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의 사건 추적] 악마로 변한 살인자의 두 얼굴
  • 표창원│경찰대 교수 ()
  • 승인 2012.10.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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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3천살 먹은 악마다”라며 다른 인격으로 변해 범행
1998년 부천 비디오 가게 살인 사건

ⓒ 일러스트 임성구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손과 옷에는 핏자국이 선명하다. 그러나 어디서, 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는 곧바로 경찰에 체포되어 지문과 혈흔 등 모든 과학적 증거가 일치하는 살인 용의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내 안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라며 살인은 내가 아닌 ‘내 안에 사는 또 다른 인격’이 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경우 법정에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심신 상실’에 의한 행동으로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화재 현장에서 난타당한 시신 발견

1998년 3월2일 0시20분쯤, 경기도 부천시의 한 비디오 가게에서 매캐한 연기가 새어나왔다.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급히 내려진 셔터의 잠금 장치를 부수고 가게 안으로 진입해 불을 껐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 형상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상자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영화에 나오는 ‘미이라’처럼 온몸이 붕대와 테이프로 꽁꽁 묶인 사람이 흉기로 무수히 난타당한 듯 온몸과 바닥을 피로 물들인 채 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 현장감식반은 외관상으로도 안면부 함몰과 전신 다발성 골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 실시된 부검에서도 피해자가 온몸을 둔기로 무수히 구타당해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피살자의 신원은 그 비디오 가게의 주인인 김 아무개씨(39)로 밝혀졌다. 경찰 수사 결과 피해자 김씨가 머리에 상해를 입을 경우 8천만원, 범죄 등 사고로 사망할 경우 4억원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보험금 수령인인 피살자의 아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범행 당시 알리바이도 입증되었으며 혐의점이 보이지 않았다. 만일 돈을 노린 강도였다면, 왜 굳이 적발될 우려에도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의 몸을 붕대와 테이프로 싸매고 전신을 구타해야 했을까?

고문을 통해 어떤 비밀을 알아내려 했다면, 도대체 39세의 조그마한 동네 비디오 가게 주인에게서 알아낼 비밀이 무엇일까? 채무를 받아내려는 해결사들이었다면 여러 명이 시끄럽게 오랜 시간 난리를 쳤을 텐데 왜 주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을까? 사건 현장은 불에 타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온통 물이 뿌려져 지문이나 족적, 범인의 어떤 흔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이 피살자 주변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대상을 확대해나가던 중, 피살자의 고향 후배로 몇 년 전부터 피살자의 비디오 가게 일을 도우며 함께 지내온 임 아무개씨(26)를 주목하게 된다.

다중인격자의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
‘보험금 노린 청부 살인’으로 보고 심문

그는 사건이 나던 시간에 혼자 잠을 자고 있었다며 범행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직접적인 살해 동기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피살자의 부인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태도와 언행을 보이고 은연중에 피살자를 비난하는 듯한 어감을 풍긴 것이 수상했던 것이다. 수사진에서는 이런 유형의 살인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치정에 얽히고 보험금을 노린 공범 형태의 청부 살인’이라고 보고 조심스럽게 증거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경찰은 피살자 부인의 거처와 소유물, 용의자 임씨의 거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임씨를 상대로 심문하던 노련한 형사는, 사건의 핵심 사실 관계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응답하는 용의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팔다리를 자주 흔드는 등 ‘불안 반응’을 보이는 것을 포착했다.

형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임씨를 응시하다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정곡을 찔렀다. “왜 그랬어?” 아무리 찔러대도 꿈쩍도 안 할 것 같은 바위 같은 외모의 베테랑 형사가 한참 동안의 침묵 끝에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던진 그 한마디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하며 자신을 가까스로 지켜오던 용의자 임씨의 심리적 방어선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놈은 죽어 마땅해요, 형수가 너무 불쌍해서 그랬습니다.” 경찰 수사진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임씨는 끝내 형수, 그러니까 피살자의 부인은 이 사실을 모르며 결코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임씨가 자백한 내용은 이렇다. 7년 전인 19세 때 고향을 떠나 부천에 사는 선배 김씨를 찾아와 함께 살며 신세를 지게 된 임씨는, 자신을 돌봐주는 선배 김씨와 형수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일을 도우며 살아왔다. 한 집에 살다 보니 김씨 부부의 대화 내용이나 부부 관계 등 모든 사생활을 듣고 보게 되면서 선배 김씨에 대한 실망과 미움, 혐오감을 키워왔다.

