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일방적 결정이 문제 모든 사안에 당의 의지 실려야”
  • 부산│이혜숙 객원기자 ()
  • 승인 2013.04.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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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재보선 출마한 김무성 후보 인터뷰

4·24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4월11일 시작됐다. 부산 영도의 봉래교차로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후보들의 유세전이 치열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열띤 응원전을 벌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시민들은 손을 흔들어주며 관심을 보였다. 영도 주민들의 표심은 과연 누구에게 향할 것인가. 중앙에서 내놓는 전망대로 거물급 정치인인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가 ‘압승’을 거두며 여의도로 화려하게 귀환할 것인가. 아니면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비오 민주당 후보가 이변을 연출할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시사저널> 취재진은 11일 부산 영도를 찾았다.

김무성, ‘당 대표설’ ‘대권 도전설’ 부인 안 해

“부산 영도의 경우 누가 당선될 것인가의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당선인이 중앙 정부에 가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담당하느냐의 문제죠.” 선거 준비가 잘 돼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새누리당 관계자의 여유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변이 없는 한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선거 초반이건만 벌써부터 김 후보의 향후 정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후보의 여의도 복귀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여당 지도부 교체설’ ‘김무성 당 대표설’에 이어 심지어는 ‘차기 대권 도전설’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문은 최근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두고 “당이 청와대 하수인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스맨’만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에게 바른말을 할 거물급 인사가 필요하던 터에 특유의 보스 기질과 카리스마를 갖춘 김 후보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김 후보를 중심으로 더는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은 그만두겠다는 뜻이다. 반면 김무성 역할론에 대해 당 중진들과 청와대의 심기는 복잡하다. 여당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청와대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곧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작 당사자의 속내는 어떨까 궁금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선거와 관련되지 않은 질문은 사절하겠다며 엄포부터 놓는 김 후보를 만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가 4월11일 오후 부산 영도 남흥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한 지방 언론에서 김무성 후보의 당선 이후 행보에 대해 ‘당 대표 후 대권 도전’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사실인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기자가 여러 가지 정황을 추측해서 보도한 것 같다. 자꾸 그런 것 묻지 마라. 지금으로선 영도에 관한 것만 신경 쓰고 싶다.

평소 국회에 가면 큰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갈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곤 했다.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역임한 김 후보로서는 남은 것이 당 대표 아닌가?

그것을 어떻게 내 입으로 (직접) 말하나. 아직은 확인해줄 수도 없고 그럴 만한 타이밍도 아니다. 다만, 주위에서 그런 말들을 하는데 그것까지 내가 나서서 말릴 수는 없지 않나.

집권당 중진으로서 당선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텐데. 당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불협화음을 지켜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당과 대통령 간의 불협화음이 있다고 하는가. 그건 언론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박근혜정부는 지금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다. 처음부터 못 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5년간 믿고 밀어줘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나는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통치자가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나라가 잘돼야 국민이 행복한 법이다. 결국 국민이 행복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잘해야 한다. 나는 박 대통령 옆에서 딱 버티고 있으면서 존경받는 대통령을 만들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이 될 것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 주변에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당과 청와대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김 후보는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것은 모두 다 잊고 앞으로 그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과 청와대의 갈등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이 정권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정권이 있고 당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문제다. 모든 주요 사안에 대해 당의 의지가 실려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즉,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는 것이다. 당과 청와대가 주요 사안에 대해 함께 상의해야 된다는 것이다. 마치 그러면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받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새누리당이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불만도 많은데.

나는 지금까지 야당과 화합하는 정치를 해왔다. 여당이 야당에게 양보하는 정치를 할 때 서로 상생하는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좀 더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김무성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듯했다. 김 후보의 국회 입성 후 향후 역할론에 대해 일각에서 김 후보만이 박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는 ‘김무성 견제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 때문일까. 그러나 청와대에 대해서만은 김 후보 특유의 쓴소리가 그대로 배어났다. 당이 정권을 창출한 만큼 청와대는 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청와대에 “당 의견 귀 기울여라” 경고 메시지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5선 의원 반열에 오른다. 김 후보에게 PK(부산·경남) 색깔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벌써부터 당내에선 김 후보 복귀 후 10월 재보선 혹은 연말 지도부 개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라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정치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는 김 후보의 충고가 꽤 아플 듯하다.

 

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한 후 백의종군했다. 그때 심정은 어땠나?

정치 인생을 돌아보니 참 파란만장하다. 위기가 다가올 때마다 마음을 비우니 더 넓은 길이 열렸다. 뭔가를 비우면 더 채워지는 법인가 보다. 2008년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한 후 많이 억울했다. 그러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비대위 위원장으로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했고, 정권 창출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후 박근혜 대통령 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 창출을 이뤄냈다.

야권에서는 김 후보에 대해 부산 영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도 중앙당에서 낙하산 공천을 해주었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두 후보(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와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를 지칭)가 태어나기 전부터 영도와 연고가 깊다. 아버지가 이곳에서 밀가루 공장을 했다.

최근 김 후보에 대한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데.

출마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동사무소에 미리 방문한다고 연락을 취한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동장 분이 이번 기회에 우리 동의 숙원 사업을 얘기해보자며 몇몇 사람에게 말한 것이 관권 선거라는 의혹을 사게 된 것이다.

민주당 김비오 후보는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중진급 의원들의 전폭적인 유세 지원을 받고 있는데 김 후보는 오히려 당 중진급에게 “영도다리를 건너지 말라”고 당부했다. 왜 그랬나?

이곳은 부산 지역 중에서도 가장 야권 성향이 강한 곳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의원의 바람이 세진 않을 것이다. 40%대 이상으로 이길 자신이 있다.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 앞에서 열린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가운데) 출정식에서 조경태 의원(왼쪽)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격려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희상 위원장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한 남항시장 앞 민주통합당 출정식에서 “박근혜정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김비오 후보의 당선이 필요하다”며 “새 정치를 위해서 김 후보를 뽑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비오 후보는 “새누리당에서 낙하산 공천을 받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영도다리를 건너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식이 엇나가면 사랑의 매를 들듯이 박근혜정부가 잘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도 이날 오전 10시 영동구 봉래시장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공식 선거운동을 개시했다. 민 후보는 “이번 선거가 새누리당 소속 이재균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재선거”라며 “그런데도 부정 선거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 새누리당은 또 후보를 공천했다”고 김무성 후보를 겨냥했다.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가 일제히 출정식을 열고 선거 유세에 들어갔지만, 정작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남항시장에서 10년째 과일을 팔고 있다는 김 아무개씨(58)는 “새누리당은 유명 연예인으로, 민주당은 얼굴이 잘 알려진 당 간부들로 무장해 유세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의 어려움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보여주기 식의 선거전이 아니라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선거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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