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속에 파고드는 ‘신선족’도 쑥쑥
  • 윤고현 인턴기자 ()
  • 승인 2012.10.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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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떠나는 한국인 유학생·상사원도 크게 늘어나

2008년 5월29일 중국 베이징 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이 이 대학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후 질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성근씨(22)는 ‘신선족’이다. 신선족은 ‘새로운 조선족’이라는 뜻으로 중국에 오래 거주한 한국인들을 일컫는다. 임씨는 1989년 중국으로 건너가 기업체를 일군 한국인 중국 이주 1세대의 자제이다. 중국 산둥 성 칭타오에서 초·중·고교를 거쳐 중국에서 20년간 체류했다. 임씨는 지난 2010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한국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는 여전히 칭다오에 거주하고 있다. 임씨 남매는 한국인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이기도 하다. 임씨는 “한국인은 주로 두 가지 사유로 중국으로 넘어간다. 공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유학지로 꼽힌다. 한국 학생들은 미국(27.5%)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24%)을 유학지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이 중국 유학을 선호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워 양국을 오가기 쉽다. 물가도 한국보다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유학생들이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적다. 그러면서도 베이징 대학이나 칭화 대학 같은 명문 대학이 많아 훗날 한국에서 취업할 때도 도움이 된다.

중국 내 한국 유학생, 6만명 넘어서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한국인 유학생의 숫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한국 유학생은 6만2천명이다. 중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많다. 중국 유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어 전공자 위주였으나 취직 경쟁이 심화되고 이직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비전공자의 중국 유학이 늘어났다. 주로 취업률이 높은 학교로 몰린다. 지린 성 대학 통번역학과 졸업자의 경우 중국어와 영어가 가능하므로 다른 명문대보다 취업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유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 최우주씨(21)는 칭다오 해양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중국의 발전 가능성을 보면서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중국행을 택했다”라고 전했다. 국내 유명 대기업에 다니는 문 아무개씨는 중국 유학 성공 사례로 꼽힐 만하다. 그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상하이 푸단 대학에서 유학했다. 문씨가 유학을 고심하던 당시는 중국과 러시아 경제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었다. 문씨는 군대 생활 중 중국의 전망이 밝다는 국방일보 기사를 보고 중국행을 결심했다. 문씨는 “인터넷과 유학원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아버지가 다니던 기업체의 중국 지사에 가 있는 현지 직원들을 통해 성장성을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문씨와 함께 공부하던 한국인 학생들도 지금은 대부분 성공의 단맛을 보고 있다. 그들은 주로 국내 10대 그룹 소속 계열사의 해외영업부에서 일한다. 중국어가 능숙하고 현지 사정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 중국에 주재원으로 파견된 사람도 상당수 있다. 문씨는 “당시 함께 유학했던 친구들이 나아지는 중국의 경제 상황과 함께 대부분 성공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생활은 만만치 않다. 문화 차이가 주는 어려움이 크다. 과거에 비해 덜해졌지만 자국 중심주의나 중화주의는 여전하다. 임성근씨는 “동북 공정 문제에 대해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해 보니 고구려 역사를 진짜로 자신들 역사로 착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김치도 중국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중·일 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지역 분쟁 문제로 뒤숭숭하다. 최우주씨는 “평소에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다. 다만 이번에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던 댜오위다오 지역 문제로 인해 반일 감정이 확산되어 어딜 가나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일본 사람이라고 하면  택시도 거부당하고 욕설을 듣기 십상이다. 때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일본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의료 사고의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중국에서는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외국인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임성근씨는 “2004년에 손가락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시립병원이었는데도 수술 후 오히려 손가락이 불구가 되었다. 외국인이라 보상을 받기도 어려웠다. 재수술을 받았는데도 아직 손가락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지 유학생이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로 부유층 자제들이 유학을 가는 탓에 한인 유학생 사이의 유흥 문화는 중국 학생과 다르다. 문씨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물가가 싸다 보니 도피 유학차 중국으로 들어온 한국 유학생이 많았다. 그래서 사망 사고의 희생자가 되거나 문란한 생활에 노출되는 일이 잦았다. 오토바이를 타다 죽기도 하고, 유학생 사이 성문화도 문란했다”라고 말했다.

한국 유행생들이 많이 모이는 중국 베이징의 우다오커우 거리. ⓒ 뉴스뱅크 이미지
한국인들끼리 모여 만든 공동체도 다수

남학생들은 군대 문제로 고민한다. 중국은 4년제 대학을 6년 안에 졸업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한국처럼 군 특별 휴학 기간이 없다. 중국 유학 경험이 있는 문 아무개씨는 “중국 대학은 휴학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 남자 학생들은 병역 문제로 고민이 많다. 졸업 후 군대를 가거나 병역을 마친 후 유학을 가야 한다”라고 전했다.

유학생 이외에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의 주된 신분은 회사에서 파견되어 근무하는 상사 주재원이나 사업 목적으로 나가 있는 경우이다. 현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추정하는 중국 내 상사 주재원은 8만~10만명이다. 국내 대기업 상선회사에서 파견되어 상하이에 5년 근무한 김 아무개씨는 “중국에서 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하고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도 중국을 비즈니스 거점 지역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라고 했다. 상사 주재원들은 본사에서 중국 지사로 파견되어 몇 년간 근무하기 때문에 자녀 교육 문제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상사 주재원인 김 아무개씨는 “한국인 자녀들은 주로 한인학교나 국제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지역에서는 상하이한인학교가 유명하다”라고 전했다. 상하이한인학교는 중국 상하이 시 민행 구에 위치하는데, 초·중·고교 합쳐 학생 수가 1천10명에 이른다.   

한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공동체도 형성되어 있다.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베이징 우다우커우 지역이나 교민·주재원의 주거단지인 왕징에 주로 한인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그 밖에도 상하이·칭다오·톈진 등 각 대도시에 최소 4만~5만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모인다. 칭다오교회는 중국에서 최초로 인정받은 한인 교회이다. 칭다오 대학, 해양대학 등에 다니는 대학생 50명가량이 모여 있다. 교회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고 인맥을 만들기 쉬워 한인 학생들이 자주 모인다. 상사 주재원이나 사업 목적으로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교류하거나 각 지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한인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모인다. 칭다오한인상공회·광저우한인상공회 등 지역 상공회의소를 통해 회사 설립이나 법률 분쟁 같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공유하고 전문가들이 상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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