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내일', 중간에서 약간 표시 나는 ‘좌 클릭’
  • 엄민우 기자·양창희 인턴기자 ()
  • 승인 2013.06.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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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향후 추구해나갈 정치이념을 공식화했다. ‘진보적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념 스펙트럼은 ‘중도 좌’ 성향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시사저널>은 과거 안 의원과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과 현재 함께하고 있는 인물들을 분석하고 그 면면을 들여다봤다. 온건한 진보 성향 인사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참여정부부터 MB 정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0년 3월 서울대학교의 한 강의실. 치과대학 98학번 학생이 특별 초청 강연을 하러 온 안철수 교수에게 ‘인재 선발 기준’에 대해 물었다. 당시 안 교수는 “가치관이 비슷해야 (관계가) 오래간다. 부부 관계도 성격이나 취미는 달라도 괜찮지만 가치관은 같아야 오래간다”고 답했다.

안철수의 싱크탱크로 주목받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가치관’이 공개됐다. 6월19일 국회에서 열린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최장집 이사장은 “새로운 대안 정당의 정치적 지향점은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발표했다. 최 이사장은 “자유주의 이념이 처음 발생했을 때는 시장 자율성과 함께 나타났다. 정당으로서의 방향을 확실히 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식 시장 경쟁에 비판적인 ‘진보’란 말을 붙였다”고 말했다.

안철수 싱크탱크의 ‘진보’는 정치권에서 말하는 포괄적인 진보와는 개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진보 진영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보수 쪽 인사도 포괄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최 이사장은 “향후 인재 영입에 있어 이념이나 색깔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오늘 우리가 발표한 그런 방향과 맞는다면…”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의원과 인연이 있는, 이른바 정치권에서 ‘안철수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념 스펙트럼을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여야 출신이 고루 섞여 있고 걸어온 길도 다르다. <시사저널>은 안철수 의원과 인연을 맺었거나 혹은 향후 영입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들의 면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선 캠프였던 진심캠프 인사들의 면면이 ‘내일’로 이어지는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향후 안 의원과 정치 행보를 같이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다, 나아가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인물들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6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핵심 5인방, 민변 출신 등 ‘중도 좌파’ 성향

안 의원을 공개적으로 돕고 나선 인사 중 많은 사람이 대선 출마 당시 꾸려진 진심캠프와 인연이 있다. 과거 안 의원에 대해 공개적 지지자로 나섰던 ‘5인방’이 대표적이다.

송호창 의원은 지난해 10월9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안 의원이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는 송호창 의원실의 도움이 컸다. ‘내일’이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면 송 의원은 여기에서 나온 결과물을 안 의원과 함께 수행하는 실무적 역할을 한다. 송 의원은 국회 내에서도 안 의원측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정치적 동반자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여의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나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송호창 의원실 보좌진과 접촉하고 싶어도 ‘저쪽(안철수 의원측)’으로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날까 봐 전화 통화하기도 꺼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 의원은 “법안 발의 과정에서 안 의원을 지원하고 협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원’에서 활동 중인 조광희 변호사는 안철수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그 역시 6월19일 ‘내일’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대선 기간 안 의원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이날 행사에서는 조용한 조력자로서 뒷자리를 자처했다. 그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안 의원님 하는 일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유민영 전 안철수 캠프 대변인은 참여정부 시절 춘추관장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는 ‘에이케이스(Acase)’라는 위기전략 컨설팅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컨설팅 일을 하고 학생들 가르치고… 뭐 그렇게 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유 전 대변인은 일단 안 의원을 직접 돕는 일선에서 비켜서 있는 모습이다.

진심캠프에서 상황실장을 지냈던 금태섭 변호사는 송 의원과 함께 현재 가장 활발히 안 의원의 조력자로 뛰고 있는 인물이다. 금 변호사는 간간이 국회를 오가며 안 의원을 만나고 있다. 금 변호사는 “10월 재보선 출마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장이 생기면 누군가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잘못 전해진 것이다. 요즘 안 의원을 가끔 뵙고 하는 일을 돕고 있다. 함께할 사람을 모으고 있는데, 특히 안 의원이 직접 뛰며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당시 강인철 변호사는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기도 한 그는 “일단은 연구소(‘내일’)가 잘 자리 잡도록 노력하고 상황에 따라 나설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들 5인방은 전체적으로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송 의원은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활동하며 진보의 길을 걸어왔다. 조광희 변호사도 민변 사무차장을 지냈으며, MB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쓰는 등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유 전 대변인 역시 노무현 정권 시절 춘추관장을 지내 여권보다는 야권 성향이 강하다. 강 변호사와 금 변호사는 비교적 중도 성향을 보인다.

안철수 의원이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기념 행사에서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교수와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노무현 정권 출신 많지만 MB 정권 인사도

