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차세대 리더 조사 / 게임] 엔씨소프트 품어 안은 김정주, ‘영향력’도 함께 품었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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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대세 속에 올해는 온게임넷 PD들도 ‘도약’

2012년 6월8일 게임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4.7%를 넥슨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대금만 8천45억원에 달했다. 이로써 넥슨은 게임업계 라이벌로 불리던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김택진 대표의 지분은 9.99%로 줄어 최대 주주에서 2대 주주로 자리가 바뀌었다. 김택진 대표의 서울대 공대 1년 후배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실질적인 최대 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서로 각각의 영역에서 큰 침범 없이 개별적으로 성장해오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관계가 순식간에 변해버린 대사건이었다.

ⓒ 뉴스뱅크이미지
지난해까지 <시사저널>의 ‘차세대 파워 리더’ 전문가 설문조사 게임 분야에서 김택진·김정주의 ‘빅2 체제’는 강고했다. 특히 김택진 대표의 아성이 강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74%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목률을 기록하며 차세대 리더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뒤를 김정주 대표가 따랐다.

올해는 그 순서가 바뀌었다. 김정주 대표가 처음으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응답자 중 62%가 넥슨과 엔씨소프트, 게임업계의 양대 거목을 거느리며 천하 통일을 이룬 김정주 대표를 게임 산업의 파워 리더로 꼽았다.

ⓒ 연합뉴스
박지영 컴투스 대표, 김정주·김택진 양강 속에 3위 올라

김정주 대표는 1994년 게임회사 넥슨을 창립하며 세계 최초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선보인 인물이다. 하지만 넥슨이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은 MMORPG가 아닌 캐주얼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 캐주얼 게임은 게임 방식이 쉽고 간편해 짧은 시간 동안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장르이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은 넥슨의 매출을 책임진 대표적인 캐주얼 게임이다.

넥슨의 매출액은 2011년 기준으로 약 1조2천1백17억원이다. 게임업계 최초로 1조원대 회사가 되었다. 2008년 이후 인수·합병에 투자한 금액만 2조1천억원이 넘는다. 그러고도 여전히 곳간에 여유가 있다. 인수한 회사가 다시 이익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인수·합병의 대상은 김정주 대표가 손수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게임업계에서 넥슨의 위상은 골리앗이나 다름없지만 그동안 김정주 대표가 1위에 오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의 관심에 비켜선 채 ‘은둔형 CEO’로 비쳤기 때문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올해 조사에서 2위(48%)를 차지했다. 엔씨소프트 최대 주주에서 물러났지만 프로야구 제9 구단 ‘NC 다이노스’의 구단주 직책을 새로 얻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김택진 대표는 지난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립하면서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의 대작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MMORPG=엔씨소프트’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자리는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를 이끄는 박지영 대표의 차지였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여성이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컴투스는 29개의 출시 게임 중 다섯 개의 게임이 최고 매출액 순위 10위 이내에 포함되어 있다. 컴투스는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액인 2백20억원을 달성했다.

김정주 대표와 <바람의 나라>를 함께 개발했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역시 파워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송대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리니지>를 개발하며 엔씨소프트 부사장 및 개발 총괄을 역임했다. 국내 MMORPG의 아버지 격인 셈이다. 현재 송대표는 최고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키에이지>를, 다운로드나 설치가 필요 없는 클라우드 게임으로 시연·발표했다.

<라그나로크>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성공시킨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는 국내 최정상의 게임 프로듀서로 꼽힌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지난 9월 독일 수출 계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유럽 공략에 나섰다. <릴> <R2> <C9> 등 뛰어난 액션 게임을 개발한 김대일 펄어비스 대표는 신작 MMORPG <검은 사막> 트레일러를 지난 9월에 공개해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e스포츠의 산증인 위영광 PD, 처음으로 순위 진입

그동안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는 게임개발사 대표나 개발자 중심으로 순위표가 짜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게임 방송 종사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온게임넷에서 e스포츠 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위영광 PD는 e스포츠계의 산증인이다. 세계 최초의 게임 방송국인 온게임넷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스타크래프트1 리그를 초기부터 연출하며 게임을 단순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낸 일등 공신이다.

온게임넷은 스타리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자 리그오브레전드(LOL) 리그를 출범시켰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미국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작품. 후속작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LOL 리그는 지난 5월19일에 열린 스프링 리그 결승전에 8천여 명의 관중이 모였고, 9월8일에 열린 섬머 리그 결승전도 사전 예매 좌석이 일주일 만에 매진되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 LOL 리그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원석중 온게임넷 PD가 이름을 올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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