녹화된 범행 장면에 믿기 어려운 광경이…

자신에게는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고 고마운, 마치 천사 같은 형수를 김씨가 함부로 대하며 수시로 폭행하고, 동물적으로 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리거나 끼어들 수도 없고 오직 마음속으로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비디오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빚을 지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김씨가 후배 임씨에게 ‘강도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었고, 임씨는 괜찮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씨가 가입한 보험이 ‘머리에 상해를 입을 경우 8천만원, 범죄 등 사고로 사망할 경우 4억원’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임을 감안해 머리에 상해를 입히되 생명에 지장이 없고 후유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성공해서 보험금을 받게 될 경우 그 3분의 1을 임씨에게 사례금으로 주기로 한다는 약속을 한 두 사람은 그 전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해 두 사람 간의 증거로 남기기로 했다.

‘1998년 3월1일 밤’을 D데이로 잡은 두 사람은 비디오카메라와 붕대, 테이프, 몽둥이 등 범행 도구를 갖추고 다시 한번 서로의 계약 내용을 확인한 뒤 실행에 들어갔다. 비디오카메라를 삼발이에 고정시켜 작동한 뒤 의자에 앉은 김씨의 온몸을 붕대와 테이프로 감싼 임씨는 고통과 사고 가능성을 걱정하는 김씨에게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낼 테니 걱정 마세요”라고 안심시키고는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그만 머리를 잘못 맞아 숨졌고, 그 후 후환이 두려워 가게에 불을 놓은 뒤 도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백은 피해자 김씨의 전신에 남겨진 상처들과 다발성 골절 등 참혹한 시신 상태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했다. 그 의문은 곧 풀리게 된다. 자백 이후 임씨의 방에서 압수한 비디오테이프에 범행 과정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테이프를 본 형사들은 놀라움과 혼란에 사로잡혔다. 테이프 속 임씨의 행동과 표정, 말투가 갑자기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낼 테니 걱정 마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형님” 하며 고분고분 존칭을 사용하던 임씨가 몽둥이를 몇 차례 휘두르더니 갑자기 싸늘하고 매우 빠른 어투의 반말체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섞으며, 잔인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곧이어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난 ‘쉐도우’다. 내 나이가 몇인 줄 아느냐, 난 3천 살 먹은 악마다. 너 같은 놈이 이해하지 못할 위대한, 수천 년 전부터 널 응징하기 위해 기다렸다”라는 등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쏟아내며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다가 옆에 있던 돌덩이를 들고 김씨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내리찍는 것이었다. 곧 온몸이 붕대로 싸인 김씨는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었고, 그 후에도 임씨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임씨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악마처럼 변해 마구 공격을 휘두르던 모습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테이프를 보고 임씨를 면담한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환청·환시 등 망상 중세를 보이는 정신분열병이 의심된다’는 의견부터, ‘악령이 빙의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다중인격 장애의 소견이 보인다’라는 주장까지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범인 임씨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김씨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일을 꾸민 살인 행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었다. 임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마치 영화 속 다중인격 장애자나 악령이 빙의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임씨의 전혀 다른 모습, ‘쉐도우’의 존재에 대해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빙의’와 ‘다중인격 장애’의 실재 여부 두고 논란 많아 

‘떠도는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옮겨붙는’ 미신적 현상을 빙의라고 한다. 귀신이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깃들어 그 사람을 조종한다는 빙의 현상을 믿는 사람이 많다 보니 그 잘못된 믿음을 이용하는 빗나간 상술이나 범죄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일부 부도덕한 무속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정신질환이나 불행 등의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죽은 조상의 영혼이나 나쁜 귀신이 빙의했다며, 귀신을 쫓아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뜯어내고 있다.

