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태 속 천연물질로 치매 완치 도전한다”
  • 김세원│편집위원 ()
  • 승인 2012.09.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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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우 ㈜보타메디 회장 인터뷰

ⓒ 시사저널 임준선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치매·파킨슨병 같은 노인성 질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보건복지부발표에 따르면 올해 치매 환자는 53만명, 연간 진료비는 8천100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2025년에는 10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말 해조류인 감태를 이용한 치매 치료 물질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한국뉴욕주립대학교와 미래CNS센터 공동 주최로 6월29일 인천 송도 한국뉴욕주립대학교에서 열린 ‘중추신경계(CNS) 치료제의 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여섯 명의 학자들은 “국내 바이오 벤처회사 ㈜보타메디가 개발한 천연물질 씨놀(SEANOL)을 치매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으며 독성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치매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발표했다. 그 주인공인 ㈜보타메디의 이행우 회장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보타메디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동안 불치의 병으로 알려져왔던 치매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난 16개월 동안 미국, 한국, 중국 등에서 1백18명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씨놀을 투약한 결과 85%의 환자에서 치매의 주요 증상인 환각이 사라지고 일상생활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작용도 없이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씨놀은 어떤 물질인가?

제주도 근해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바다에 자생하는 갈색 해조류인 ‘감태’에서 분리 정제한 천연물질이다.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복합체로 약효를 나타내는 주성분은 엑클로탄닌이라는 물질이다. 씨놀에서 모두 16종류의 엑클로탄닌이 분리되었는데 이 중 14종류가 약용으로 쓰인다. 엑클로탄닌은 마디풀과의 약초인 대황(大黃)에도 많이 들어 있다. 씨놀(Saenol)이라는 이름은 바다(Sea)와  폴리페놀(Polyphenol)을 합성해 만들었다.

씨놀의 치료 원리는?

이제까지의 치매 치료 방식이 한 가지 합성 물질로, 한 가지 효과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면 우리 방식은 동양의학을 접목해 천연물질로 세포의 미세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는 치매 치료제는 대부분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인 데 비해, 씨놀의 주성분인 엑클로탄닌은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에서 플라그를 제거해 독성을 없앨 뿐 아니라 아예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한다. 씨놀에 동위원소를 붙여 전달 경로를 추적했더니, 신속하게 뇌혈관 벽을 통과해 뇌세포 전체에 침투해 100분 이상 뇌세포 내에 머무르며 아세틸콜린을 증가시켰다.

어떻게 씨놀을 발견하게 되었나?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서 4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신약 개발보다는 외국 약을 복제하는 데 급급한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에 실망해 1986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세계 최고의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비전 아래 미국에서 같이 박사 과정을 밟았던 다른 유학생 일곱 명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성인병과 노화의 주요 원인인 항염증, 혈류 개선 효과가 기존 약물보다 뛰어나면서도 독성은 적은 신물질을 찾아나섰다.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주변 바다의 해조류가 방사능의 독성을 제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조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회장은 해조류 중에서도 1억7천만년 전부터 바닷속에서 서식해온 갈조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 종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갈조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다가 2000년 다시마의 일종인 감태에서 강력한 항산화물질을 발견하고 씨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에는 씨놀의 부작용 없는 항염증 효과에 주목해 씨놀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관절염 치료 크림 등을 개발해 생산했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혈류 개선은 물론 중추신경질환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07년 씨놀을 본격 생산하기 위해 감태의 주요 서식지인 제주도 바이오산업센터 내에 공장을 완공하고 미국 시애틀에 R&D(연구·개발)센터를 세워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진입 신약 후보 물질(IND) 인증을 획득했다. 발모 샴푸, 간 기능 개선 음료, 건강보조식품, 치약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씨놀과 관련된 50개의 국내 및 국제 특허도 출원해, 등록했다.)

신약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이다. 화이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노바티스 같은 메이저회사와 FDA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 의약품 시장의 특징은, 아스피린·비아그라 같은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전체 시장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메이저 회사들은 현재의 과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FDA와 결탁해 신약 판매 승인 절차를 복잡하고 힘들게 만들어놓았다. FDA가 요구하는 3단계의 임상실험 과정을 모두 통과하는 데 어림잡아 1조원의 비용과 5~10년의 시간이 걸린다.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지금까지 전 세계 제약업계는 한 가지 타깃만을 목표로 하는 합성 신약 개발에 매달려왔다. 그러나 생활 수준의 향상과 급속한 노령화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성인병, 만성 질환 환자가 증가하면서 합성 신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 신약 쪽으로 제약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미국 의회가 1994년 천연물을 식품 보조제로 분류하고 안전성만 입증되면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씨놀은 천연물 신약으로 FDA 인증을 받았다. 정확하게는 기능성 식품이다. 그래도 씨놀을 개발하는 데 7백억원의 연구비와 10년의 시간이 투입되었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오늘 10월에 최첨단 3.0 T-MRI, 뇌혈류 측정기 등의 설비를 갖춘 중추신경계 전문 치료 센터인 미래CNS센터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공식 개원할 예정이다. 항노화 전문가인 한인권 전 성균관대 의대 교수 등 여섯 명의 의료진이 센터에 상주하며 국내 치매 및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국내 임상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UCLA 등에 있는 우리 연구진들이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물질 자체의 효능은 검증되었으나 치료제로 출시되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실 바이오 벤처 기업은 대형 제약회사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상실험을, 자금력이 달리는 바이오 벤처 기업 혼자 감당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설령 신약이 임상실험을 모두 통과하고 승인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국제 마케팅을 하려면 대형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파트너십이 필수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바이오 벤처 기업은 신약을 개발한 뒤 임상 3상까지 이루어지는 임상실험 기간 중에 대형 제약회사와 기술 이전 계약을 맺어 수익을 창출한다.

현재 전 세계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3천5백만명에 육박하며 치매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6백80조원에 이른다. 이회장은 “최근 미국 최대 제약회사측의 요청으로 뉴욕에서 그룹 회장을 만나기도 했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천문학적 규모의 이 시장을 외국에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한국 사람인 만큼 씨놀이 가져다줄 막대한 선물 보따리를 한국 사람들과 함께 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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