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2세 전쟁, 또다시 불거지나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8.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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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 총재 입원한 중환자실에서 면회 와중에 형제간 승강이 벌어져…통일교측, “사실무근” 일축

2009년 6월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문선명 총재의 출판기념회에서 문총재 부부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올 것이 왔다.”

지난 8월15일 ‘문선명 총재가 위독하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통일교 신자들의 반응이다. 문총재는 8월 초 일주일가량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하지만 지난 8월14일 새벽,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통일교 관계자는 “그동안 항생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약효가 잘 듣고 있다. 여전히 의식은 없지만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문총재 건강 나빠지면 분쟁도 심해질 듯

문총재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구순 생일잔치 이후 건강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문총재가 방광암에 걸렸다는 허위 보도까지 나왔다. 통일교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주치의까지 나서 “방광암 증세는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해명할 정도였다. 문총재 역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왕성하게 외부 활동을 펼쳤다. 지난 3월 경기 가평군 소재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2천5백쌍 합동 결혼식을 주재했다. 7월에는 통일교가 주최하는 피스컵 축구대회의 개회식과 시상식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 갑작스런 입원 소식을 접한 신도들의 충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한 신도는 “재단에서 최악의 상황까지도 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2세 체제로 넘어간 통일교는 최근 첨예한 후계 다툼을 벌이고 있다. 3남 현진씨(UCI 회장 겸 GPF 이사장)와 4남 국진씨(통일그룹 회장), 7남 형진씨(통일교 세계회장)의 법적 다툼이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대리전 성격의 고소·고발도 잇따랐다. 문총재의 건강이 나빠지면 형제 사이 분쟁 역시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통일교 내에서 문선명 총재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문총재의 존재감이 그동안 형제간 다툼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문현진씨는 지난 8월15일 아버지 병문안차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동생들과 작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통일교 인사들의 증언을 옮겨보면 이렇다. 현진씨는 8월17일 개최되는 ‘2012 통일실천축제한마당’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상태였다. 당시 아버지가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뒤늦게 서울성모병원의 중환자실을 찾는 과정에서 약간의 승강이가 있었다. 병실에 들어온 국진씨와 형진씨는 “그만하면 됐다. 돌아가라”라고 말하며 현진씨를 내쫓다시피 했다. 국진씨는 영어로 “나는 형이 무섭지 않다. 밖에서 한 판 붙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소에 돌아온 현진씨는 동생들에게 적지 않은 섭섭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포스트 문선명’ 이후 분쟁 구도 주목

(왼쪽부터) 문현진, 문국진, 문형진. ⓒ 시사저널 임준선

통일교측의 설명은 그와 다르다. “어머니인 한학자 여사를 먼저 만나보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통일교재단의 의견을 대변하는 안호열 통일그룹 대외협력실장은 “(현진씨가) 연락도 없이 병원을 찾아왔다. 아버지를 접견한 후 어머니를 만날 것을 권했지만 듣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안실장은 “형제들 간에 승강이는 전혀 없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통일교 안팎에서는 “형제들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라고 말한다. 한 통일교 신도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형을 사탄이나 타락한 아담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라고 내부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현진씨 역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씨 측근 인사는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다. 자신을 ‘잘못된 지도자’라고 운운하는 동생들에게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문총재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통일교 2세들의 분쟁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일교 신도들의 기류 또한 심상치가 않다. 통일교 조직은 그동안 폐쇄적이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전하는 것을 금기시해왔다. 이 전통이 최근 2세 체제로 접어들면서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지도층을 상대로 한 고발이나 시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정만회 전 충남연기교회 담임목사는 “재단에서 문현진 회장을 비난하면서 충성 맹세를 강요하고 비디오 촬영까지 했다. 재단에 반하는 행동을 한 목회자들은 면직시키는 등 강압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일사불란한 조직 체계와 행동이 통일교의 특징 중 하나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신도들이 지도층의 문제를 성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를 둘러싼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내부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4만6천4백65㎡(1만4천56평)의 부지에 지상 69층과 지상 53층 빌딩 2동, 지상 6층 쇼핑센터 1동, 지상 30층 비즈니스호텔 1동 등을 짓는 대형 사업이다. 순수 공사비만 2조3천억원에 달한다.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통일교는 매년 공시지가의 5%를 지대로 받게 된다. 파크원 부지의 공시지가가 3천5백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백75억원 정도가 매년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통일교재단이 지난 2010년 말 시행사인 Y22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소송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통일교재단측은 “Y22가 건물 매각을 시도한 것이 발단이다. 사업이 당초 합의와 달리 진행되었던 만큼 소송이 불가피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도들은 “지난해 통일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이 48억원 정도였다”라고 말하면서 소송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행사인 Y22측도 “통일교에서 소송을 제기한 의도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일부 신도는 지도층 상대로 시위 벌여

법원은 지난해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Y22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이 되면 통일교는 4백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추가적인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통일교 신자 단체인 ‘섭리와 뜻을 사랑하는 식구 협의회’는 지난 3월 문국진씨를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지도층의 잘못된 판단으로 재단에 4백5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취지였다.

김동운 축복가정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대표는 최근 문화부에 재단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송에 참여한 여러 법무법인에 대한 선임 비용만도 최소 수십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신도들에게 넘어간다는 점에서 주무 관청의 감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최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천복궁(본부교회) 앞에서도 잇달아 시위를 벌였다. 통일교 역사상 신도들이 본부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대표는 “천복궁 앞 시위나 감사 청구 등은 문현진 회장과는 무관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단 내부에서는 지도층에 대한 일부 신도들의 압박을 문현진 회장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호열 통일그룹 대외협력실장은 “현진씨가 신도들의 시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실장은 이어 “Y22에 대한 소송 역시 문총재의 재가를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통일교 신자 집단 폭행 상황을 찍은 사진.
통일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슈는 현재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신자들은 최근 서울 용산의 천복궁 본부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본부교회 식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통일교가 최근 재단 정책에 반하는 인사 3명을 제명 처리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신도들은 돌아가면서 본부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도들이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 카페에 공개되면서 공론화되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당시 사진에 따르면 한 전직 목사가 구둣발에 차이고 밟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한 어린 여신도는 1인 시위 도중 피켓을 들고 승강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피멍이 들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한 인사는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고 건너편에서 달려오다가 사고를 당했다. 어린 여학생까지 폭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토로했다.

통일교측은 “일부 신도들이 격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우발적인 사고였다”라고 해명했다. 안호열 실장은 “한 신도는 천북궁 앞에서 1년 넘게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지켜만 봐왔던 일부 장로들이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 같다. 일부 신도들의 시위가 신도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피해를 입은 신도의 부모의 입장은 달랐다. 부산교회의 권사인 하 아무개씨는 “두 살 난 딸아이의 피멍든 상처를 보면서 회의감을 느꼈다. 헌법에 보장된 평화로운 집회조차도 폭력으로 저지하려 든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인 이 아무개씨는 “본부교회에 호소문을 접수하려 했지만, 문밖에서 거절당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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