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모두 “박근혜, 현재 박빙 우세”
  • 감명국 기자·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2.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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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캠프 해단식 이후 행보와 TV 토론이 변수”…박후보 캠프와 문후보 캠프 자체 판세 분석

그야말로 이제는 막판 초읽기이다. 바둑으로 치면 ‘계가(計家)’를 앞두고 집수를 헤아리는 눈동자가 정신없이 굴러가는 형국이다. 대선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초접전을 펼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측과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측은 자체적인 표 점검에 분주한 모습이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역대 선거 판세 분석 경향은 대개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엇갈리는 추세인 데 반해, 현재 양측 전망치가 거의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 단일화 이후 박후보측이 오차 범위 내에서 약간 앞서고 있다는 것이 양측 전략 분석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신동철 여론조사단장은 “생각보다 괜찮다”라고 말한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로 야권 단일화 효과가 반감되면서 기선을 잡았다는 뜻이다. 실제 11월28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는 ±2.5%포인트)에 따르면 다자 대결에서 박후보는 48.5%, 문후보는 42.2%를 기록했다. 신단장은 “수치로 나타나는 것보다 현장이 더 낫다는 소리까지 나온다”라고 밝혔다. 현장의 분위기가 워낙 좋아 실제 격차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11월30일 박근혜 후보 캠프 사무실. ⓒ 시사저널 박은숙
새누리 “말실수와 지역감정이 변수”

향후 ‘안철수 변수’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내면서도 판세를 뒤집어엎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단장은 “민주당이 안 전 후보의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막상 안 전 후보가 돕더라도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모두 흡수하는 상태는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문후보로 옮겨간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흔들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신단장은 “문후보의 지지율을 대략 45%로 봤을 때 25%만 진성이다. 나머지 20%는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어쩔 수 없이 문후보를 선택한 지지층으로 보이는데, 실패한 단일화라는 여론이 확산되면 이들이 꼭 문후보에게 투표한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는 정성조사(Qua-litative Study)를 통해 나타난 민심에 주목하고 있다. 정성조사는 숫자로 드러나는 정량조사(Quantitative Study)와 달리 심층 면접이나 FGI(Focus Group Interview·표적 집단면접법) 등으로 민심을 살펴보는 여론조사 기법이다. 신단장은 “문재인 후보 지지층을 상대로 단일화에 대해 물어보면 실패한 단일화로 규정하는 사람이 많다. 또, 안 전 후보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가 문후보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별 판세와 관련해 최대 표밭인 수도권과 PK(부산·경남)를 바라보는 시각이 캠프 내에서 다소 엇갈린다. 수도권의 경우 경합 열세로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경합이나 경합 우세로 바뀌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선대위 불교본부장인 주호영 의원은 “역대 대선의 득표율을 보면 통상 수도권에서 보수 정당이 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 다만 그 정도의 차이는 다른 곳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단장은 “박후보가 수도권 현장 곳곳을 방문하고 정책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에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PK 민심은 결국 박후보로 결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단장은 지금은 PK 지역에 대해 경합으로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표 차이가 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전략 지역인 충청권은 경합 우세라는 입장이고, 박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에 대해서는 압도적 우세로 바라보았다. 강원도와 제주는 각각 우세와 열세이고, 적진인 호남은 열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오히려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는 “수도권에서 7%포인트 이상 뒤질 수 있다. 투표율 70%를 가정할 때 7%포인트만 잡아도 표 차이가 100만표 가까이에 이른다. 지금은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또, 박빙의 승부를 감안하면 ‘안철수 변수’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승부의 변수를 ‘말실수’와 ‘지역감정’으로 꼽았다. 신단장은 “실수가 모든 것을 뒤바꿀 수 있다. 지금부터는 누가 잘해서가 아니라 실수에 의해서 승부가 갈린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사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초반 우세이기는 하지만, 승부의 추가 확 기울지 않은 상태라 말실수의 중요성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이 지역감정을 조장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단장은 “민주당이 호남과 영남을 갈라치는 것이 아니라 PK와 TK를 분리하는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다. 남부권 신공항 문제로 교묘히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1월30일 문재인 후보 캠프 사무실. ⓒ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 “결국 안 전 후보가
2030 움직일 것”

민주당은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지금 조금 뒤지는 분위기가 낫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점점 분위기 반전이 이뤄지면 12월19일 승부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월23일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이루어진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현재 양자 구도에서 문후보가 조금 밀리고 있다는 점은 민주당 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의 전략가로 통하는 한 관계자는 “물론 새누리당도 그렇겠지만, 우리도 자체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계속 판세를 보고 있다. 아직은 오차 범위 내 접전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안(철수)후보 캠프 해단식 이후 안 전 후보가 어떤 입장을 밝히지 않겠는가. 그때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는 조금 뒤지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뉘앙스이다. 실제 우상호 공보단장은 “안 전 후보가 사퇴한 직후에는 (문후보가) 박후보에게 8%포인트 이상 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지금 4~5% 정도의 차이에 그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라고 밝혔다.

이목희 선거캠프 기획본부장은 “현재 초박빙 형세이지만, 정권 교체 희망층이 새누리당 집권 희망층보다 10% 정도 많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안 전 후보 사퇴로 부동층으로 돌아선 표들이 선거가 임박하면 결국 문후보 쪽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본부장은 “전략 지역인 충청권에서 50%, 부산 등 PK에서는 45%를 목표로 잡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의 박빙 우세, 호남에서의 절대 우세만 유지하면 지난 2002년 대선처럼 58만표 차 이상으로 승리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본부장의 전략이 다분히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전제로 한 민주당 내 한 인사는 “현장을 나가보면 분명히 30대 후반과 40대층에서 ‘반(反)MB’ ‘반박근혜’ ‘반새누리당’ 정서는 존재한다. 그런데 20대와 30대 초반 연령층의 정서가 좀 애매하다. 그래서 안 전 후보의 향후 행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지금과 같이 다분히 형식적인 지지 선언에 그친다면, 솔직히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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