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권 위협하는 일”…“의사들 서비스 경쟁 유도할 것”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6.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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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보건 당국은 포괄수가제에 대한 ‘같은 질문’에 대해 전혀 다른 답변을 했다. 그만큼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뜻일 것이다. 다음은 의협 노환규 회장과 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포괄수가제는 2002년부터 일부 시행되었다. 최근 논란이 커졌는데?

노환규 | 대한의사협회장 ⓒ 시사저널 박은숙
(노환규 회장, 이하 노) 2002년부터 시행했지만, 선택적이었다. 이제는 일곱 개 질환이지만, 모든 병·의원에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선택권 자체를 없앤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 전에 의료의 질 하락 등의 폐해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박민수 과장, 이하 박) 지난 10년간 시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시행되는 일곱 개 질환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의료계는 이번에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에서 진료 거부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와 국민의 신뢰까지 잃게 되었다. 

의료의 질 떨어질까? 과연 누구 말이 옳은가?

(노) 시장경제 논리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의료의 질이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획일화된 가격 안에서 최선의 진료는 힘들다. 포괄수가제에 제한된 가격을 넘기지 않으려면 질 낮은 치료 재료와 장비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의 건강권 상실로 귀결될 것이다. 정부가 초과된 금액을 보전한다는 ‘열외군 제도’도 믿을 수 없다.

(박) 시장경쟁 논리를 보자. 같은 값인데 질 낮은 서비스를 한다면 환자들은 더는 그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도 자연스럽게 자멸에 이르는 길을 택할 리가 없다. 병·의원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최선의 진료를 할 것이고, 그럼에도 수가가 문제라면 수가 조정 기전을 마련해 정부가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 중이다. 한국만 유별난 의료 환경인가?

(노)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 요양 기관의 93%가 민간 의료기관이다. 공공 의료가 거의 100%에 가까운 영국 등의 경우와 절대 비교는 힘들다. 또한 미국은 병원 관리비와 의사 비용이 분리되어 있고 포괄수가제는 병원 관리비에만 적용된다. 반면 우리는 의료비가 둘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큰데, 포괄수가제를 이렇게 전면 시행하는 것은 의료비 왜곡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 보험정책과 과장 ⓒ 시사저널 전영기
(박) 우리나라는 민간 의료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포괄수가제가 더욱 필요하다. 그동안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 등으로 많은 환자가 의료비 부담을 키웠고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되었다. 건강보험 재정이 나빠지면 적정한 수가 보전도 힘들다. 낮은 수가로 인해 의사들은 행위를 추가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진료 거부’에 대한 비난이 크다. 어떻게 보나?

(노) 진료 거부가 아니라 한시적 진료 중지이다. 의약 분업은 진료의 한 부분인 약 조제에 국한된 문제였지만 포괄수가제에는 검사, 진료, 수술, 약제 처방 등 진료 행위 전부가 포함되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의사들이 진료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 말을 들을 것인가.

(박) 진료 거부는 재고의 가치가 없는 불법 행위이다. 엄단할 것이다. 진료권은 국가가 면허로 부여한 고유한 권한이다. 의협은 의료 전문가 말을 믿으라고 하는데, 의사는 임상에서는 전문가이지만 정책에서도 전문가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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