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개발 6년, 결실 맺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10.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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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한 중견 기업의 성공 비결①_ 셀트리온

 <시사저널>은  ‘급성장한 중견 기업 100곳’을 선정해 지난 호에 보도했다. 지난해 매출 1천억~1조원을 거둔 상장 법인을 대상으로 지난 5년 동안의 매출과 시가총액 상승률을 전수 조사하고 가중치를 매겨 조사한 결과이다. 이번 호부터 ‘급성장한 중견 기업 상위 10곳’의 성공 비결을 10회에 걸쳐 분석·공개한다.

‘사기꾼’ ‘설마!’ ‘와!’ 지난 10년 동안 바이오 의약품 개발회사인 셀트리온(celltrion)에 대한 반응은 이렇게 변해왔다. 10년 전에는 투자금을 모아 도주할 회사라는 소문이 돌았고, 복제 약 개발을 시작한 6년 전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올해 7월 이 회사의 약품이 시판 허가를 받은 후에야 세계적인 바이오 의약품 회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기꾼 소리를 듣던 회사가 찬사를 받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983년부터 삼성전기, 한국생산성본부, 대우자동차로 자리를 옮기며 월급쟁이로 살았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999년 당시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자동차 산업보다 두 배나 큰 제약 산업 시장이 형성된 그 당시에 바이오 의약품이 뜰 것이라는 지인의 말을 들은 서회장은 40여 개국에서 바이오 제약 전문가들을 만나 귀동냥을 하며 사업에 확신을 가졌다. 2000년 대우차 출신들과 회사를 만들었다. 이들은 친인척들로부터 돈을 빌렸고, 몇몇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본금 6백억원을 만들었다.

셀트리온은 이렇게 태동했다. 그러나 산업공학을 전공한 서회장에게 일감을 주는 곳은 없었다. 제약사들도 만들지 못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만들겠다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손가락질과 사기꾼이라는 비난뿐이었다. 2004년 우여곡절 끝에 마친 에이즈 백신 임상시험이 실패하자 회사는 휘청거렸다.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투자금을 모아 야반 도주할 기업이라는 소문만 난무했다. 2006년 2백65억원의 적자까지 났다. 사채를 끌어다 운영자금으로 쓸 정도로 회사 사정은 말이 아니었다.

상반기 코스닥 기업 중 최고 영업이익 달성

천신만고 끝에 미국의 한 제약사로부터 관절염 치료제를 위탁 생산하는 일을 따냈다. 2007년 6백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적자와의 인연을 끊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천7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4천억원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코스닥 상장 법인 8백1개 가운데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8백75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파산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기반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있다. 위탁 생산만으로도 먹고살 수는 있지만,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이었다. 같은 복제 약이라도 바이오 약품의 복제는 화학 약품 복제보다 여러모로 까다롭다. 화학 약품 복제는 복사기로 문서를 복사하는 것처럼 비교적 단순해서 A라는 약을 복제하면 A라는 약이 나온다. 그러나 바이오 의약품은 복사할 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A라는 바이오 의약품을 복제하면 B나 C라는 결과물이 나오기 일쑤이다. 살아 있는 세포로 만들기 때문이다. A라는 신약을 똑같이 만들 수는 없더라도 비슷한 효능을 가진 A1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관건이다. 신약과 효능이 비슷하다는 뜻의 시밀러(similar)를 붙이는 이유이다. 

셀트리온은 2006년부터 바이오 의약품 복제에 매달렸다. 6년 동안 2천억원을 투자해서 류마티스 관절염 약을 복제하는 데에 성공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약품명 램시마)가 그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 즉 항체의 이상 반응으로 생기는 질병이므로 항체를 조절하는 약을 복제한 것이다.

1년에 6~9차례 주사제를 맞는 데 드는 비용이 1천만원을 넘는다.

국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50만명으로 추산되고, 그 가운데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사람은 32만명이다. 이 중에서 약을 사용한 사람은 3천명에 불과하다. 

오는 11월부터 1천만원이던 약값이 7백만원대로 떨어진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 약은 올해 20개 병원에 공급된다. 바이오시밀러의 최대 장점은 기존 신약보다 싸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의 약은 5백만~6백50만원이다. 또 셀트리온은 환자의 증세나 수입을 고려해 약값의 절반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최저 2백50만원으로 약을 사용할 길이 열린 셈이다.  

셀트리온은 더 많은 환자가 류마티스 관절염 약을 사용하게 되어 국내 시장 규모는 현재 6백억원에서 3천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지난 3월 유럽 지역에 약 시판 허가를 신청해둔 상태여서 내년에는 수출 길도 열릴 전망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앞으로 내놓을 바이오시밀러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유방암 치료제(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서 지난해 12월까지 임상시험을 마쳤다. 최근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내년 중반에 승인을 받을 것이다. 항암제(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도 올해 초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2014년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대비는?

2009년 바이오시밀러 바람이 불어서 국내외 유수의 제약사들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세포가 자라는 시간도 필요하다. 셀트리온은 오래전부터 기술을 축적했고, 최근 실제로 제품을 시판했다. 다른 기업보다 5년 앞서서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신약 개발이 목표일 텐데, 어떤 신약을 개발 중인가?

독감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얼마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에 대한 상의를 마쳤고, 내년에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다. 바이러스로 만든 백신이 아니라 항체를 주사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4년 출시를 목표로 삼았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인가?

화학 약품에서 부작용이 적으면서 효과는 좋은 바이오 의약품으로 약이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세포 치료제 시장이 커질 것은 뻔하다. 그래서 셀트리온도 역분화줄기세포(완전히 자란 체세포를 줄기세포 단계로 되돌린 세포) 치료제 2~3가지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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