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자, MB에 손배소 제기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03.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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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변호사 “MB 상대로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 손배소 추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 모습은 안타깝게도 하나같이 불행했다. 이제 국민들은 진정으로 박수받고 청와대를 나와서 퇴임 후에도 계속 존경받는 국가 원로로서 자리매김하는 전직 대통령을 갖기를 소망하고 있다. 지난 2월25일 퇴임한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과 그 전에 있었던 여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MB 정부에서 이른바 대통령의 측근들이 주도적으로 벌인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그 피해자측이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청구 소송(손배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만약 소송이 일정대로 진행되면,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첫 사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 셈이 된다.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자들을 변호하고 있는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는 지난 2월2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손배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만약 민변과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하면 단독으로라도 손배소를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찰 피해와 관련해 김종익씨와 YTN 노조 등 해직 언론인이 제기한 손배소가 있기는 했지만,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지난 2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 전달 체계 개편 유공자 격려 오찬에서 참고 자료를 읽고 있다. ⓒ 연합뉴스

MB, 퇴임 후 첫 소송 휘말릴까

실제 최변호사와의 인터뷰 이후인 3월5일, YTN노조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권재진 법무부장관,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등 5명을 상대로 각각 2천만원씩 총 1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청구했다. 또 노조는 이들을 직권남용과 업무상 횡령,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내곡동 사저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형사고발했다. 퇴임한 이 전 대통령 개인을 대상으로 한 법적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지난 2008년 MB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쥐코’ 동영상을 올린 김종익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이 폭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김 전 대표의 사건이 언론을 통해 폭로된 후, 2010년 7월 1차 검찰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꼬리 자르기 식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2012년 3월 장진수 주무관의 추가 폭로가 있은 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무차별적인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지시 의혹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동안 민간인 불법 사찰의 최종 ‘도착지’라는 의혹을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은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표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뒤에야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소송 당사자로 한 민사 소송이 진행된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시효 부분이 논란이 될 여지도 있지만, 법률상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배소 시효는 통상 피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행위가 있은 지 5년 등이다. 하지만 민간인 신분이 된 이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손배소 시효는 10년이다.
 
최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미진한 상황에서 형사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형사 소송이 법리적으로 엄격하게 사실관계를 따지는 반면, 민사 소송은 포괄적인 개연성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승소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변호사는 “사찰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여러 소송을 진행하면서 지쳐 있는 데다, 국가와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자포자기하는 심정도 갖고 있다. 또, 추가 소송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트라우마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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