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세우면서 여성에겐 왜 안 통할까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7.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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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 미묘한 여성 성기능 장애…발기부전 약도 잘 안 들어

대다수 남자는 아침에 깨어날 무렵이면 음경이 발기돼 있다. 건강하다는 신호다. 그러나 새벽 발기는 물론이고 야한 비디오를 보면서도 발기되지 않는 남자가 있다. 이것은 신체적 원인으로 생긴 발기부전이다. 반면 어느 날 갑자기 성기능이 감퇴돼 발기 불능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정신적 원인으로 생긴 발기부전이다.

발기부전(ED, Erectile Dysfunction)이란 성행위를 하기 위한 발기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거나 유지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지속되거나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발기부전이라고 부른다. 짧은 시간 동안만 발기가 되거나 완전한 발기가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원인은 당뇨,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 등이다. 그 외에 고혈압 치료제 등 일부 약품도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며, 흡연·운동 습관·식생활 등도 발기부전의 주요 원인이다.

많은 남성이 일상생활에서 간혹 겪기는 하지만 발기부전은 40세 이상의 남성에게는 흔한 질환이다. 그런데 발기부전으로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던 남자들이 이제는 당당할 수 있게 됐다. 비아그라 한 알을 먹고 30분 정도만 지나면 ‘남성’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발기 주사를 놓기 위해 아내 몰래 화장실에 갈 필요도 없고 주사를 놓을 때의 ‘따끔한 고통’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 일러스트 임성구
여성도 성기의 혈액 부족으로 장애 겪어

남성의 발기부전은 음경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생기는 장애다. 비아그라는 음경에서 피가 빠져나가도록 하는 PD-5 효소의 작용을 막아 음경에 혈액이 고이도록 해 발기를 유도하는 약물이다. 비아그라의 원래 목적은 심장병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동맥을 팽창시켜 혈액 순환을 촉진해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런 혈관 확장 기능이 동맥과 정맥이 떨어져 있는 심장보다는 좁은 공간에 동맥과 정맥이 밀집돼 있는 남성의 성기에서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약의 목적이 바뀌었다.

동맥이 팽창하면 정맥이 압박을 받게 된다. 이때 팽창한 동맥으로는 많은 혈액이 유입되지만, 동맥에 눌린 정맥으로는 피가 잘 빠져나가지 못해 성기로 유입된 혈액이 고여 있게 된다. 발기가 유지되는 원리다. 하지만 동맥과 정맥이 따로 떨어져 있을 경우 동맥이 팽창해도 부근의 정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성기의 장애는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상당 부분 성기의 혈액 부족 때문에 장애가 일어난다. 보통 여성은 성적 자극을 받으면 부교감신경이 흥분돼 성기에 혈액이 몰리고 질 내의 점액샘에서 애액(愛液)이 분비된다. 이때 음핵과 음순은 충혈돼 커지고, 음핵의 지속적 자극이 방아쇠 구실을 해 오르가슴에 이르게 된다. 절정 후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여성을 부드럽고 모성적으로 만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러한 물질이 분비되지 않는 여성은 성기능 장애를 겪게 된다.

남성은 성기, 여성은 뇌로 섹스한다

여성의 성기능 장애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의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이 성관계에 밋밋한 반응을 보이는데 남성 혼자서 흥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성 성기능 장애는 도무지 성욕이 생기지 않거나 성행위를 혐오하는 성욕 장애, 질의 윤활 작용이 원활치 못하고 외음부 등 성기 감각이 둔화되는 성 흥분 장애,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하는 극치감 장애, 성교통·질경련 또는 평상시의 통증 때문에 성행위를 기피하는 통증 장애로 분류된다. 특히 성 흥분 장애는 대부분 여성 성기에서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해 생기므로 흔히 남성의 발기부전에 비교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기능 장애 여성이 비아그라를 복용해도 괜찮을까. 과연 남성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물론 여성이 비아그라를 먹을 경우 흥분해서 오히려 남성을 이끈다는 설이 있다. 대다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답은 ‘노!’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성 문제는 녹록지 않다.

성 의학자들은 비아그라가 남성 성기에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음핵 조직을 이완시켜 그 부위의 혈관이 혈액으로 팽창될 것이라 기대하며 임상실험을 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심리적 효과를 얻도록 하는 위약(僞藥) 이상의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즉각적으로 발기가 되지만, 여성의 성기는 비아그라 복용 후에도 금방 반응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레너드 디로가티스 교수는 “PD-5 효소의 기능을 막는 질의 역할이 남성에 비해 25%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아직까지 여성용 비아그라가 개발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은 발기 자체가 성이다. 발기부전의 원인과 과정 또한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여성은 성욕이 없으면 거의 흥분하지 못하는 상태라 성기능 장애의 원인 또한 아주 미묘하다. 오죽하면 남성은 성기로, 여성은 뇌로 섹스를 한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그렇다고 남성에게 성욕이 성적 흥분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의 성욕 역할보다 좀 덜할 뿐이라는 얘기다. 결국 여성의 성적 흥분은 남성처럼 단순하게 발기만 시키면 되는 유체역학(流體力學)의 문제가 아니라서 비아그라를 먹어도 별 효과가 없다고 성 의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고개 숙인 남자’ 치료법의 진화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1998년 3월 세상에 등장했다. 비아그라의 등장은 고개 숙인 많은 남성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었다. 미국 화이저 사가 비아그라를 내놓은 후 세계는 온통 이 약의 열기로 들끓었다. 남성들에게 성 혁명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비아그라 덕분에 ‘남성’을 되찾은 사례가 대서특필되면서 비아그라는 급속히 퍼져나갔다.

비아그라가 나온 후 인터넷에는 수많은 유행어가 등장했다. 아내를 잘 칭찬해주지 않는 남편에게 듣는 ‘칭찬 강화제’, 구두쇠를 선물광으로 바꿔주는 ‘구매력 강화제’, 클린턴 대통령처럼 섹스광의 성욕을 감퇴시키는 ‘반(反)비아그라’, 남에게 말 걸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듣는 ‘쑥스러움 제거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반응만 봐도 당시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에는 유전자를 이용한 발기부전 치료법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유전자 치료법이란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하거나 발기가 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전자를 성기에 주사기로 주입하는 것. 이때 유전자가 세포 속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유전자에 ‘세포 침투 운반체’를 같이 붙여준다.

동물 실험 결과 세포 속에 들어간 유전자는 3?6개월 발기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라, 사람의 성기에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법이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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