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로 맡긴 그림 판 돈 돌려달라”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03.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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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캐피탈, 2012년 횡령 혐의로 홍송원 고소

지난해 저축은행 불법 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샀던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하나캐피탈로부터 고소당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하나캐피탈이 서미갤러리를 상대로 2012년 6월13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던 고소장을 입수했다. 하나캐피탈은 홍 대표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소송의 발단은 지난해 불거진 ‘저축은행-하나캐피탈-서미갤러리’의 삼각 그림 커넥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지는 제1180호(2012년 5월30일자)에서 은밀한 거래 내막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당시 서미갤러리는 보유한 그림을 담보로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285억원을 대출받았다. 담보로 잡힌 그림은 미국의 유명 작가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볼세나(Bolsena)>, 박수근의 <노상의 사람들>, 김환기의 <무제> 등 모두 다섯 점이다.

홍 대표는 285억원의 대출금 가운데 일부인 30억원으로 솔로몬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혐의로 지난해 6월11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홍 대표가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 불법 교차 대출을 중개한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에 소환된 홍 대표는 “솔로몬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미래저축은행과 관계없는 일”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1년 9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145억원을 투자할 당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서미갤러리가 맡긴 그림 다섯 점을 자신의 소유라며 하나캐피탈에 담보로 맡겼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에 그림 다섯 점에 대한 소유권이 복잡해졌다.

하나캐피탈이 서미갤러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시점은 홍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인 지난해 6월13일이었다. 고소장에는 ‘서미갤러리는 하나캐피탈이 처분 권한을 갖기로 한 그림 두 점을 임의로 팔아 판매 대금을 횡령했다’고 적시돼 있다.

하나캐피탈은 2011년 9월17일 미래저축은행과 145억원의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이후 ‘미래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2011년 12월31일까지 8%에 미달할 때는 즉시 대출금과 이자를 반환한다’는 옵션 조항을 내걸어 다시 체결됐다. 또 ‘미래저축은행이 145억원을 빌리며 최초 계약을 맺을 당시 그림 두 점을 담보로 제공했다’고 적시돼 있다. 담보로 잡힌 그림은 앞서 언급한 미국의 사이 톰블리와 박수근의 작품이다. 따라서 지난해 미래저축은행이 다섯 점의 그림을 담보로 하나캐피탈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

ⓒ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하나-서미 전격 합의’ 미스터리

옵션 조항이 걸린 계약 조건이 소송의 원인이 됐다.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1월26일 ‘미래저축은행의 2011년 말 BIS 비율이 5.67%에 그쳤다’며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하나캐피탈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2012년 3월13일 미래저축은행이 담보로 맡긴 그림을 서미갤러리를 통해 판매하고 그 판매 대금을 다시 하나캐피탈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위탁 판매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서미갤러리는 문제의 그림 두 점을 판매한 후 그 대금을 하나캐피탈에 지급하지 않았다. 하나캐피탈이 서미갤러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인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서미갤러리가 그림을 판매한 시점은 2012년 4월 말경이다. 고소장에는 ‘서미갤러리가 <노상의 사람들>을 7억원 상당에 판매한 후 이 대금을 임의로 소비했다’고 나와 있다. 이어 ‘<볼세나>는 2012년 5월10일 미국 소재 경매회사인 ‘필립스 드 퓨리’를 통해 약 624만 달러(약 69억원)에 팔렸다. 서미갤러리는 미술품을 경매사로 전달한 시점에 이미 ‘필립스 드 퓨리’로부터 275만 달러(약 30억원)를 지급받았다’고 되어 있다. 당시 서미갤러리는 대금 지급과 관련해 하나캐피탈의 항의가 이어지자 “법대로 처리하라”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캐피탈과 서미갤러리 사이의 법적 공방은 곧 일단락됐다. 서미갤러리와 하나캐피탈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비리 사태 직후 벌어진 소송에 대해 당사자들이 전격 합의한 까닭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건축법 위반한 홍송원 아들 갤러리 


구설이 끊이지 않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미갤러리 바로 옆에는 홍송원 대표의 장남 박원재씨가 운영하는 원앤제이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홍 대표는 2005년 8월19일 당시 29세였던 박씨에게 원앤제이갤러리를 개설해주었다. 현재 서미갤러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가회동에서는 원앤제이갤러리가 서미갤러리의 명맥을 잇고 있다.

취재 결과 원앤제이갤러리는 2012년 8월3일 종로구청으로부터 건축법 위반에 따른 시정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앤제이갤러리가 들어선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의 건물은 원래 용도가 사무소로 신고됐으나 실제로는 전시장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당시 종로구청은 무단으로 용도 변경된 점과 관련해 원앤제이갤러리의 건축주(홍송원 대표)측에 2012년 9월1일까지 자진 시정을 지시했다.

이에 원앤제이갤러리측은 종로구청에 시정 완료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고, 2012년 12월26일 건축물 사용 용도 변경 시정을 완료했다. 종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건축법 위반에 따른 시정 지시가 내려진 뒤 정해진 기한 내에 시정이 완료되지 않으면, 재차 촉구하는 과정 등을 포함해 길게는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원앤제이갤러리는 2012년 12월26일 건축물 용도 시정을 끝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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