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약’이 되는 의사 추천 ‘슈퍼 푸드’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10.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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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우태윤
의사를 만날 때마다 먹지 말라는 음식이 늘어난다. 당뇨가 있으면 과일을 피해야 하고, 혈관이 좋지 않으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도 부담된다. 반대로 의사가 권하는 음식이나 식품은 없을까? 의사들은 특정 음식이나 식품을 권하지 않으려고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만큼 좋은 식습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세계 의학계에서는 건강에 좋은 음식, 이른바 ‘슈퍼 푸드(super food)’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특정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적어도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음식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각 분야의 의사 7명으로부터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슈퍼 푸드를 추천받았다. 또 영양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각의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효과적인지도 소개한다.

지난해 5월 세계적인 의학 저널(<NEJM>)에 커피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남성은 하루에 커피 한 잔, 여성은 두 잔을 마시면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최근 커피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다. 암이나 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커피가 그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는 심장병, 호흡기질환, 당뇨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도 커피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추천했다. 그는 “커피의 어떤 성분이 사망률을 떨어뜨리는지에 대한 연구는 더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커피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거나 고지방 크림을 추가해서 마시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우태윤
암과 혈관질환에 특효 음식은 녹색 채소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많은 음식이 녹색 풀이다. 시금치, 상추, 콜리플라워 등은 암과 혈관질환 예방에 좋은데, 특히 위와 대장과 같은 소화기계통에 생기는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시금치에는 시력과 눈 건강에 필요한 성분(루테인, 제아잔틴)의 함량이 많다. 또 엽산이 상당히 많아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데에 좋다. 엽산은 산모의 필수 영양소이기도 하다. 콜리플라워에 있는 성분(인돌-3-카비놀)은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시금치·상추·콜리플라워와 같은 녹색 채소는 끼니 때마다 반찬이나 국으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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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류, 노화 예방…위 건강에 비빔밥 좋아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노화 예방에 관심이 많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VIP검진센터 교수(내분비내과)는 블루베리·블랙베리·아사이베리 등 베리류를 노화 예방 식품으로 꼽았다. 대부분 보랏빛을 띠는 베리류에는 사람에게 필요한 미네랄과 비타민뿐만 아니라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아사이베리는 망고스틴과 같이 지구상의 식용 베리류 가운데 항산화물질이 가장 풍부한 열매이다. 김교수는 “장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성분(시르투인)이 노화를 지연하고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분이 없어 혈당을 높이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대인의 사망 원인 1위인 암 중에 음식과 관련이 깊은 암은 위암과 대장암이다. 위 건강을 챙기기 위한 식품으로는 두부가 꼽힌다. 노성훈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두부는 가장 우수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다. 게다가 부드러워서 위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다. 두부 자체가 위암 예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위에 자극을 주지 않아 위암 발생을 줄일 수는 있다. 두부를 먹더라도 짜거나 맵지 않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맵고 짠 음식이 위에 큰 자극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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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에는 섬유소 풍부한 ‘오색 음식’

또 위 건강에 좋은 음식은 비빔밥이다. 역시 위에 부담이 적고, 여러 채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비타민 등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비빔밥에 섞은 채소류는 해당 계절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다만 고추장을 과하게 비비면 오히려 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장암 전문의는 대장 건강을 위해 다섯 가지 색상의 음식(오색 음식)을 추천했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 건강은 섬유소와 밀접하다. 채소와 과일에 많은 섬유소는 그 자체가 발암물질이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 또 대장 내부의 점막이 발암물질과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섬유소가 풍부한 오색 음식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이들 음식에 의존하는 식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색 음식이란 사과(붉은색), 고구마(노란색), 양배추(초록색), 요구르트(흰색), 블루베리(보라색)이다. 사과에 있는 식이섬유 성분(펙틴)은 몸속에서 지방을 잡아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과일도 이런 효과를 보이지만, 특히 사과 속의 성분이 가장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과를 주스 형태로도 섭취하는데, 사과 주스는 강력한 항산화물질(폴리페놀)이 발효하면서 항암 성분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 밖에 대장암 예방에 유익한 붉은색 식품으로는 강낭콩, 붉은 양배추, 붉은 양파, 팥, 딸기, 수박, 토마토 등이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사람들이 대장암 빈도가 극히 낮은 이유를 의학자들이 밝혀냈는데, 비밀은 고구마에 있었다. 그 종족은 고구마를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먹어 대장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구마에는 항암 성분(강글리오사이드)과 항산화물질(비타민C,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대장암 예방에 좋은 기타 노란색 식품은 호박, 귤, 복숭아, 레몬, 살구, 오렌지, 키위, 파인애플 등이다.

