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떠난 후 FC 서울은 ‘돈방석’
  • 류청│스포탈코리아 기자 ()
  • 승인 2012.09.10 16: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축구 선수의 이적료에 관한 모든 것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기성용 선수.
한국 축구의 미래 기성용이 스완지시티로 이적했다. 수많은 사람이 웃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미소를 지은 이는 누구일까? 답은 FC 서울의 이재하 단장이다. 연대 기여금을 받기 때문이다. FIFA 공인에이전트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훈련 보상금과 연대 기여금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모교와 전 소속팀, 연대 기여금·훈련 보상금 챙겨
이적의 세계는 오묘하다. 수많은 이적설의 발생과 소멸 그리고 극적인 계약까지, 축구의 또 다른 묘미이다. 압권은 엄청난 이적료이다.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필자의 아버지로부터 “호날두 저 친구는 얼마 받고 팀을 옮겼지?”라는 질문을 이끌어낼 정도이다. 그런데 이적료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일반인은 물론 FIFA 공인 에이전트도 잘 모르는 미묘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름도 생소한 훈련 보상금(Training Compensation)과 연대 기여금(Solidarity Mechanism)이 그것이다.

용어는 어렵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단순하다. 유소년팀에서부터 프로팀까지 모두 같이 성장해야 하기에 연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거대 프로팀만 열매를 따먹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공들여 키워놓은 유소년 선수가 소속 프로팀이 아니라 더 큰 프로팀과 계약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중소 클럽의 불만이 늘어났고, FIFA는 훈련 보상금 제도와 연대 기여금 제도를 내놓았다.

우선 상대적으로 더 알려진 훈련 보상금부터 살펴보자. 직역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전 소속팀과 교육 기관에 훈련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모든 이적, 모든 선수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만 23세 이하의 선수가 첫 프로 입단 계약을 하거나, 국외(다른 협회 산하 팀)로 이적했을 때 발생하고, 이 돈을 선수를 만 12세부터 21세까지 훈련시켰던 구단과 학교에 주는 방식이다. 첫 계약을 한 뒤 훈련 보상금이 발생하는 시기에 국외로 이적하면, 다시 훈련 보상금이 오고 간다. 선수의 새로운 소속팀이 전 소속팀에만 지급하면 된다. 반면 첫 계약이더라도 만 23세를 넘긴 선수는 이 제도에 해당 사항이 없다.

FIFA에서는 해마다 훈련 보상금에 대한 두 기준(대륙별 기준, 연령대 기준-4구간으로 나뉨)을 공시한다. 이 기준에 따라 훈련 보상금을 지급하고, 받는다. 예를 들어 ‘만 12~15세’ 구간에 대한 아시아축구연맹 기준 훈련비가 1년에 1천만원이라면, 이 기간에 선수를 3년 키운 클럽은 선수를 영입한 클럽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게 되는 식이다. K리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K리그 각 구단은 드래프트로 선수를 선발했을 때, 해당 선수를 교육한 기관에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단 관리 규칙에 명시된 육성 지원금(1년차 기본급의 50%, 소속 기간에 비례해 분배. 번외 지명과 추가 지명 선수는 해당 없음)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름도 생소한 연대 기여금(2001년 제정)에 대해 알아보자. 취지는 같지만, 방식과 기준은 다르다. 연대 기여금은 이적료가 있어야 머리를 내밀 수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자유 이적을 하면 연대 기여금이 생기지 않는다. 훈련 보상금과의 또 다른 차이는 횟수이다. 이적료가 발생하면 매번 연대 기여금이 따라온다. 훈련 보상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인 셈이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골을 넣은 고요한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대 기여금 계산은 어떻게 하나

한숨 쉴 필요는 없다. 생각보다 간단한 제도이다. 이적료의 5%를 떼어내 선수를 교육한 기관에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적용 구간은 훈련 보상금보다 넓다. 만 12세에서 23세까지 선수를 교육한 기관이 모두 해당된다. 산정 방식도 따로 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소속 연수와 연령 가중치이다. 떼어낸 5%의 이적료에 연령 가중치(만 12~15세까지는 5%, 만 16~23세까지는 10%)와 소속 연수를 곱하면 된다. 공식으로 보면 더 쉽다. 연대 기여금 = 이적료의 5%×연령 가중치×소속 연수, 이런 구조이다.

연대 기여금은 2005년에 박지성이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국내 FIFA 에이전트에게도 생소한 개념이었다. 국내에는 선수 보상금 제도(FIFA는 FIFA 규정과 각 협회의 규정이 충돌하면 로컬룰을 우선한다)가 있어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박지성은 약 7백만 달러(약 71억원)의 이적료를 만들어냈는데, 이 금액의 5%를 박지성 선수의 모교인 수원 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학교와 교토 퍼플상가가 나누어 받았다. 수원 안용중이 5천5백만원, 수원공고가 9천3백만원, 명지대가 4천5백만원, 교토 퍼플상가가 1억5천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박지성의 모교 중에서 수원 세류초등학교만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박지성이 2월생이라 만 11세에 초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연대 기여금 제도의 덕을 가장 많이 본 팀은 FC 서울이다. 이영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을 해외로 이적시킨 뒤 계속해서 재미를 보고 있다. 첫 이적료뿐 아니라 선수들이 또다시 이적료를 일으키면서 연대 기여금까지 받은 것이다. 서울은 얼마 전에도 기성용이 셀틱에서 스완지시티로 이적하는 것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통장으로 들어올 연대 기여금 때문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갑자기 잃어버렸던 만기 적금통장을 되찾은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기성용의 정확한 이적료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를 알아낼 방법이 있다. 서울이 받은 연대 기여금을 바탕으로 역추적하면 된다. 물론 국내나 해외 구단 모두 정확한 금액을 밝히는 것은 꺼린다.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한쪽만 기름지면, 다른 부분은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훈련 보상금과 연대 기여금은 축구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계산 공식까지 암기할 필요는 없다. 두 제도의 존재만 기억해도 축구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해지고, 축구를 이해하는 눈은 더 깊어질 것이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우리 주변에 아동 성범죄자 얼마나 있나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안철수 생각'

MB, 20억 대출받아 사저 신축 중

[표창원 교수의 사건 추적] 악마가 된 외톨이 빗나간 분노의 돌진

교통사고 뒤에 숨은 공산당 최대 스캔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