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도 정부가 벌이는 게 낫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6.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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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매출 스포츠토토 공영화 놓고 찬반 공방 가열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 6월19일 오후 2시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회의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자리였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국회 직원이 출입문을 지켜 섰다. 방청 허가를 받은 사람 이외는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20분가량 늦게 열린 공청회는 개정안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현재 국회 교문위에 올라온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스포츠토토로 불리는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공영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해 베팅한 후, 실제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받는 게임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 사업자이며, 오리온그룹이 대주주인 스포츠토토㈜가 위탁받아 운영을 맡아왔다. 이 사업을 앞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통해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6월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 ⓒ 시사저널 이종현
사회적 물의 일으키자 공영화론 수면 위로

공영화 움직임은 지난해 6월 오리온그룹 임원이 스포츠토토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국책 사업인 스포츠토토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그 대안으로 공영화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졌다. 스포츠토토㈜의 계약 기간은 지난해 9월30일로 만료됐다. 지금은 한시적으로 위탁 기간을 연장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공영화 수순을 밟아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영화 추진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사업이 어려울 때는 민간에 위탁해놓고, 자리를 잡을 만하니까 직접 운영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포츠토토는 2001년 10월 처음 시행됐다. 첫 민간 수탁 사업자는 한국타이거풀스였다. 계약 기간이 2006년 9월까지였지만 정·관계 로비 의혹에 휘말리며 1년여 만에 빚더미에 앉아 사업을 접었다. 중단된 사업은 2003년 오리온이 인수하면서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2008년 누적 적자를 모두 메웠고, 2009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지금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고 있다. 2002년 22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8435억원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매출이 130배 가까이 늘어났다. 55억원에 불과하던 공익 기금도 8666억원으로 급증했다. 스포츠토토 사업 매출액은 환급금과 수득금으로 구분되는데, 수득금에서 위탁 운영비, 판매점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비롯한 공익 기금으로 조성된다. 2011년 수익금 규모는 매출액의 27.4%였다. 2012년까지 기금 액수를 합하면 3조5943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공청회에서 “의견 대립이 가장 심한 사안이며, 당사자들 간 이해가 많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1년 가까이 논란이 지속됐지만 아직도 찬반 여론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고, 당사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포츠토토㈜는 서로의 논리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사업의 공공성 및 건전성 부문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은 이윤 추구를 우선하는 민간 기업의 경우 수익 위주의 사업 운영으로 인해 공공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건전성 활동에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계약 기간 내에 목표로 세워둔 이윤 창출에 매달리다 보면 중·장기적 과제인 공공성 및 건전성 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과 정부의 관리를 받는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포츠토토㈜측은 그동안 이룬 성과에 비춰볼 때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다른 사행 산업보다 강도 높은 건전화 정책을 시행해왔고, 그 결과 국내외 공인 기관으로부터 건전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건전화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도박 중독 진단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오히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경정과 경륜이 그 반대 처지에 놓여 있다고 반박한다.

스포츠토토-국민체육진흥공단 주장 팽팽

다음으로 사업의 효율성 및 운영 능력 부문이다. 스포츠토토㈜측은 과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방만한 경륜·경정 사업 운영 사례에 비춰볼 때 사업 비용 절감 등을 통한 효율성 강화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1인당 생산성을 비교하면 스포츠토토의 경우 103억원인 반면 경륜과 경정의 경우 49억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 사업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륜·경정·체육복권 등 유사 사업에 대한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스포츠토토의 경우 운영 형태가 훨씬 복잡하고 재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은 민간 수탁 사업자에게 지급되는 이윤과 관리 및 감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국민을 위한 공익 기금 조성액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2년부터 향후 5년간 매출 추정액을 기준으로 민간 위탁에 비해 공익 기금 조성액이 약 391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 운영 능력과 관련해서는 핵심적인 시스템과 기술, 전문 인력과 운영 노하우 등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사업의 투명성 및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놓고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포츠토토㈜는 물론 전문가들의 주장도 엇갈린다. 공영화에 찬성하고 있는 송명규 체육과학연구원 연구기획조정팀장은 “현재 스포츠토토 사업은 회계 정보의 불투명성, 사업 운영비 전용 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다. 수탁 사업자를 준정부기관에 편입하면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회계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영화에 반대하고 있는 김상범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공영화는 감독을 해야 할 심판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이다. 사업의 투명성 확보는 사업 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감독을 성실히 했는지의 문제로 관리·감독을 잘하면 불미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일차적으로 해당 상임위인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어떤 주장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렸다. 공청회에서 의원들은 입장 표명에 앞서 의문부터 제기했다. 윤은혜 민주당 의원은 “발행 기관과 운영 기관이 같다고 관리·감독이 잘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공영화가 되면 잘리지 않으니 비리가 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냐”고 물었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수익도 나지 않는 사업을 왜 계속하고자 하나”라고 반문하며 “불법 스포츠 도박을 막기 위해 민간 기업이 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스포츠토토가 매출이 높으면 과연 좋은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국가가 반드시 사행 산업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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