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정부에 발목 잡힌 ‘유로 위기’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08.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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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파산 직전 지자체 때문에 재무 상태 더 심각해져…구제금융으로 해결될 수도 없는 상황

지난 7월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탈루니아 지방 의회에서 재정 문제에 대한 회의가 열리고 있다. ⓒ AP연합

1년 전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의 유로 전염병이 퍼진 이래 스페인의 대출 비용은 상승했다. 공황 상태는 스페인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진정된 듯했으나, 올 7월25일 10년 상환 국채의 이자율은 최고 기록인 7.25%에 달하자 스페인의 재무 상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6백50억 달러 규모의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 조치를 단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스페인이 진정으로 재정 위기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경기 불황이 201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발표와 지방 정부들이 파산 직전이어서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스페인 중앙 정부의 노력은 퇴색되고 있다. 다시 말해, 스페인 중앙 정부의 재무 상태는 상대적으로 건전하나 지방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구제 패키지는 스페인의 재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7월20일 유로존의 문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한 1천만억 유로 책정에 동의했을 때, 스페인의 대출 비용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5일 후 10년 만기 채권 이자율은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 수준인 7.75%에 달했고, 마드리드 증시는 2003년 3월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네 번째로 큰 스페인을 구제하려면 2014년까지 3천8백50억 유로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은행 구제가 동의된 날, 발렌시아는 스페인의 17개 지방자치 지역 중에서 중앙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 첫 번째 지역이 되었다. 이 지역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익계의 국민당이 운영해온 곳인데, 적자 폭이 해당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3.87%에서 4.5%나 증가해, 스페인 전체 지방 적자의 20%를 차지한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발렌시아는 해당 지역 방송국 직원 1천3백명 가운데 4분의 3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긴축 정책 방안은 투자자까지 멀어지게 해

지난 7월2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마리오 몬티 총리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라파엘 롬바르도 시실리 주지사(가운데). ⓒ AP연합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7월28일자는 발렌시아가 이런 상황에 놓인 기본적인 문제는 경기 침체, 급격한 부동산 가격 하락, 은행 부도에, 정실 인사와 부정부패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자치단체 지역 중에 발렌시아와 인접한 무르시아 또한 중앙 정부에 1백80억 유로의 변제 기금을 신청했다. 설상가상으로 무르시아는 올해 적자 목표를 또다시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국내 총생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탈루니아 또한 변제 펀드가 필요하다고 밝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의 적자를 통제하는 것이 스페인 중앙 정부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스페인 중앙 정부는 17개 지방정부들에게 긴축 예산안을 제출해야 했고, 8개 지방 정부가 제출된 예산안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를 받은 상태이다. 스페인 경제에 대한 전망도 매우 부정적이다. 2013년에도 경기 침체는 계속되어 0.5%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25%인 실업률도 감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6백59억 유로에 이르는 긴축 정책 방안은 전국적으로 국민들의 시위를 유발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간주된다.

감소하는 세입과 높아지는 채권 이자율은 악성 혼합이다. 라호이 정부는 고통스런 긴축 조치를 적용함과 동시에 더 많은 도움을 유럽에 구걸할 정도로 긴박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국채 매입을 거절한 후, 스페인의 가르시아 마르카요 외무장관은 유럽중앙은행에 대해 공적 채무의 불을 진화하는 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밀스런 은행(clandestine bank)’이라는 이름을 불만스럽게 붙였다. 

문제는 스페인의 재정 위기는 스페인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스페인 정부가 자금력이 없음을 인정하게 되자 채권자들은 스페인의 지급 불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스페인을 구할 수 있는 외적 요소들 가운데 중요한 것은 유럽중앙은행의 협조에 따른 국채 유예와 여러 출처의 구제 자금 동원이다.

<머니모닝> 8월1일자에서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마틴 허친슨은, 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통화량을 늘리면 독일 납세자에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현 상황을 바꿀 만한 것이 없고, 결국 유로존은 붕괴되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하지만 필자는 그리스의 퇴출로 일정 정도의 혼란은 예상되지만 유로화 자체가 소멸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양극화된 유로존의 재무 상태에 대한 조정 국면을 거치면 장기적으로는 달러 가치가 폭락할 때에 유로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프랑스의 상황도 만만치 않아

이탈리아 지방 정부들의 상황도 스페인 못지않다. 이탈리아의 20개 지방자치단체 중 10군데가 파산에 직면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올가을에 문을 다시 열지 못하는 학교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교육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지방 정부 중 시실리의 재무 상태는 특히 심각해서 그 책임을 지고 주지사가 사임했으며, 중앙 정부는 시실리의 회계 장부를 조사하고 행정 체계도 재정립할 방침이다. 시실리는 지방 정부 공무원 수가 인구 면에서 두 배나 많은 롬바르디 지방 정부보다 다섯 배나 많은 1만8천명이나 되었고, 해당 주지사는 영국 총리보다도 더 많은 참모진을 두고 있었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노동법 개혁 통과에 실패해서 대중적 인기도가 떨어졌다.

프랑스의 사회주의 정부는 부유층에게 75%의 수입세를 부과했고, 전 정부의 연금 개혁도 백지화시켰다. 이러한 조치는 부유층의 재산이 런던으로 탈출할 길을 열어 놓았다. 이는 종국적으로 프랑스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라고 분석된다. 프랑스 국채 이자율이 아직은 스페인 수준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 허치슨의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환투기 시장 세력들에게는 유로화가 또다시 좋은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페인의 악몽은 유로존 전체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징후 가운데 하나이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는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는 양상이다. 유로존 문제의 해결책은 더 강력한 연방주의를 도입하고 기존 부채를 상호 출자 형태로 해서 대형 은행이 보증을 서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운영 방식에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프랑스와 독일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유로존 위기 극복에는 걸림돌이다. PEW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동 통화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더 강력한 통합 의사를 나라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독일 59%, 스페인 46%, 프랑스 36%, 이탈리아 22%, 그리스 18%로 독일이 프랑스보다 유로화를 지키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유로존이 현재 안고 있는 큰 문제는 17개 회원국이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서 누가 희생을 해야 하는지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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