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의 사건 추적] 무참하게 행복 짓밟힌 한 가족
  • 표창원│범죄심리학자 ()
  • 승인 2013.01.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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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신정동 옥탑방 묻지 마 살인 사건
범인 “웃음소리에 화가 나 살인했다” 진술

2010년 8월7일 토요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 3층 옥탑방에서는 언제나처럼 엄마와 아이들의 단란한 웃음소리가 새나왔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초등학생 남매(14세, 11세)와 42세 동갑내기 부모가 서로를 아끼며 오손도손 사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이웃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한 남자가 현관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뛰어들어온 순간, 그 단란하던 가족의 보금자리는 충격과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파란색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담배를 입에 문 채 한 손에는 망치를, 다른 한 손에는 배낭을 들고 뛰어든 남자는 다짜고짜 TV 앞에 앉아 있던 엄마와 두 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용의자 모습은 일찍 확인되었지만…

엄마가 본능적으로 아이들 앞을 막아서자 남자는 망치를 들어 엄마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비명 소리가 집 안 공기를 찢었고, 소리에 놀란 아빠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 남자는 담배와 망치를 바닥에 버리고 배낭 안에서 칼을 꺼내든 뒤 아빠의 배를 마구 찔렀다.

배를 움켜쥔 아빠는 바닥에 쓰러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발생한 충격적 상황에 아이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아이들을 그대로 둔 채 서둘러 문 밖으로 나간 뒤 사라져버렸다.

2010년 9월14일 범행 장소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범인 윤 아무개씨. ⓒ 연합뉴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응급구조대는 우선 머리에 중상을 입은 엄마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하지만 배를 칼에 찔린 아빠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아이들은 아무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커 안정과 전문가의 상담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곧이어 도착한 과학수사요원들은 집 주변부터 시작해 현장 수사를 실시했다. 아쉽게도 자동지문검색(AFIS)을 통해 바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온전한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용의자가 발견되면 진범 여부 확인이 가능한 ‘쪽 지문’ 10점과 범인이 피우던 담배꽁초 그리고 범인이 쓰고 있던 모자 안에서 3점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다.

모두 DNA 검출이 가능한 시료였다. 또한, 거실 바닥에 낭자한 혈흔에 대해 정밀 분석한 결과 피해자인 아빠의 배에서 비산되거나 흐른 것과는 다른 형태의 혈흔이 발견되었다. 수직으로 떨어져서 생긴 ‘낙하 혈흔’ 형태였다.

이런 혈흔 형태는 칼에 찔린 피해자의 상처보다는 범인이 들고 있던 흉기에서 떨어지거나 범인이 칼을 사용하다가 손에 상처가 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담배꽁초와 머리카락 모근에서 범인의 DNA가 추출되었고, 현장 혈흔에서도 같은 DNA가 확인되었다.

이제 용의자만 나타나면 진범 여부 확인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용의자가 떠오르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6시, 가족이 모두 있는 자그마한 다가구주택 옥탑방에 흉기를 들고 난입한 범인. 결코 돈을 노린 절도범이나 강도의 소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돈을 요구하거나, 뒤지고 가져간 행동은 전혀 없었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행동도 아니었다. 주변에 원한을 살 만한 사람도 전혀 없는 선량하고 평범하고 가난한 가족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너무도 평범한 우리 이웃을 향해 이처럼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을까?

역시 ‘현장’밖에 없었다. 형사들은 사건 현장 인근 거리부터 버스정류장까지, 동네에 있는 9백여 대의 CCTV 녹화 화면을 모두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현장에 남겨진 범인의 파란색 야구 모자와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인상착의를 단서로 ‘범인의 모습’ 찾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의외로 용의자의 모습은 일찍 발견되었다. 선명한 파란색 모자가 단서였고, 범행 시간 전후 골목을 지나간 사람 중 같은 모자를 착용한 다른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모두 34군데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되었다. 거의 오후 내내 동네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다는 얘기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의 폴리스라인 앞에서 범인의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허탕 친 CCTV 분석과 통신 수사

용의자는 검정색 운동복 상하의에 하얀색의 굵은 옆줄이 뚜렷한 특이한 옷차림에 배낭을 메고 빨간색 줄이 있는 검정색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었다. 키는 1백70cm 정도에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30대 전후 연령대의 남자였다. CCTV 화면에서는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형사들은 바로 긴급 통신 사실 조회 신청서를 발급받은 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전화 통화를 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통신 사실 조회는 ‘기지국’ 단위로 할 수밖에 없다.