‘다중인격 장애’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7년에 출간된 소설 <이브의 세 얼굴(The Three Faces of Eve)>과 뒤 이어 나온 동명의 영화가 크게 흥행한 이후이다.

이후 다중인격 장애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학계에서의 논쟁이 이어지다가 급기야 1985년,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기준인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정식으로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 후 다중인격 장애를 주제로 한 서적의 출간과 영화 및 드라마의 제작 건수는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에 비례해서 정신과 의사들의 다중인격 장애 진단 건수 역시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1999년 워싱턴 주에서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인 빌 그린에게 강간당한 피해자인 정신과 의사 메리 산티니니가 그린에 대한 강간 상해 유죄 판결에 반대한다면서 “다중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그린이 자신을 강간할 때에는 ‘타이론’이라는 다른 인격이 지배하고 있었다”라고 공개 항의해 주 대법원이 재심을 결정한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까지 미국에서는 24개의 주만이 다중인격 장애를 형사 책임이 면책되는 ‘심신 상실’의 사유로 인정하고 있었는데, 워싱턴 주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다중인격 장애가 실제로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1979년 10월19일 법정에서 흐느끼며 진술하는 연쇄 살인 용의자 케네스 비안치(왼쪽). ⓒ AP연합
1977년 가을부터 1978년 겨울 사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외곽 언덕배기 이곳저곳에서 옷이 모두 벗겨진 여성들의 시신 10구가 발견되었다. 경찰 감식과 법의관 부검 결과 피해자들은 모두 강간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되었다. 범행 수법이 똑같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 살인’이었다.

1979년 1월11일, LA로부터 약 2천㎞ 떨어져 있는 워싱턴 주 벨링햄에서 두 명의 여성(22세 카렌 맨딕, 27세 다이앤 와일더)이 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옷은 모두 입혀져 있었으나 경찰 감식 결과 두 여성 모두 강간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경찰의 현장 수사 결과 범인이 남긴 발자국·지문 등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다음 날 아침, 범죄 장소였던 빈집의 관리를 맡은 경비용역원 중 한 명으로 얼마 전 LA에서 이사 온 28세의 청년 케네스 비안치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벨링햄 경찰은 이 사실을 LA 경찰에 통보했고, 곧 LA 경찰 수사진이 벨링햄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비안치는 계속 횡설수설하면서 LA 연쇄 살인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벨링햄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에서도 같은 태도를 취하던 비안치는 경찰이 족적과 지문 등 증거를 들이대자 사실은 자신이 종종 기억을 잃는 기억상실증 환자이며, 그 당시에도 기억을 잃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최면 심문 결과 ‘다중인격 장애’로 보였지만…

비안치의 변호사 브렛은 범죄심리학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도날드 룬드 박사와 최면 요법 전문가로 유명한 범죄심리학 교수 죤 왓킨스 박사에게 비안치에 대한 정신 감정을 요청했다. 곧 최면 신문이 실시되었고, 심문 도중 자신이 ‘케네스 비안치’가 아니라 스티브라고 주장하는 ‘다른 인격’이 등장하더니 비안치가 아닌 자신(스티브)이 벨링햄에서 맨딕과 와일더를 살해했고, LA에서는 10명의 여성을 연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1979년 3월30일 열린 공판에서 비안치의 변호사는 ‘다중인격 장애로 인한 심신 상실 상태에서 행한 범죄이므로 무죄’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검찰은 비안치측 전문가 증인인 범죄심리학자들의 진단 내용에 대한 반박을 위해 내로라하는 범죄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을 감정 증인으로 위촉했다.

그야말로 사상 최초, 전대미문의 ‘범죄심리학 대전’이 벌어진 것이다. 곧 비안치에 대한 가족력 조사, 최면 신문, 비안치의 정신세계 속에 존재하는 각 인격에 대한 심리 검사 등 복잡하고 다양한 검사와 조사들이 행해졌다. 전문가들의 진단 결과는, 전형적인 ‘다중인격 장애’라는 의견과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철저한 거짓말’이라는 양극단으로 갈렸다.

