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에선 자연의 속살을 만나고, 이 답사기에선 문화의 깊이를…”
  • 책 속에서 만난 사람│유홍준 교수 ()
  • 승인 2012.09.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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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제공
북한산을 잠깐 걸어도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면 어떤 이에게 숲일 뿐이었던 그 공간은 역사 수업 시간이 된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도 그 시간의 선생님 중 한 분으로 돋보이는 인물이다. 유교수는 지난 9월13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창비 펴냄)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올레길에 가면 제주 자연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제주 문화의 깊이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는 1993년 1권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권이 나왔다. 대한민국 내륙 구석구석을 다니던 끝에 제주로 날아간 것이다. 유교수는 뒤늦게 제주로 간 이유에 대해 “제주 얘기는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제주 문인과 지인들이 ‘우리 얘기도 써달라’라며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고 설명했다.

유교수는 세계자연유산으로서 제주를 아는 것 못지않게 고유의 민속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답사기에는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처럼 잘 짜인 일정과는 전혀 다른 여정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유산에 보내는 감탄사도 짧다. 대신 제주 특유의 문화를 중심으로 제주 사람의 체취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안내한다.

고은 시인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2권째 나오던 날 “유홍준의 눈빛이 닿자마자 그 사물은 문화의 총체로 활짝 꽃피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주목받지 못하고 제대로 조명된 적 없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일깨우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것에 대한 평가였다. 그런 유교수의 섬세한 시선이 제주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자연·민속·언어에까지 뻗친 것이다. 책에 게재된 사진의 8할이 유교수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인문적 해석을 한 것이 아니라 발품을 팔고 방대한 자료를 들춰본 뒤에 했다는 것이다. 

유교수는 “제주어는 20~30년 후에는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그럴수록 제주어를 살려서 쓰는 것이 우리 문화를 지키는 한 가지 길이라고 본다. 해녀는 2천명 정도 있는데, 이분들이 자연 감소하면 끝이다. 이들의 일상을 어떻게든 기록해 민속자료로 살아남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교수는 다음 답사지를 독도라고 밝히며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를 공개하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근거를 써야 한다고 본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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