반경 1km 남짓한 기지국 범위 안에서 그 시간대에 전화 통화를 한 휴대전화는 모두 2만5천대가 넘었다. 그 휴대전화 소유자 모두에 대해 신원 확인과 알리바이 조사, 방문 면담을 실시해야 한다. 늘 하던 일이기에 그 정도 수고쯤은 형사들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용의자만 찾아낼 수 있다면….

일주일 동안 모든 수사력이 총동원되어 2만5천건의 전화 통화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조사했지만, 인상착의가 일치하는 성인 남자 용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분실되거나 타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도 아니었다. 통화를 하고도 흔적이 남지 않는 휴대전화가 있다는 말인가?

통신 수사가 모두 종료되었지만 용의자의 꼬리조차 잡히지 않자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모든 언론과 방송 매체, 길거리 게시판 등에 범인의 CCTV 화면 사진과 인상착의가 수사 전담반 신고 전화번호가 함께 적힌 수배전단이 공개되었다.

신고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주관적 추정이거나 오인 신고 혹은 허위 신고였다.

그럼에도 신고자가 지정한 장소나 사람을 찾아가 볼 수밖에 없었다. 사건 현장 인근과 주변 도시에 거주하는 유사한 수법의 전과자와 우범자를 포함해 모두 9만여 명을 일일이 찾아가 CCTV에 찍힌 모습과 대조하며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용의점을 찾는 ‘발로 뛰는’ 저인망식 수사가 함께 이루어졌다. 현장 주변은 물론, 범인의 이동 경로 주변에 있는 가게와 가정집들을 찾아보거나 들은 것이 있는지를 묻는 ‘탐문 수사’ 역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36일째. 형사들은 집에도 한번 들어가보지 못한 채 신정동 일대와 인근 도시들을 끊임없이 탐문하며 돌아다녔다. 형사들은 ‘돌 하나라도 뒤집어지지 않은 채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수사의 철칙이다. 그날도 신정동 일대를 훑고 있던 낡은 형사기동대 승합차 안에 타고 있던 박성열 형사의 눈이 번쩍였다.

범인 윤 아무개씨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범행 현장인 옥탑방을 쳐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박형사의 예리한 눈

“잠깐만!” 차를 세운 박형사는 문을 열고 뛰어내린 뒤 혼자 걸어가던 한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경찰관직무집행법 불심검문 절차에 따라 자신의 신분을 밝힌 박형사는 남자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왜 그랬어?” 남자는 머뭇거렸다. “네? 뭘요?” 박형사는 잠시 남자를 노려보다가 급소를 찔렀다. “망치로 말야!” 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경찰서로 가시죠. 가서 다 말씀드릴게요.” 놀랍게도 남자는 36일 전 온 동네 CCTV에 다 찍혀가며 동네를 돌아다니다 무참하게 한 가족을 파괴할 때 입었던 그 복장 그대로, 여전히 그 동네를 활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을 경계하며 차를 타고 지나던 박형사의 눈에 그 모습이 잡혔고, 형사의 본능이 범인을 포착한 것이었다. 범인은 누구며,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고, 36일 만에 왜 똑같은 복장을 하고 현장 인근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휴대전화 통화자 수사에서는 왜 그가 포착되지 않았을까?

범인은 지난 14년간 강도·강간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5월에 출소해 누울 자리 하나만 주어지는 법무부보호복지공단에서 거주하고 있던 33세의 윤 아무개씨(36)였다. 피해자 가족과는 일면식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었다.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훨씬 넘어 다시 세상에 나왔다.

14년 복역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면회 오지 않은 가족, 하루 6만~8만원 막노동 일자리마저 들쭉날쭉한 불안한 생활,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가 전혀 없는 암울한 처지, 자신의 상황을 극도로 비관하며 하루 종일 동네를 돌아다니다 막걸리 한 병을 사서 마시고 놀이터에 앉아 있던 범인 윤씨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는 집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나는 이렇게 우울하고 절망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행복하다고 웃고 있느냐”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가 “깽판 한번 치자”라는 심정으로 손에 잡히는 막노동 도구인 망치를 들고 무작정 휘둘렀다. 그러다 남자가 방에서 나오자 칼을 꺼내 들고 찔렀다. 그리고는 현장을 벗어나 도주했다.