초록색을 띠는 양배추도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양배추의 식이섬유는 대장 내부의 유해 성분과 결합해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셀레늄과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은 발암물질을 제거한다. 이런 성분은 면역 기능을 높여 암의 증식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그 밖에 초록색 식품으로 겨자, 근대, 무, 브로콜리, 상추, 시금치, 케일, 멜론 등을 꼽을 수 있다.

유가공 제품인 요구르트는 유산균 덩어리이다. 유산균은 장에서 좋은 균(비피두스균 등)을 증가시키고 나쁜 균(부패균 등)을 감소시킨다. 요구르트는 변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듯이, 대장에서 발암물질을 빨리 배출시켜 대장 내부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또 다른 흰색 식품은 도라지, 마늘, 무, 부추, 양파, 콩나물, 배, 백도 등이다.

블루베리도 대장암 예방에 좋다. 미국 럿거즈 대학 연구팀이 블루베리 추출물(프테로스틸벤)을 쥐에게 먹였더니 대장암 전 단계(용종)가 57%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또 블루베리의 보라색을 내는 색소(안토시아닌)도 항암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물질이다. 가지, 자두, 포도, 녹차, 코코아 등도 대장 건강에 좋은 보라색 식품이다.

양배추는 대장암뿐만 아니라 유방암에도 예방 효과가 있다. 양배추를 조리할 때는 절대 물에 담가 삶지 말아야 한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황 화합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양배추 찜으로 먹거나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배추를 채로 썰어 갈색이 될 때까지 볶은 다음 소금, 후추, 설탕을 조금 넣어 먹으면 좋다. 양배추의 성분은 열에 약하므로 되도록 날것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날것으로 먹기가 힘들면 찌거나 살짝 데쳐 먹으면 된다. 특히 바깥쪽 잎과 심에 건강에 유효한 성분이 많으므로 버리지 말고 먹을 것을 권한다.

요구르트는 누구나 먹어도 좋은 식품이지만, 당뇨가 있거나 과체중인 사람에게는 플레인 요구르트를 권한다. 플레인 요구르트는 다른 첨가물이 없어서 우윳빛을 띠며 젖산의 신맛을 낸다. 블루베리는 하루 20알 정도 껍질째 날것으로 먹으면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지 않는 열매이므로 냉동·주스·분말·진액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시사저널 우태윤
우울증과 불안감 떨치게 해주는 유제품

현대는 신경 쓸 일이 많아지면서 정신 건강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것이 우울증과 불안감이다. 특정 환자가 아니라 일반인이 쉽게 느끼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좋은 음식은 유제품이다. 강은호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불안 예방에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이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몸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계물질이 떨어지면 우울증이, 멜라토닌이라는 물질이 감소하면 불면증이 생기는데, 이런 물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트립토판이 한다. 이 성분은 계란·우유·치즈와 같은 유제품에 풍부하다”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포만감을 주기도 하지만 트립토판이 멜라토닌 분비를 왕성하게 해준 덕이다. 그 외에 오메가3라는 물질도 우울증과 불안감을 낮춘다는 의학적 근거가 많다. 이 성분은 고등어·청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에 많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는 다크 초콜릿이 효과적이다. 또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크 초콜릿에는 뇌혈관과 심장혈관에 피가 엉겨서 생기는 혈전(피떡)을 방지하는 성분도 있다. 신영민 서울시북부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일반 초콜릿에는 설탕 성분이 많아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지만, 다크 초콜릿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페닐에틸아민)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이 물질이 많아지면 뇌가 자극을 받고 기분이 좋아지는 물질(엔돌핀)이 다량으로 분비된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도움말=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 김윤기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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