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의원 수 보면 ‘대세’ 보인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6.1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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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현역 의원 계파별 분포 분석 / ‘문재인계’가 30여 명으로 최다…‘김두관계’ ‘손학규계’도 상당

지난해 11월13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문재인 고문, 김두관 경남도지사, 정동영 전 대표 등이 민주 진보 통합 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 준비 모임을 갖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6월9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내에서는 “김한길!”을 연호하는 함성이 높았다. 이날 김한길 후보는 대의원 투표와 현장 투표에서 모두 이해찬 후보에게 앞섰다. 현장 분위기로는 단연 김후보가 대세였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승부는 뒤집어졌다. 결국 종합 집계에서 김후보는 이후보에게 단 0.5% 차로 아깝게 분루를 삼켰다. 김후보는 “대의원들과 당원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고도 당 대표가 되지 못했다. 당심과 민심이 왜곡된 결과를 우려한다”라며 경선 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이번 민주당 전대의 경선 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선준비기획단장을 맡은 추미애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민심이 조직에 의해 왜곡되는 폐해가 드러난 만큼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모바일 투표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모바일 투표에서 ‘권리당원’과 ‘비당원’ 사이에 ‘1 대 1 득표율 보정’을 이루어 ‘당심’과 ‘민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친김근태’였던 민평련계는 어디로?

대권 도전을 잇달아 선언하고 나선 민주당 ‘잠룡’들의 캠프에서 지금 자기 계파 의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역 의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하는 것은 우선 대의원 숫자 확보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전국을 돌며 치러지는 순회 경선 방식에서 초반 대세를 휘어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바람몰이는 결국 모바일 선거와 같은 민심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1백27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불가피하게 그들은 줄서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친노계’니 ‘구민주계’니 하는 계파 지도는 이제 ‘문재인계’ 또는 ‘손학규계’ 하는 식의 보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6월11일 원혜영 의원 등 11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느닷없이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로써 당내 지지 기반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던 김지사측의 이른바 ‘김두관계’ 또한 그 세가 만만찮은 수준임을 과시했다. 11명에는 지난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에 진출했던 의원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수도권의 원혜영·안민석·문병호·민병두·최재천 의원과 제주의 강창일·김재윤 의원, 호남의 김영록·배기운·김승남 의원 그리고 비례대표로 당선되었지만 경북 봉화가 고향인 홍의락 의원 등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권의 의원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문병호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나는 지역구도 인천이고, 민변 출신이어서 김두관 지사와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 개인적으로 거의 만난 적도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고심 끝에 김지사를 선택하기로 했고, 그래서 그 자리에 함께 나간 것이다. 김지사가 동지적 관계의 새로운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단 우리 11명이 좌장 격인 원혜영 의원을 중심으로 ‘멘토단’ 성격으로 함께 모이기로 했고,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확보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지사의 한 측근은 “심정적으로는 김지사를 지지하지만, 아직 공개하기를 꺼리는 의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지지 의원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김한길 최고위원과 신계륜·주승용 의원 등도 김지사측에서는 우군으로 보고 있다. 현재 김지사는 민주당 내에서 제법 규모를 갖추고 있는 민평련계에 공을 들인다는 후문이다. 민평련계는 김근태계로도 불린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나란히 대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당시 민주당은 크게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로 나뉘었을 정도로 만만찮은 세를 갖추고 있다. 김 전 의장이 지난해 12월 타계하면서 주군을 잃은 민평련계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틀 김근태’로 불리는 이인영 전 최고위원이 대권 경쟁에 뛰어들 경우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잠룡들 가운데 ‘문재인계’가 수적으로 가장 많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문재인 고문의 계파는 친노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대표와 이해찬 대표가 문재인계의 중심이다. 역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활약한 전해철 민정수석과 박남춘 인사수석, 박범계 법무비서관, 윤후덕 기획조정비서관, 김현 춘추관장, 서영교 춘추관장 등이 모두 이번에 금배지를 달았다. 참여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과 건교부장관을 지낸 이용섭 의원, 그리고 김상희·홍영표 의원 등 재선 그룹도 친노 울타리 안에 모여 있다. 자유선진당 출신의 3선인 이상민 의원도 문재인계로 분류되고 있다.

당내 기반 탄탄한 정세균계의 향배도 주목

김경협·김윤덕·민홍철·박수현·부좌현·이학영·배재정·김용익·도종환·임수경·최민희 의원 등 이번에 초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문재인계는 한층 더 풍성해졌다. 현재 30여 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가세하는 의원이 점점 더 늘어나면 50명 선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학규계는 비교적 색깔이 분명하다. 문재인계나 김두관계, 정세균계 등은 모두 친노를 바탕으로 하는 탓에 일부 의원이 중복되어 거론되기도 하지만, 비노 성향의 손학규계는 거의 중복이 없다. 19대 총선 직후 손학규계는 신학용 의원을 비롯해 김동철·김우남·조정식 이찬열 의원 등 10명으로 명확히 분류되었다. 최근에는 4선의 중진 이낙연 의원이 가세해서 한결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손학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양승조 의원은 이해찬 대표와의 개인적 인연이 강하고, 이춘석 의원도 486 출신의 이인영 전 최고위원이 출마할 경우 흔들릴 수도 있다”라고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의외로 정세균계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표를 오랫동안 지내면서 상당한 당내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은 “대중적 인기가 부족한 점은 있지만, 당내 기반은 앞의 세 명(문재인·김두관·손학규)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 정세균계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미경 전 사무총장과 김진표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3선의 전병헌·최재성 의원과 강기정 최고위원 등이 포진해 있다. 윤호중 의원도 이번에 국회에 재입성했고, 진성준·신장용 의원 등 초선 그룹도 있다.

한때 60~70명에 육박한다고 했던 정동영계는 많이 쇠락했다. 이종걸 최고위원을 비롯해 강창일·우윤근·노웅래·정청래 의원 등이 정동영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노웅래 의원은 친박영선계로 거론되기도 한다. 대권 구도에 뛰어들 것이 유력시되는 박영선 전 최고위원은 노의원 외에도 같은 MBC 출신의 신경민 의원과 여성 변호사 출신 이언주 의원 등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대권 출마가 유력시되는 이인영 전 최고위원도 대권 구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최고위원 뒤에는 우상호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오영식·김성주 의원 등의 486계가 있고, 또  민평련계가 버티고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을 비롯해 서울의 재선인 우원식·이목희·유승희 의원 등이 모두 이번에 복귀하면서 세를 불렸다. 서울의 박홍근·홍익표·유대운 의원, 인천의 윤관석 의원, 경기의 유은혜·김민기 의원, 충남의 박완주 의원 등 초선들도 민평련계로 분류될 정도로 그 세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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