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종교인 과세에 딴 목소리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6.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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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일부 대형 교회 재정 공개 우려해 반대

개신교계에서 ‘종교인 과세’는 뜨거운 감자다.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개신교 목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피해 의식이 강하다. 가톨릭과 불교는 종단의 구심 역할을 맡는 곳이 있지만, 개신교의 경우는 전체 교회를 아우를 만한 곳이 없다. 그렇다 보니 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고, 의견은 중구난방 엇갈릴 때가 많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도 교계 내에서 진보와 보수 쪽 입장이 다르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CCK)는 ‘목회자 납세’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KCCK는 3월11일 회원 교단에 공문을 보내 목회자 납세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KCCK측은 “정부가 법체계를 개정해 과세하기 전에 교회가 스스로 납세의 의미를 회복하고, 사회를 품고 사랑하는 차원의 자발적 역할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독경영연구원 등이 모인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목회자의 소득세 신고를 돕는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는 매달 결산 보고서(오른쪽 사진)를 교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위)ⓒ 시사저널 전영기, (아래)ⓒ 시사저널 박은숙
반면 보수 성향의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일관되게 종교인 과세에 반대해왔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홍재철 목사는 “목사와 승려는 일반적인 근로자가 아니고 기도와 예배, 구제 행위를 하는 성직자”라며 근로소득세 납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홍 목사의 말처럼 개신교계에서 목회자 납세에 반대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성직자를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목회 활동은 개인의 수입을 위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계 내에서는 일종의 ‘종교인세’를 신설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지만 개신교계 내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 투명하지 못한 교회 재정 운영이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어 세금 항목이 바뀐다고 쉽게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종교인 과세 논란이 확산된 것은 일부 대형 교회가 ‘부패의 온상’으로 떠오른 탓이 크다.

진보 ‘자발적 과세’, 보수 ‘과세 반대’

담임목사가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서울의 한 대형 교회는 장부를 열어 재정 내역을 살펴보니 수십억 원에 이르는 헌금이 제대로 된 증명 자료도 없이 마음대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회는 그나마 재정 장부를 열어나 봤지만, 다른 대형 교회의 경우 대부분 재정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는 매달 교인들에게 결산 보고서를 직접 전달하고, 그 내역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수입과 지출 내역이 명확하다. 담임목사 월급은 물론 몇천 원 하는 식대까지 정확하게 기재돼 있다. 감사도 철저하게 받고 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교회가 자발적으로 납세 의무를 다할 때 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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