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거취’ 열쇠 ‘신3인방’ 손에 있다
  • 곽상아│미디어스 기자 ()
  • 승인 2012.08.0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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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방문진 이사회에 새 이사 3인 합류 현 정권에 부채 의식 적다는 것이 8기 이사들과 달라

지난 7월26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오른쪽). 원 안의 사진들은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 ⓒ 연합뉴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24주 결방, 여섯 명 해고 및 69명 대기발령(서울 본사 기준), 손해배상 소송 청구 금액 33억9천만원, ‘최악의 올림픽 방송’이라는 오명…. 지금 MBC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올 1월30일부터 7월17일까지 1백70일간 진행한 총파업이 남긴 기록들이다. 여야 정치권이 지난 6월29일 개원 합의를 하면서 MBC 사태와 관련해 “8월 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 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하도록 협조한다”라고 의견을 모은 뒤, MBC 노조가 지난 7월17일 “김재철 사장 퇴진이 기정사실화되었다”라며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했으나 ‘김사장 퇴진’ 여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9일부터 새롭게 출범하는 9기 방문진 이사회가 김사장을 사실상 ‘비호’했던 8기 방문진 이사들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사장 해임 권한을 가진 MBC의 대주주 방문진 이사회는 총 아홉 명으로 구성되며 그중 과반이 ‘김사장 해임안’에 찬성해야 하는데, 청와대와 여야가 각각 세 명씩 추천하는 구조를 고려한다면 표면적으로 퇴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도 이르다. 유임된 8기 방문진 출신의 김재우 이사장, 차기환 변호사,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그리고 야권 추천의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선동규 전 전주MBC 사장, 최강욱 변호사 등 여야가 3 대 3으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에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한 나머지 세 명, 즉 김용철·김충일·박천일 신임 이사의 선택이 김사장의 거취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신(新)여권 이사 3인방’ 가운데 언론계에서 공개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인물은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이다. 박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미디어 정책 자문을 맡았으며, 현 정부 언론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종합편성 채널과 관련해 “지상파 채널을 주변 번호로 옮기고 그 자리에 종편을 배치하자”라며 종편을 지원하자는 주장을 편 바 있다. 2008년 5월부터 약 1년 동안은 대통령 추천 몫의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지냈는데, 2008년 YTN 노조의 ‘낙하산 사장 반대 블랙 투쟁’에 대해 “기상 캐스터가 쾌청한 날씨를 보도하면서 검은 옷을 입어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하고, 2009년 MBC의 미디어법 반대 투쟁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한쪽 방향으로만 보도해서 전체주의 사회로 몰고 가는 우를 범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용철 전 MBC 부사장은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언론 관련 자문을 담당한 커뮤니케이션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MBC 내부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인물이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충일 언론중재위원은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서 친박·친이 성향을 둘 다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청와대측에서 민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3인방 중에서도 특히 친박 성향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김 전 부사장과 김위원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친박계 일각에서 “김사장 퇴진이 불가피하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MBC 노조는 7월27일 방문진 이사 선임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유임한 8기 방문진 이사들에 대해 “MBC를 파국으로 몰고 온 현 사태에 대해 김사장과 함께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다”라고 비판했으나 ‘신3인방’에 대해서는 논평을 하지 않았다. 신3인방에 대한 MBC 노조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여권 이사 여섯 명이 탄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인데 이것은 (평소 성향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세 명 모두 보수 성향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라고 밝혔다. “박천일 교수는 8기 방문진 이사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겠느냐”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에 잠깐 참여한 정도이기 때문에, 판단의 자율성 측면에서 (현 정권에 대한) 부채 의식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연임한 8기 방문진 이사들과 분명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애매한 구성, 해임 불투명”이 대체적 분위기

언론계 인사들은 이번 방문진에 대해 ‘김재철 사장의 유임도, 퇴진도 낙관하기 힘든 애매한 구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6 대 3의 고정적 비율이 아니라, 5 대 4 또는 4 대 5도 될 수 있는 애매한 구성이다. 이사들의 개별적 성향보다는 결국 정치적 맥락 속에서 퇴진 문제가 판가름 날 것이다. 박근혜 캠프 내지는 새누리당이 MBC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지, 현 정부와 박근혜 전 위원장의 역학 관계는 어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때문에 김사장의 거취 문제는 상당히 가변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김재철 사장이 당장 물러난다고 해도 위기에 빠진 MBC를 되돌리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로 보인다. 이용마 국장은 “여야가 MBC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위해 방문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부분과 함께 ‘국장 임명동의제’ 등이 입법화되어야 최소한의 문제 인사를 걸러낼 수 있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에 대한 법적 제재 수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정치적 득실을 둘러싼 복잡한 함수 관계 속에서 김사장의 거취 문제는 이달 안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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