특히 다중인격 장애 환자 48명에 대한 진단 및 치료 경력을 가진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던 앨리슨 박사는 2개월여에 걸친 심층 면담과 최면, 심리 검사 결과를 정리한 1백24쪽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비안치 안에 ‘케네스’와 ‘스티브’ ‘빌리’의 세 인격이 존재하며 살인을 저지른 ‘스티브’는 정신분열증과 편집증을 앓고 있는 매우 폭력적인 성향으로, 비안치의 아버지가 사망한 13세 때 형성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비안치에 대한 최면 신문 과정을 CCTV로 모니터링하던 LA경찰청 프랭크 살레르노 형사는, 비안치가 ‘스티브’로 변해 범행 과정을 이야기하던 중 자신을 ‘내가’(I)가 아닌 ‘그가(He)’로 표현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찰나를 포착했다. 곧 살레르노 형사는 추가 보강 수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 ‘스티브’는 비안치가 과거에 심리학자를 사칭하기 위해 도용했던 심리학과 대학원생의 실제 이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비안치가 처음에는 ‘스티브’의 존재에 대해서만 주장하다가 경찰이 고용한 범죄심리학자 ‘오언’ 박사가 일반적인 다중인격 장애 환자는 두 명이 아닌 세 명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빌리’의 존재를 급조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 거짓말쟁이’였던 비안치는, 머리는 좋고 욕심은 많으나 노력하기를 싫어해 편법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으며 다수의 절도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지역 전문대학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한 학기도 채 마치지 못하고 그만둔 비안치는 경비원을 포함한 이런저런 비정규 노동 직종에 종사했는데, 어떤 직장에도 오래 붙어 있지 못했다. 욕구 불만에 차 있던 비안치는 경찰관 복장과 신분증 등을 위조해 사용하며 공범인 사촌 안젤로 부오노와 함께 여성들을 유인해 강간하고 살해하는 연쇄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치밀한 경찰 수사와 경찰측 범죄 심리 전문가의 전략에 말려들어 거의 성공할 뻔했던 ‘다중인격장애’ 흉내가 실패로 돌아간 비안치는 검사와의 ‘유죄 인정 협상’에 동의했고, 공범인 부오노의 범행에 대한 증언과 연쇄 살인에 대한 자백 및 정신질환인 것처럼 꾸며댔던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한 대가로 부오노와 함께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Series) 표창원 교수의 사건 추적


1. 악마가 된 외톨이의 빗나간 분노의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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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군에 희생된 꽃다운 청춘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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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자친구의 환심 사려 끔찍한 범행
- 1990년 유치원생 곽재은양 유괴·살해 사건

4. 만삭의 여인이 벌인 잔혹한 범죄
- 1997년 8월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 사건

5. 자녀 학대가 부른 끔찍한 패륜 범죄
- 2000년 5월 과천 토막 살인 사건

6. 고희 되도록 못 버린 ‘그놈의 도벽’
- 권력자 울리고 서민 웃겼던 대도 조세형 사건

7. 악마로 변한 살인자의 두 얼굴
- 1998년 부천 비디오 가게 살인 사건

8. '살인자' 꿈꾼 소년의 잔혹한 범행
-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다 잠자던 동생 도끼로 내리쳐

9.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
- 아홉 살 때 성폭행당한 여성이 20년 후 가해자 살해 ‘아동 성폭력’ 심각성 알린 김부남 사건

10. '짐승' 의붓아버지 죽인 비운의 여인
- '성폭력 특별법' 탄생시킨 김보은·김진관 사건

11. "유전 무죄, 무전 유죄" 탈주범의 절규
- 1988년 탈주범 지강헌 일당의 인질범 사건
 

12. 법대 여대생 꿈 짓밟은 판사 장모의 편집증
- 미행과 감시, 위협하다 킬러 고용해 살해

13. 기막힌 살인 누명 쓴 '억울한 3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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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고한 인명 앗아간 '지옥 지하철'
- 1백92명 사망, 1백48명 부상한 최악의 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15. 탐욕스런 선수들의 썩은 스포츠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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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무참하게 행복 짓밟힌 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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