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자녀 구하기’ 부모들이 뛴다
  • 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2.11.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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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늘어나는 ‘취직 난민’ 해법 찾기 골몰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업 채용 설명회에 대학 졸업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AP 연합
12월이 시작되면 취직 활동이 시작된다. 활동이라기보다 전쟁이라는 말이 가깝다.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자, 즉 취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일본에서는 ‘취직 난민’이라고 부른다. 대학 4년생 졸업 예정자로 아직 취직이 내정되지 않은 사람은 대략 10만명 정도이다. 일본의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장기 침체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취직 난민’ 정도가 아니고 ‘대난민’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취직 전쟁은 12월부터 시작되어 이듬해 3월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3월이 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1년,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지속된다.

특히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취업 빙하기가 계속되고 있다. 취업 난민들의 희망은 기업들의 실적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일본 대기업들의 실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출은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일본 대표 가전업체들의 적자는 심각하다. 파나소닉은 지난 10월31일 2013년도 3월 결산기의 연결 최종 손익 전망치를 당초 5백억 엔 정도의 흑자에서 7천6백50억 엔(1조7백10억원) 적자로 조정해 발표했다. 소니는 2012년 3월 결산기에 이미 5천억 엔 적자를 기록했다.

‘대학생 공급 과잉’도 취직 난민 급증 원인

또 세계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샤프 역시 경영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2013년 3월 연결 결산 순손실이 4천5백억 엔(6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연속 큰 폭의 적자이다. 자구책으로 기존 인원 5천명을 삭감하기로 했다. 해외 공장 인원을 포함하면 그 수가 1만명 정도에 이른다. 현재 해외까지 포함한 연결 종업원 수는 7월 말 기준으로 5만6천4백명이다. 샤프 본사가 있는 가메야마 시의 지역 경제는 썰렁하다. 샤프는 가메야마 시의 재정 원천이었고 지역 주민의 생계 기반이었다. 또 지역 내 고등학교·전문학교·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취직 대상이었다. 샤프의 몰락으로 지역 경제와 고용이 동시에 추락하고 있다. 내년 초 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해줄 대기업들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졸업생 또는 졸업 예정자들의 취직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취직 난민이 느는 이유는 경기 침체 및 기업의 실적 악화 때문만이 아니다. 대학생의 공급 과잉도 취직 난민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1985년도 26.5%였던 대학 진학률은 올해에는 50.8%로 상승했다. 대학 졸업생은 37만명에서 55만명으로 늘어났다. 소자녀 인구 구조로 대학 졸업 후 취직이 쉬울 것이라는 통념이 맞지 않는 이유가 바로 수요에 비해 넘쳐나는 대학생 숫자 때문이다.

취직 난민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은 장기 불황에 빠져 있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방 정부들은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지난해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인 이와테 현, 미야기 현, 후쿠시마 현 등이다. 수조 엔(수십조 원) 규모의 복구 사업을 위한 지원 자금이 지역 내에 풀리기 시작했다. 현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거의 공통적으로 고용 지원금이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미야기 현의 외자계 기업 유치담당인 한자와 타이이치 씨는 “기업이 신규로 고용하는 경우 1인당 3년간에 걸쳐 2백25만 엔(3천1백50만원)을 지원한다. 각종 지원금의 우선순위는 고용 창출에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취직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사회적 개선 기대 못해 부모의 도움 절실해져

일본에서는 취직 난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교육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질적 변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좋은 사례가 있다. 장기 침체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가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니클로이다.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은 ‘전원 경영’ 슬로건을 부르짖고 있다. 상황에 따라 모든 직원이 어떤 상황이든 고객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직원에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파트 직원까지 다 포함된다. 이른바 아웃풋형 프로 인재, 고객의 니즈(욕구)에 맞출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대기업, 기업 내 안정적인 부서 그리고 변호사, 컨설턴트, M&A 전문가 등과 같은 직업을 추구하는 기존의 인재상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취직 대상자들도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학 자체에 대한 변화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고우야마 토시미 씨는 “한국의 경우 온라인 대학이 활성화되어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아직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대학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한국 온라인 대학의 시스템을 받아들여  ‘The Cyber University’ 대학을 설립했다. 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이버 대학을 관리하는 문부성의 관리들이 아직도 오프라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다.

최근 다나카 마기코 문부과학대신이 아키타 시에서 신청한 아키타 공립미술대학 등 세 개 대학의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가 취소하는 소동이 있었다. 민주당 내에서 반발이 나오고 야당인 자민당이 거세게 항의하자 자신의 주장을 번복한 것이다. 마키코 대신이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의 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넘쳐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질을 담보할 수 없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취직 난민을 양산하는 사회·경제적 구조는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 취직 난민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고, 취직이 복수로 되는 사람들과 여러 군데에 지원해도 취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취직 격차 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자 취직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호자용 세미나-우리 자식 취직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 부모가 해야 할 일’과 같은 세미나에 학부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도 앞섰지만, 막상 참가해보니 자녀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취직 난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한 신문의 인터넷판에 연재된 ‘모자간의 4백44일 취직 전쟁’이라는 글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 취직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부모들이 자녀의 취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야 되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일본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리더십을 거론한다. 일본이 지난 1970~80년대 고도 성장을 구가할 때는 유능한 관료와 정치적 리더십이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구조가 비난 대상이 되어버렸다. 일본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있고, 젊은이의 미래는 취직에 있다. 한마디로 일자리가 일본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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