앞서 유민영 전 대변인을 언급했듯 안철수 사단에는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눈에 띈다. 장·차관 출신 5명과 전 청와대 인사 3명으로 이뤄진 이들 8인방은 대선 당시 진심캠프에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장·차관급 인사들로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송재성 전 보건복지부 차관, 정병석 전 노동부 차관, 이명수 전 농림부 차관 등이 있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외교통일안보분과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윤 전 장관을 주사파로 지목했고,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맞선 일도 있었다. 2003년에는 노 정권의 초대 외교통상부장관이 됐고, 참여정부의 대북 외교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진심캠프와 ‘내일’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안철수 사단 핵심 인사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한 사람도 있다. 박인복 전 진심캠프 민원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한형민 전 진심캠프 공보실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노 정권 출신이 다수이지만 MB 정권 사람도 있다. 이태규 전 진심캠프 미래기획실장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기획단장을 맡았다. MB 정권에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그는 지난해 10월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다. 많은 사람이 ‘MB맨’이던 이 전 실장의 합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특히 그가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하며 만든 포스터에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 개혁적 실용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내일’의 기획위원으로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일’의 소장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향후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경제 부문 정책을 만들고 다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장집 이사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진보 성향 학자다. 장 교수는 1997년 참여연대의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이후 줄곧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삼성 계열사 간의 부당 거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제일모직 소액주주 자격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고발해 130억원대의 손해배상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안철수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에 참여했던 홍종호 서울대 교수도 신당이 창당될 경우 경제 정책 부문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당시 홍 교수는 안철수 대선 후보의 경제 정책 파트 브레인 역할을 했다. MB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운동을 펼쳤던 홍 교수는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진보적 경제 질서의 모색’을 주제로 펼쳐진 토론의 사회를 맡았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안 의원의 멘토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진심캠프에서 홍 교수가 경제 정책을 주도할 당시 경제 자문 역할을 맡았다.

장하성·홍종호·조정관 등 진보 학자 다수 포진

‘시골의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안 의원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안 의원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던 박 원장은 전국 각지를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중도이면서도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5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원장은 “나 같은 사람더러 진보라 하면 진보를 욕하는 것이다. 나는 개혁주의자다. 이쪽(민주당)이 6번 마음에 들면, 저쪽(한나라당)이 4번 마음에 드는 정도”라고 말했다. 중도 좌파 스탠스를 보여준 셈이다.

이상갑 변호사와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광주전남시민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광주전남시민포럼은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시민단체다. 이 변호사는 ‘내일’의 발기인 명단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이 유력하게 내세울 만한 전남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민변’ 출신인 이 변호사는 진보적 법조인으로 분류된다. 조 교수는 진심캠프의 정치혁신포럼에서 활동했다. 조 교수는 지난 4월부터 광주 지역에서 새정치경제아카데미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새정치경제아카데미는 기존 정치를 극복하고 새 정치를 지향하는 모임이자,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새정치경제아카데미는 지난 6월20일 열린 첫 번째 특강에서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을 초청했고, 두 번째 강연자로 천정배 전 의원을 초청할 예정이다. 두 명 모두 최근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사람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최장집 이사장과의 인연 때문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최 이사장은 손 전 대표의 후원회장이며 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고문직도 맡고 있다. 게다가 손 전 대표와 안 의원 둘 다 진보 성향의 야권에서 중도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인물로 통한다. ‘내일’이 내세우는 ‘진보적 자유주의’에서 2008년 손 전 대표가 이야기했던 ‘제3의 길’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 의원의 측근인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의 합리적 개혁 성향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 ‘6인회’도 손 전 대표와 비슷한 이유로 ‘영입설’이 제기됐다.

“보수 인사 참여는 쉽지 않을 것”

노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은 최근 안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광주 지역에서 안 의원 지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지역 인사는 “안 의원과 천 전 의원 간의 통화는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준이었지,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며 “아직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없지만 안 의원측 지지자들이 경륜과 능력이 있는 천 전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천 전 의원은 2010년 당시 한 토론회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야말로 사분오열된 야권을 하나로 묶어낼 사상적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내일’의 가치관인 진보적 자유주의를 이미 3년 전 거론한 것이다.

최근에는 진보정의당과 안 의원의 연대 가능성이 대두됐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가 안철수 세력에 “연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심 의원이 안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해 티타임을 가지면서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안 의원과 진보정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실히 나온 것이 없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대답을 유보했다. 노 대표는 ‘내일’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일’의) 성격이 분명할 때 연대도 협력도 가능하다. 최장집·장하성 두 분 다 존경하고 개인 교습도 받았던 분들인데, 선생이 학생을 가리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온건한 진보 성향의 ‘내일’과 진보정의당 간 공조는 지금으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철수 사단의 면면을 보면 급진적인 인물보다는 온건 성향의 진보 인사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보수의 길을 걸었던 인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여당 출신인 김성식 전 의원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것은 이념적으로 모호하기 때문에 정당의 방향성을 얘기하는 데 명쾌하게 결론 내릴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참여한 사람들에게서도 통일성을 찾기 어렵다. 다만 전체적으로 ‘중도 좌파’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보수 성향 인사들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5월 민주당의 김부겸·정장선·김영춘 전 의원과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출신 김성식·홍정욱·정태근 전 의원 등 6명이 만나는 ‘6인회’ 관련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시사저널> 2012년 5월22일자). 이후 언론들은 이 6인이 안철수 의원의 영입 대상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모임 인사 중 안철수 선거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성식 전 의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과 모인 인사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자 했던 합리적 개혁 성향 정치인이라는 점이 안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근 6인 모임은 잠시 휴업 상태다.

김부겸 전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요즘은 통 못 봤는데 조만간 봐야 하지 않겠나. 우리끼리 2주마다 모여 공부도 하고 좋은 의견 있는 분들 모셔다가 이야기도 듣고 하는 수준이지, 안 의원을 만난 적은 없다. 나는 엄연히 민주당 소속이고 각자 자기 색깔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고 안 의원과 관련된 소문을 부인했다. 김 전 의원은 미국으로 출국해 6개월간의 연수를 마치고 내년 1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

정장선 전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김성식 전 의원이 안 의원과 친분이 있지만 개인적 차원”이라며 일명 ‘6인회 영입설’은 와전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춘 전 의원 또한 “개인적으로 안 의원에게 호감이 있지만 민주당을 다시 일으키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정욱 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 서울시장 후보로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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