誤答은 가라
  • 권대우 발행인 ()
  • 승인 2013.02.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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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아스테어. 그는 영화, 브로드웨이 댄서, 안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배우이다. 76년 동안 같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31개의 뮤지컬 영화에 출연할 만큼 세계적인 명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1933년. 첫 번째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난 후 평가를 보면 그는 배우가 될 자질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를 테스트한 MGM영화사 심사위원장은 절망적인 심사평을 내놓았다.

“연기력이 형편없음. 게다가 약간 대머리임. 춤 솜씨도 수준 이하임.”

하지만 그는 최고의 명배우가 되었다. 브로드웨이 댄서로서도 명망이 높았다. 그는 명배우가 된 뒤 비버리힐스에 있는 자신의 집 벽난로 위에 카메라 테스트 당시 심사평이 적힌 메모지를 액자에 넣어 보관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존심을 송두리째 긁은 그 메모를 보며 명배우로서의 실력을 다져나갔다.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의 일화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그는 야구왕으로 통한다. 가장 위대한 야구선수이자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그는 삼진 아웃을 가장 많이 당한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삼진 아웃왕이 홈런왕이 된 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야구선수 중 홈런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삼진 아웃을 가장 많이 당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때 명문대생의 생생 공부법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핵심은 자신에게 딱 맞는 ‘오답 노트’를 만들어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선생님은 오답 노트를 만들라고 충고한다. 틀린 문제를 분류해 오답 노트를 만들어 공부하면 그만큼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

25일이면 헌 정권은 가고 새 정권이 들어선다. 새 주인은 어차피 집을 바꾸게 되어 있다. 도배하고, 장독대 놓고, 새로운 장롱을 들여놓는다. 새 정부가 들어서려니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찾아서 필요한 자리에 앉히게 된다. 정부 조직 개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교만, 독선, 주변 관리의 실패가 어떤 결과를 몰고 왔는지 똑똑히 봤다. 새로 들어설 정권에서는 이미 인사 검증의 소홀, 소통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몰고 오는지 경험했다. 그것을 아픈 상처만으로 간직하고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시행착오가 반복되면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 노트, 시행착오 노트, 오답 노트를 만들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오답 노트를 쓰시라. 실패 노트를 쓰시라. 새 정권이 확정된 이후의 실패 노트, 지나간 정권들의 오답 노트를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며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시라. 시행착오는 이 정도로 족하다. 오답·실패의 아픈 경험은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 됐다.

시작할 때부터 과거 정권의 오답 노트, 당선인 신분에서 겪게 된 실패 노트를 들고 25일 임기를 시작하시라. 실패는 가장 좋은 교재이다. 그것을 공유하고 학습하면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 ‘내일을 알려거든 오늘에 땀 흘리고, 오늘을 알려거든 어제를 탐독하라’는 말이 있다. 내일 박수 받으며 떠나려거든 오늘 오답 노트를 펼쳐보고, 오늘 얼마나 잘하는지 계측하려거든 어제의 오답·실패에 눈을 돌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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