 퇴임했고, 포스트시즌에도 나가지 못했다.

김진욱 감독 체제로 새 진용을 짰지만 이전만큼 강한 모습을 확실하게 되찾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상위권을 넘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두산이 다시 힘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모든 팀이 물고 물리는 접전 속에서 버티고만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결과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보 감독에게 팀을 맡긴 대신 일본 시리즈 우승 감독 출신인 이토 수석 코치를 영입해 틈을 줄이려 하는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개막 후 두 달 넘게 유례없는 혼전 펼쳐지는 이유는? 

2012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혼전’이라는 한 단어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5월31일 현재 1위 SK와 7위 KIA의 승차는 고작 3.5경기 차이다. 두 달여 동안 진행된 프로야구에서 이처럼 접전이 이어진 시즌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혼전의 중심에는 서울팀이 자리하고 있다. 하위권으로 예상되었던 넥센과 LG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전체적인 순위의 실타래가 꼬일 대로 꼬이고 말았다. 당초 독주하는 한두 팀과 이를 쫓는 중위권 그리고 LG·넥센이 포함된 하위권 팀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두 팀이 도약하며 판도가 크게 흔들렸다.

절대 강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다. LG와 넥센이 분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압도적인 팀이 없다 보니 이들이 활개칠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우승팀인 삼성은 절대 강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초반에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믿었던 불펜이 흔들리며 삼성다운 야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초반에 치고 나가는 팀이 없다 보니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운영을 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이다. 3연전을 전승하고도 바로 다음 시리즈에서 3연패를 당하는 흐름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팀의 감독은 “승차가 많이 났다면 다소 무리한 운영도 하겠지만 올 시즌에는 어느 팀도 멀리 가지 못하고 있다. 당장 뒤떨어지는 것은 두려운 점이 있지만, 큰 차이가 없으니 가급적 무리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그래도 크게 뒤처지지는 않으니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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