아버지로부터 학습한 ‘폭력’

필자는 윤씨를 만나 3시간 동안 면담했다. 마음이 닫혀 있던 그와 어렵게 라포(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요구하자 그는 한참 동안 양 미간을 모으고 기억을 떠올리려 애쓴 뒤 “죄송합니다.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윤씨는 경상북도의 한 염전 마을에서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폭력을 학습하며 자랐다. 아버지가 세간을 다 때려 부수고 어머니를 죽을 정도로 때리는 동안 윤씨와 형 그리고 누나들은 어머니 걱정보다 자기 살길을 찾아 도망가기 바빴다. 그래도 그나마 그런 아버지라도 계셨을 때는 친척이나 이웃들이 무시하지 않았는데, 14세 때 아버지가 술병으로 사망하고 나자 주변에서 무시하고, 돈이 없어지거나 하면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 집단 구타를 하는 등 식구들을 괴롭혔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후 중학교도 다 마치지 않은 채 무작정 상경해 유흥업소 등을 전전할 때도 화나는 일이 있으면, 마치 아버지가 하던 행동 그대로, 마구 때리고 부숴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결국 19세 때 업소 형들과 가정집에 침입해 아이 옆에서 주부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죄로 14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사회에 적응하지도 못한 채 이 끔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온 가족을 황폐화시키고, 자녀에게까지 그 악습을 대물림하는 ‘가정 폭력’의 망령이 너무나 엉뚱하게도 아무 죄 없는 선량한 한 가족을 무참히 짓밟는 괴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부부 폭력과 아동 학대의 문제가 결코 ‘남의 집안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어쩌면 윤씨 ‘묻지 마 살인’의 희생자 가족은 우리 대신에 피해를 당한 분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공짜 폰 하나를 얻어 쓰던 윤씨는 판매점 직원이 넣어준 노래를 듣고 있었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전화 통화를 할 대상도 없었다. 텔레비전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윤씨는 자신이 수배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해 ‘그리 큰일은 아니다’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윤씨는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며 사죄의 눈물을 흘렸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하지만 때늦은 그의 눈물이 참담하고 억울한 피해자 가족의 상처를 회복시켜줄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제2, 제3의 ‘윤씨’를 막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무겁고 엄한 숙제가 남겨졌다. 윤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에서 방화 후 6명을 살해한 범인 정 아무개씨가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다. ⓒ 연합뉴스
‘묻지 마 범죄’는 정식 학술적 개념이나 법률 용어가 아니다. 사람이 많은 길거리나 지하철역 등에서 ‘아무에게나’ 흉기를 휘두르는 흉악 범죄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이 현상을 이해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명칭이 필요해지자 우리 사회는 ‘묻지 마 범죄’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묻지 마 범죄는 ‘납득할 수 있는 동기나 이유 없이 불특정인이나 대상을 향해 공격하는 범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묻지 마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은 ‘개인의 성격 결함’ ‘사회적 스트레스’ ‘촉발 요인’ 등 3가지 요소의 결합에 있다. 묻지 마 범죄가 폭탄이라면, 성장 과정상의 문제 등으로 분노와 공격성, 욕구 불만, 대인 관계 문제 등의 성격적 결함을 형성하게 된 사람들은 ‘화약’이 잔뜩 장전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밀어닥치는 실직이나 취직 실패, 채무나 생계 곤란 등 경제적 문제, 이혼이나 불화 등 가정 문제 등은 ‘뇌관’ 구실을 한다. 이렇게 화약이 장전되고 뇌관이 꽂힌 사람들에게 불을 댕기는 ‘점화’ 역할을 하는 사건들을 ‘촉발 요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대다수 ‘촉발 요인’은 화약과 뇌관이 장착된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만한 일이거나 오해, 혹은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의정부 묻지 마 사건 범인은 지하철에서 침을 뱉은 데 대해 항의하는 다른 승객의 반응을 촉발 요인으로 삼았고,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역시 인화물질을 들고 라이터를 켰다 껐다 하는 위험한 행위를 지적하는 다른 승객의 당연한 행동이 촉발 요인이었다. 신정동 묻지 마 살인 사건은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촉발 요인이었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사람이 ‘쳐다보는 눈빛이 기분 나빠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일주일간 6건이 발생하는 등 과거에 비해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살펴보았던 묻지 마 사건 발생의 3요소인 ‘인격 장애’ ‘사회적 스트레스’ ‘촉발 요인’ 모두가 그동안 증가해왔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격장애 발생의 원천인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 잘못된 훈육이 발생하는 고장 난 가정의 증가와 가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치유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기만 하는 교육 시스템 그리고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와 상처와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비공식적 사회 장치의 붕괴, 경쟁적·적대적 사회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무심하고 적대적인 접촉의 증가, 사람보다는 전자통신 시스템과 더 친숙해져 점점 냉혈이 되어가는 우리 삶의 모습 등이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찾아 시행해나가야 한다.

우선, 지금 당장 세상이 싫고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으며, 희망도 기대도 없어 더는 살고 싶지 않은데 그냥 혼자 죽기에는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가 상담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공공 정신 보건 및 상담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고 협력하며 미리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촘촘한 방범 체계를 마련하는 치안의 선진화도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학대와 폭력이 벌어지는 위기 가정에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하며 강제해 피해 아동을 구제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경쟁과 성취에만 사로잡힌 비뚤어진 교육 시스템이 바로잡혀 상처받은 아이들, 적응 곤란과 대인 관계 문제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발견해 보듬어주고 살펴야 한다. 이웃과 동료,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고 우호적인 배려가 생활화하는 사회공동체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불우한 환경이나 재능 부족 등의 문제로 경쟁에서 밀리고 설 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는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역시 중요하다.

묻지 마 범죄는 국가와 사회의 기능에 고장이 나 발생하는 범죄인데도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상 체계와 치료·상담 등의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우리 모두가 좀 더 깊은 관심과 신중한 태도로, 가족과 동료와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Series) 표창원 교수의 사건 추적


1. 악마가 된 외톨이의 빗나간 분노의 돌진
- 1991년 10월 여의도 광장 차량 폭주 사건

2. 미군에 희생된 꽃다운 청춘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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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자친구의 환심 사려 끔찍한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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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삭의 여인이 벌인 잔혹한 범죄
- 1997년 8월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 사건

5. 자녀 학대가 부른 끔찍한 패륜 범죄
- 2000년 5월 과천 토막 살인 사건

6. 고희 되도록 못 버린 ‘그놈의 도벽’
- 권력자 울리고 서민 웃겼던 대도 조세형 사건

7. 악마로 변한 살인자의 두 얼굴
- 1998년 부천 비디오 가게 살인 사건

8. '살인자' 꿈꾼 소년의 잔혹한 범행
-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다 잠자던 동생 도끼로 내리쳐

9.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
- 아홉 살 때 성폭행당한 여성이 20년 후 가해자 살해 ‘아동 성폭력’ 심각성 알린 김부남 사건

10. '짐승' 의붓아버지 죽인 비운의 여인
- '성폭력 특별법' 탄생시킨 김보은·김진관 사건

11. "유전 무죄, 무전 유죄" 탈주범의 절규
- 1988년 탈주범 지강헌 일당의 인질범 사건
 

12. 법대 여대생 꿈 짓밟은 판사 장모의 편집증
- 미행과 감시, 위협하다 킬러 고용해 살해

13. 기막힌 살인 누명 쓴 '억울한 3인조'
- 경찰, 가상 사건 꾸며내 범인으로 몰아, 2001년 속초 콘도 살인 암매장 사건

14. 무고한 인명 앗아간 '지옥 지하철'
- 1백92명 사망, 1백48명 부상한 최악의 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15. 탐욕스런 선수들의 썩은 스포츠 정신
- 조폭과 승부 브로커들, 금전 동원해 선수 유혹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16. 무참하게 행복 짓밟힌 한 가족
- "웃음소리에 화가 나 살인했다"...2010년 서울 신정동 묻지마 옥탑방 살인 사건

17. 조폭들의 객기가 부른 '희대의 참극'
- 1986년 서진 룸살롱 집단 살인 사건 - 반대파 조직원 4명 살해, 주범 2명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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